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아부지 살아계실 때
잠깐이지만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셨던 적이 있었다
엄마는 곁을 지키느라 병실에서 자고
나 혼자 집에서 자야하는 상황
나는 그때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엄청 슬프고 공허해서 잠이 잘 안 왔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부탁을 좀 했다
오늘만 좀 와서 같이 잘 수 없겠냐고
친구놈은 무덤덤하게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친구가 온다니 마음이 놓인 건지 나는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일어아보니 해가 뜬 아침
친구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보니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 대답이 없기에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럼 돌아갈 땐 어떻게 했을까
막차 끊긴 시간이었을텐데
친구놈은 그것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 들을 수 있었다
그날 돌아가는 길 막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었단 사실을
왜냐면 오토바이를 타고 왔었기 때문
그날밤엔 눈이 왔었는데 오토바이로 오고가는 게 가능했나 싶어 물으니
안 그래도 눈길에서 여러번 자빠졌다고 그랬다
눈 때문에 속도가 너무 느려 넘어져도 안 다친 게 다행이긴 한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하도 자빠져서 짜증이 나가지고 그냥 길가에 오토바이를 버리고 왔다는 얘기...
한밤중에 친구를 불러놓고 잠든 놈이나
눈길에 오토바이 타고 거길 오는 놈이나
비슷한 놈들끼리 잘 만났고
십 년 넘게 지난 지금도 별 문제 없이 지내고 있다는
뭐 그저 그런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