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메(gourmet)'이라는 단어가 있다. 미식가, 식도락가라는 뜻으로 훌륭한 음식을 일컬을 때도 사용한다. 불어로는 '포도주에 밝은 사람'이라고도 사용하며, 국내 시판되는 레트로트 식품에도 고메 탕수육, 고메 핫도그, 고메 피자 등 제품들이 있다. 그리고 글로벌 미식 축제인 '고메 위크' 가 현대카드에서 국내 도입을 하면서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레스토랑에서도 할인 행사로 활용 중에 있다.
최상위 2% 고급 원두만을 사용한 고메 커피의 선두 주자는 '네스프레소'다. 세계 최고 품질의 커피인 그랑 크뤼 커피가 고메 커피로 유명하다. 매일매일 커피와 함께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구나 싶은 커피라고 한다. 네스프레소가 확장 돠는 커피 시장에 수많은 커피 브랜드가 나오는 시점에 네스프레소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그랑 크뤼 커피를 통한 네스프레소 커피의 '격'을 높인 것이다. 크랑크뤼(Grand Cru)란 '훌륭한 재배'라는 의미로 프랑스에서는 최고 등급의 와인을 뜻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나아가 최고의 음식 만찬이 나오는 고메 위크에서 화룡점정을 네스프레소 커피를 대접한다. 커피 중에서는 '최고'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디지털 마케팅 업무를 진행하면서 같은 업무에도 퀄리티의 차이가 큰 경우를 생각보다 자주 보았다. 솔루션이나 마케터 그리고 회사 차원 서비스 등 다양한 이유로 퀄리티의 차이가 벌어졌다.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가 '이전 파트너사'의 서비스가 부족했다였는데, 다양한 서비스 종류가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업무적 퀄리티였다. 업무적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을 고메 '요리'에 빗대어 말해보고자 한다.
대학교 카피라이팅 수업 때였다. 십 수년 된 과제물을 이렇게 꺼내볼 줄은 그때는 몰랐다. 그때 카피라이터로서 자신을 광고하는 인쇄물을 제작하는 수업이었고, 나름의 노력 때문이었는지 과제 점수는 높았다. 물론 지금 보면 낯 뜨거운 결과물이지만 그때도 지금도 '요리'라는 매개체는 같은 것을 보니 제법 광고와 요리는 공통점이 있구나라고 잠시 딴생각을 해보았다. 여기에 덧붙인 딴소리를 하나 더 하자면 나는 요리학원에서 요리를 실제로 배운 데다가 자격증 필기를 획득한 채 입대를 하면서 실기는 못 본 비운의 요리사다. 군대는 취사병 출신으로 나름대로 요리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광고와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먼저 얘기한다.
일단, 요리의 3요소를 얘기하자면 '재료' '요리사 '분위기'다. 어디 나와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생각하는 3요소이다. 개인적인 생각을 꺼낼 수 있는 것은 앞 서 얘기한 대로 자격(??)이 있기 때문이니 요리의 3요소를 인터넷에 찾아보거나 책을 뒤져보는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된다. 첫 번째 '재료'는 신선해야 하며, 재료끼리 궁합이 맞아야 한다. 알지 모르겠지만 내 시대의 유명한 만화책 중 요리왕 비룡이라든지 미스터 초밥왕 등 요리 관련 만화책을 보면 신선한 재료를 구하는 일에 열중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게다가 각 재료마다 궁합이라는 것이 있어서 알맞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유식을 만들 때 소고기와 고구마는 서로 음식 궁합이 맞지 않아 사용을 하지 않는다. 이처럼 음식마다의 궁합에 맞춰서 요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재료 선정이 중요하다. 두 번째, 요리사에 대해서는 크게 말할 것이 없다. 훌륭한 요리사에게서 훌륭한 요리가 나온다. 단순히 맛만 아니라 디스플레이와 깔끔함까지 완벽한 요리를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요리사가 필요하다. 마지막 분위기다. 분위기에 따라 '격'이 달라진다. 같은 요리도 마구간에서 먹는 것과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분위기가 다했다~'라는 말이 있다. 요리는 거지 같지만 분위기는 좋다는 뜻으로 종종 쓰인다. 일단 요리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분위기 역시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게는 꽤 중요한 포인트인 것이다.
이제 요리를 마케팅을 치환해 보자. 재료는 '미디어'와 '솔루션'과 같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활용 가능한 물리적 아이템이다. 마케터는 솔루션을 언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결정하며, 캠페인 목표에 따른 적절한 미디어를 추천한다. 하나의 광고 제안서는 클라이언트에게 구체적인 요리 레시피를 설명하는 것과 같다. 그 안에 구체적인 재료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두 번째 요리사는 마케터다. 좋은 재료가 있어도 마케터가 활용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케터에게 요구하는 정량적 기능은 요리를 잘하는 것, 즉 미디어와 솔루션 등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으며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기능적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능력을 통해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정성적 기능까지가 마케터가 가져야 할 임무다. 관련된 아티클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분위기는 트렌드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광고 제안도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면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최근 작성한 비건 트렌드가 있다. 비건 트렌드가 전 세대에 걸쳐서 확산되고 있는 지금, 개고기 산업을 일으켜보겠다고 나선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요리 3요소에 빗대어 마케팅 3요소를 얘기했다. 품격을 올리는 방법은 일상생활의 건강한 루틴 만들기와 같다. 시간을 쪼개고 붙여 넣는 과정을 통해 루틴을 만드는 것처럼 3요소에 대한 분석과 재조합을 통한 건강한 마케팅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마케팅은 우리 마케팅 컨설팅의 품격을 한껏 높일 수 있다.
앞 서 3가지 요소에 대하여 분류하였으니, 각 요소 별 마케터가 해야 할 일에 대하여 고민한다. 먼저 미디어나 솔루션의 경우 새롭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소비자에게 특별한 요리를 대접하기 위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없는 심해 물고기를 잡아 올려야 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존재하는 미디어와 솔루션을 캠페인 목적에 맞춰 활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연구해야 한다. 재료를 선정하고 손질하는 것은 전적으로 마케터의 능력과 연결된다. 자연스럽게 마케터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마케터는 멀티 페르소나를 가져야 하며 폴리매스가 되어야 한다. 미디어나 솔루션 활용에 대한 능력은 '당연'하거니와 그 외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광활한 지식을 함양해야 한다. 이는 또 자연스럽게 트렌드와 연결된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은 트렌드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트렌드를 읽는 눈이 있어야 훌륭한 요리를 멋진 분위기에 낼 수 있다.
구체적인 실무에서의 마케팅 품격을 올리는 방법은 또 다르다. 마케터의 능력과 결부되는데, 같은 요리를 먹기 좋게 포장하는 PPT 제작 능력이라든지, 맛있는 요리에 기대감을 높이는 발표 능력 등이 그것이다. 각 능력들에 대해서는 이미 저명한 요리사들이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서적이나 강의를 통해 마케터로서 수준 높은 실력을 갈고닦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