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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영 Mar 22. 2022

경영과 실무를 조율하는 방법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가끔 또는 종종.

임원과의 첨예한 대립을 하는 때가 있다. 닭이냐 달걀이냐의 풀리지 않는 선빵(?) 대결이다. 실무에서 선결 조건이지만 경영에서는 전제가 붙는 경우가 그렇다. 예를 들어, 실무에서는 영업비 증대를 요구한다. 영업비 증대가 되어야만 매출 증대가 가능하다는 이유다. 반대로 경영진은 매출이 전제 조건이 된다. 매출이 충분하게 성장하면 영업비를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누구의 견해가 맞고 틀리고는 없는 문제에서 우리는 끝나지 않는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그 문제의 대부분이 보통 두 그룹 간 '목적'이 동일한 경우가 많다. 영업비와 매출 간 선후 관계를 따질 뿐이지 매출 증대가 목표임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바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여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간관리자, 즉 팀장인 나로서는 위와 같은 경우에 직면한 상황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말 그래도 중간 관리자니까. 실무와 경영의 중간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협상 테이블 어느 쪽에 완벽히 소속되어서는 안된다. 중간에 앉아서 쩍벌이라도 해서 양 측에 발을 걸쳐야 한다. 항상 난처했던 부분은 양 측의 의견이 모두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둘 다 맞는 소리만 하는데 중간에 있는 나만 쥐어 터지는 꼴이 된다. 상황에 따라 한 쪽의 편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장단이 확실하거나 결정을 내가 해야 하는 경우이다. 상황 조율을 해야 하는 경우 섣불리 의견을 내기보다는 목표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목표 달성이라는 공통적 주제를 두고 두 그룹 간 상호 의견을 조금씩 양보시킬 필요가 있다.


모든 상황이 똑같지는 않다. 때문에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이  모든 테이블에 적용되지 않음을 미리 밝힌다. 앞 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전제는 그렇다. 실무와 경영의 동일한 목표 의식을 기반으로 상반된 방법론을 제시하는 경우에 있어 중간 관리자의 스탠스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얘기한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데 방법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잘잘못이 없이 유불리, 또는 장단점만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유불리와 장단점이 결정하기 어려운 수준의 비슷한 방법이라면 더욱 우리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해야 할 일은 모두에게 목적을 상기시키는 일이다. 첨예한 대립 상황이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같은 편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논의가 진행되면서도 지속적으로 목적에 대한 환기를 해주어야 한다. 아군에게 총을 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우리가 동일한 목표를 가졌음을 모든 구성원이 충분히 내제화한 후 방법론적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기에서 모두를 강조한 이유는 단 한 사람이라도 충분한 공감대가 없는 경우 자칫 주제를 벗어난 실속 없는 논의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가 다른 상황에서의 방법론적 토론은 무의미하다.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유불리와 장단점이 다르다. 결국 좁혀지지 않는 논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다시, 모두의 목표를 확인한 후 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한다. 앞 선 예로 돌아가 보겠다. 우리는 매출을 증대해야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경영진은 영업비를 올린 후 매출이 반영되기까지 발생하는 손실을 이야기한다. 그동안의 손실은 기업 가치사슬 중 어딘가에서 트레이딩 오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손실에 대한 피해를 어느 부서에서는 봐야 하는데 부서 간 조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무진은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현재 영업비 증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영업비 부족으로 당장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영업을 하는 사원들의 사정을 고려해달라고 얘기한다. 좀 더 다양한 지원을 통해 영업 효율을 높여 매출 증대가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예시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상황 설정은 하지 않았지만 경영 실리 측면에서의 고민과 실무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두 입장이 모두 틀리지 않은 상황임을 가정했다. 실제로 비슷한 결의 이슈로 나 역시 협상 테이블에 중간자 위치로 앉은 적이 있었다. 결과는? 숫자로 얘기했고 서로 50%씩 만족하면서 논의를 종료했다.




목적을 상기시킨 후 각자의 의견을 경청한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은 분석이다. 각자의 의견에 대한 현실적 분석과 정량, 정성적 인사이트를 통한 조율이 필요하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매출을 올리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그것이 진실인가에 대한 생각부터 해본다.


경영진의 입장과 같이 당분간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영업 매출이 늘어나서 결과적 성장을 한다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당장의 손실이 숫자로 표현된다.

- 영업 인원 300명 / 월 영업비 인당 20만 원 추가 시 6,000만 원 지출 발생

2. 손실에 대한 트레이딩 오프 협의가 필요하다.

- 당장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그만큼의 비용은 어딘가의 지출이 필요하다. 한 기업이 동일한 매출 목표를 지향하고 있지만, 기업 내부의 조직과 조직 간의 이해관계를 쉽게 무시할 수 없다.

3. 무섭다.

- 손실을 감수하고 영업비를 늘렸지만, 과연 영업비를 늘리는 것이 매출 증대에 연관이 있을까. 결과적으로 매출이 증대가 될까. 6천만 원의 지출 이상으로 채워질까. 무섭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 숫자로 보이는 타당한 이유들이 있다. 반대로 실무진에서도 고민이 있다. 앞 선 사례는 실제 이야기다. 영업비가 충분하지 않아서 더운 여름철에 걸어서 미팅 장소까지 갔고 땀에 흠뻑 젖어서 냄새와 함께 진행됐다. 물론 크리티컬한 미팅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난감함을 호소하던 팀장이 생각난다. 영업비는 정량적으로 얼마가 충분한지 선을 그을 수 없다. 다만 영업을 해 본 이는 알겠지만, 매출을 위한 영업을 위해서 최소 제반 비용이란 것이 있다. 먼 거리도 부담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교통비나 클라이언트와 대화할 수 있는 장소, 식비나 음료비 등 접대비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영업은 하면 할수록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에 봉착한다. 영업비가 내가 10만 원뿐 이라면 택시비와 식비를 지출하면 두 개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그럼 때마다 영업비를 요청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영업비를 제공하면, 두 개 클라이언트에서 열 개 클라이언트를 만나겠다는 실무 담당자의 포부인 것이다. 이 역시 회사 차원에서는 고민되는 포인트다. 영업적인 성장을 하겠다는 직원의 동기 부여를 현실적인 비용 문제를 앞세워 거절해도 되는 것일까?




결론에 다다라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서로의 상황이다. 경청을 했으니, 분석하고 조율해야 한다. 일단 전제는 쌍방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서로 잘하려고 노력한다는 전제와 목표(매출 증진)가 동일하다면 분석과 조율은 수월해진다. 일단, 경영진의 역할은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량적 분석이다. 영업 인원이 300명인데, 6천만 원이라는 금액 지출이 타당한지에 대한 타당성 점검과 어렵다면, 어디까지가 타당한지 분석하는 이다. 다양한 회사 상황을 고려했을 때, 1,000만 원 예비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었다면, 일단 가능 범위에서의 증액을 한 후 매출 성장이 되면 추가 여지를 줄 수 있다. 경영진은 최소한의 지출로 효과 검증을 할 수 있다. 실무진 역시 완벽하게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결과로써 답해줘야 한다. 6천만 원 증액 시 기존 2건에서 10건의 영업 실적 예상이라면 1천만 원 증액 시에는 최소한 3건은 보여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

언론을 통해 노사 갈등에 대한 이슈를 종종 접한다. 물론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노력하는 것이고, 자신이 이해관계의 우위를 점하고자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갈등'으로 사회에 비쳐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ESG경영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갈등'보다는 '화합' 또는 '협력'이라는 단어로 서로 간 조율이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조율의 중심에는 부득이하게도 중간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 서로 간 경험과 이해관계를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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