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본부 Nov 11. 2023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차이를 어머니한테 설명하기

어머니가 KBS1에서 금요일마다 독립영화관이라는 프로에서 영화를 틀어주는데, 독립영화가 뭐냐고 물었다. 

나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독립이라는 거는 뭔가로부터 독립이 되어있다는 거지? 그럼 뭐로부터 독립이냐. 상업으로부터 독립이라 이 말이야. 상업은 돈. 돈이야. 상업영화는 투자자나 투자사가 돈을 대서 영화를 만들거든. 그래서 영화를 처음 만들 때 하는 계산이 뭐냐면 이 영화를 만들어서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보는 거야. 만약 100억을 들여서 110억을 벌었으면 수익이 난 거지. 많이 난 건 아니지만. 근데 독립영화는 그런 계산 없이 만든 거야. 이 영화를 꼭 만들어야겠다, 꼭 필요하다고 느껴서 만든 거라서 돈은 중요하지 않거든 이렇게 상업 영화의 틀 밖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독립영화라고 하는 거야."


엄마가 물었다. 

"그럼 너랑 느네 형(친형은 아님)이랑 만든 것(38년생 김한옥이라는 작품을 말하는 것임)도 독립 영화야?"

"그렇지. 그럼 캐리(내가 각본을 쓴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줄여서 부르는 말)는?"

"상업영화지."

"왜?"

"투자자가 투자했으니까."

"정확해."


나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와서 이어서 말했다.

"엄마가 이제 독립영화랑 상업영화를 구분할 수 있게 됐으니까 내가 하나만 더 설명할게. 독립영화도 잘만들면 돈을 벌어. 만약에 상업 영화가 100억 투자해서 아까처럼 110억을 벌면 1.1배 수익률이지? 그런데 독립영화를 5천만 원 들여서 5억을 벌면? 10배를 번 거야. 타산이 더 좋지."

"아, 적은 돈을 들였으니까?"

"어."

"그러면 상업 영화를 잘 만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야 돈을 많이 벌겠지."

"그거 말고. 상업영화는 원래 그걸 하려고 만든 거고, 돈 말고 다른 이득이 생겨."

"뭔데?"

"잘 만든 상업영화는 오래 남아. 5년 후에도 보는 사람이 있고, 10년 후에도, 100년 후에도 보는 사람이 있어. 1000년 전에 만든 작품(지금으로 치면 영화)도 잘만든 건 사람들이 지금도 봐. 문예창작학과 극작과 같은 데 입학하면 희곡 배우거든. <오이디푸스 왕> 같은 희곡인데 지금으로부터 한 2500년 전에 쓰여진 거야."

"근데 독립 영화도 잘 만들면 오래 남을 거 아냐."

"독립 영화는 원래 오래 남으려고 만드는 거니까. 돈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 꼭 필요한 얘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보이는 거라 보존이 원래 목적인 거야. 잘 만들었을 때 돈이 따라오는 거고. 반대로 상업영화는 돈이 우선하는데 잘 만든 상업영화는 오래 보존된다는 거지. 이거 이모한테도 알려줘."

"니가 해. 니가 해야 더 신뢰를 하지."

"아냐. 엄마가 해야 돼. 꼭 해 알겠지?"

엄마는 그냥 웃고 말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이 안 되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