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잘하는 것 + 플러스알파
앞으로 나는 어떤 시니어가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내가 잘 가꾸고 싶은 역량에 대해 쓰고 싶어졌다.
시니어 디자이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경쟁력이 있는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해결책으로방안을 제안하고 수행이 되도록 작업과 관리를 해야 한다.
단순한 업무를 잘 처리해서 인정받거나, 그래픽 요소를 기발하게 잘 만들어서 칭찬받는 그런 직무의 시기는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끔은 단순한 업무, 그래픽요소 업무가 생길 때마다 반갑고 재밌다. 인형 눈알 붙이는 반복업무를 할 때 힐링되는 것과 비슷하달까..
어떻게 하면 괜찮은 시니어 디자이너, 다른 사람들이 나와 함께 일 하고 싶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UX UI 분야로 한정 짓고 싶지 않다. 나의 커리어패스가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따라 변화되었기 때문에 나중엔 공간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도, 브랜딩에 전념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기에 산업전반에 통용되는 디자이너 역량을 적어보고 싶다.
앞으로 쌓고 싶은 나의 역량, 차별화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1. 꾸준함과 열정의 밸런스
디자이너는 문제를 볼 때 열정이 생기는 사람이다.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해결하고 싶어진다. 그게 우리의 직무이다. 그래서 쉬운 말로 풀어 디자이너 직무를 설명할 때 '불편하게 생긴 디자인을 보면 불만이 생기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열정만 있고 꾸준함이 없으면 그 열정은 그냥 '화' 이거나 ' 객기'처럼 보일 수 있다. 한쪽만 있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꾸준함만 있고 열정이 없으면 재미가 없고 열정만 있으면 지친다. 그래서 그 둘의 밸런스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정이 식었을 때는 잘 나간다는 앱이나 트렌드를 살피기 위해 일반 유저의 입장으로 돌아가 경험하는 것에 집중해보기도 하고 꾸준함이 부족할 때면 내가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는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을 하며 나의 꾸준함을 돌아본다.
디자인을 열정적으로 꾸준히 하려면 시각적인 새로운 즐거운 자극에 나를 지속적으로 노출시켜야 한다.
2. 역할이 변화되는 것에 대한 준비
시니어 디자이너로써의 역할은 앞에서 말했듯 이제는 디자인 업무만 잘하는 위치가 아니게 되었다. 주니어 디자이너를 가르쳐야 하기도 하고 때론 내가 디자인한 것을 발표해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뒤 설루션을 제시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역할도 생겼다. 디자인 툴 교육을 통해 새로운 툴 도입에 대한 장점을 어필해야 하기도 한다.
디자인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 처음엔 그 변화가 불편하고 어색하고 잘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뭐든 일로 하면 사람이 금방 배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주니어 디자이너가 바뀔 때마다 그전에 했던 멘토링이나 트레이닝 방법에서 잘못된 점을 시정하고 좀 더 나은 방법으로 업무를 알려줘 본다. 발표 후 아쉬운 점들을 다음 발표엔 더 나은 방법으로 개선하여 적용한다. 디자인 툴 교육도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나아진다.
학생의 신분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대학원생으로 변화가 생기며 점점 더 어려운 학습과 연구방식으로 지식을 넓혀가듯 직장인도 주니어, 시니어, 매니저 등의 과정을 통해 점점 더 어려운 업무와 역할을 맡게 된다. 롤이 단계적으로 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니 받아들이기 쉬워졌다. 각 변화에 준비가 잘 되어 있으려면 나만의 디자인 철학과 인사이트들을 계속해서 쌓아야 한다.
3.Get things done 마인드 = 책임감
요즘 꽂힌 문장이다. Get things done!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벌려놓은 상태로 내버려 두고 마무리가 안 되는 사람들을 볼 때 우리는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이아고 이야기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을 마무리 짓는다.
마무리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일단 다음 프로세스로 넘어가기 위해 자신의 권한 안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완벽한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어도 된다.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일단락을 맺어주는 것이다. 회의에서도 무엇인가 결정이 되어야 한다. 1시간의 회의에 8명이 모였다면 어떻게 보면 1명의 하루일과 시간 전체를 쏟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회의 후에 아무것도 결정이 안 난다면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적어도 다음 회의에는 어디까지 만들어오자. 이번 프로젝트의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 등 배울 점이라도 한 가지 정의하고 헤어지는 것이 Get things done이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회의 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정보를 미리 읽고 나만의 의견 또는 질문을 준비해서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4.Our problem 우리의 문제라는 적극성과 받아들여야만 하는 한계를 구별하는 지혜
Get things done이 잘 되려면 문제가 발굴되었을 때 타 부서, 다른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해결점을 찾기가 어렵다. 예전에도 어디에 쓴 글에 UX UI디자이너는 오지랖퍼들에게 잘 맞는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문제를 발견하면 우리가 갖은 최선의 설루션이 무엇인지 '우리의 문제'라는 출발점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문제 타 부서의 고민이라면 공감하기가 어렵고 공감이 안되면 그 안에서 도출되는 설루션도 별것 아닐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지나친 오지랖과 말도 안 되는 적극성등은 오히려 프로젝트를 망칠 수 있다. 프로젝트에는 예산, 인력, 일정 등의 한계가 있다. 갑자기 로켓을 내일까지 만들어서 모레 쏘아 올린 뒤 전 세계가 경험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설루션을 제공하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의 롤을 존중하고 프로젝트 예산, 인력, 일정의 한계를 구분하는 지혜와 적극성이 잘 버물어져야 한다. 예산이 부족한데 무조건 좋은 장비가 필요하고 그것이 문제해결설루션이라고 이야기할 순 없다. 그 둘을 잘 구분하고 적용하고 이해하는 역량을 다지고 싶다.
한계 안에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찾고 잘 제시하고 싶다.
5. 소명감
주어진 일엔 이유가 있다. 예전에는 주니어 시절에는 내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이다 아니다고 평가했었고 조직에 대한 불만도 내가 여기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면 불평을 했었다. 경력이 쌓이면서 깨달은 점은 내가 속한 프로젝트, 조직에 있는 이유는 배울 것이 있기때문이다. 나의 부족한 점 때문에 불편한 것인지 진짜 불합리한 부분이 많은 것인지 객관화해 보면 대게 나의 부족한 점들 때문에 불편한 것이 많았다. 그래서 속한 곳에서 잘 성장해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주어진 일에 소명감을 느끼려고 노력하니 감사할 수 있었다.
나는 디자이너가 나의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 그에는 소명감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개발자가 책을 내고 인터뷰한 영상을 보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커리어 변화를 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인생이 짧다고 생각하고 단기적으로 불행할 수 있지만 항상 장기적으로는 나에게 잘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하였다. 이 말에 공감한다. 나는 내 인생이 짧다고 생각하고 그 짧음에 내가 있는 이 조직에 있을 시간도 짧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고 짧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짧다고 생각하면 프로젝트, 조직에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마음가짐이 생긴다.
여러 회사를 다니고 프로젝트를 해보니 열심히 안 했을 때 아쉬움이 남지 사실 그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는 시간이 많이 지나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최선을 다해 배우고 성장한 프로젝트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나는 내가 발견한 문제를 디자인이라는 설루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명감을 갖고 앞으로도 나의 부족한 부분을 좋은 역량으로 채워나가고 싶다. 배우는 사람의 뇌는 노화의 속도가 느리다는 연구를 읽은 적이 있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뛰어난 나이 든 사람들의 뇌는 종합적 사고 판단 능력과 자아성찰 부분이 더 발달해 있다고 한다. 기억력 부분은 노화되어 젊은이들보다 감소하지만 말이다.
나의 디자인 경험을 통한 디자인 철학을 나만의 통찰력으로 쉽게 설명해 주는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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