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디자인 설명하기
디자이너들은 시각노동자이기 때문에 언어로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것보단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 더 편한 사람들이다.
열심히 만들고 칠하고 수정하고 저장해서 전달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들은 색을 쓸 때 머릿속에 많은 컬러값들을 조합해 보며 결과를 만들어낸다.
초록과 빨강의 조합은 어쩔 수 없이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시즌 상품이 아닌데 초록과 빨강으로 뭔가 디자인한다는 것에 망설이게 된다.
디자이너들은 색만 보고도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된다. 이것을 악센트 컬러로 쓸지, 전체 배경으로 쓸지 등등 여러 생각을 한다.
하지만 컬러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팀원들과 혹은 클라이언트, 상사등에게 디자인을 설명해야 할 때면
어떻게 색을 사용했지는지에 말하려고 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느낌 적인 느낌을 말로 설명해야 한다.
이상하게도 디자인만 잘하면 될 것 같은데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그렇지 않다.
디자인은 당연히 기본 실력이 되어야 하지만 내 디자인을 설명하는 것까지가 디자이너의 실력이라는 것을
연차가 쌓여가면서 더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시각노동자가 어떻게 언변이 늘 수 있다는 말인가?
1. 책 읽기
나는 책 읽는 것을 싫어히는 어린이였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유치원생 때는 좌우를 반대로 보는 거울증후군이 있어서 글씨를 거울에 비친 양 반대로 썼고 신발도 짝짝이로 자주 신었고 글을 읽는 것은 지루한 일이었다. 어른이 돼서도 종종 글씨를 내 맘대로 읽어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비행기표나 국가서류등을 어디에 제출해야 할 때는 꼭 남편이나 글을 꼼꼼하게 읽는 사람에게 부탁을 한다.
글을 읽는 것에 관심이 없던 나는 책 읽는 것이 좋아하기 시작했다. 나의 취향에 맞는 책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베스트셀러어도 내가 재미없다고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책에 나는 흥미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소설보단 에세이, 설명문, 연구결과 등 실제 있었던 일에 대한 글들을 더 재밌게 읽는다. 철학, 미술,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 보면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작가의 언어로 설명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 우리가 하는 디자인들도 형이상학적인 개념이 주되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빨강은 열정과 정열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곳에 이렇게 표현했다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고 이상한 말처럼 들릴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자꾸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진다. 나의 디자인에 의미를 부여하여 설명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갈 수 있다.
요즘 읽은 책들 중에 재밌었던 책 3권이 있다. 나는 신앙서적도 종종 읽는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생각과 내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때 비판하는 사고를 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것 같다.
2. 글쓰기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자주 쓰려고하지만 글솜씨가 쉽게 늘지 않는다.
글쓰기 연습을 하려면 완벽주의를 내려놓아야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쓰는 것의 장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생각을 정리해 준다는 점이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말과 생각이 뒤엉켜있을때 글로 풀어쓰다보면 생각이 정리가된다.
’글로 풀어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글로 생각을 풀어쓰다보면 머릿속 낱말들이 기차의 칸칸처럼 연결이 되어 어떤 형태가 되고 정리가 되고 쑥~ 빠져나가는 것 같다.
그 빠져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영감으로 생각이 자라게 되고 그것들을 다시 글로 연결하여 내보내게 되는 순환작업이된다.
이 작업도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글이든 그림이든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이상해보이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하는 것의 재미와 글을 쓰는 재미는 다른데 글을 쓰다보면 말할때 조금 더 정제된 말들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
한번 글로 걸러진 말들은 간략하게 말로 표현이 된다.
그래서 글을 쓰다 보면 말도 조금 더 잘하게 되는 것같다.
3. 내 포트폴리오 보면서 설명해 보기
면접을 보러 가면 나의 포트폴리오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의 배경, 기여한 부분, 배운 점을 간단하게 먼저 요약으로 설명을 하고 추가 질문을 받는 것이 좋다.
책으로 치면 목차와 줄거리를 먼저 훑어보는 것이다.
물어보지도 않은 상세한 것까지 이야기하다 보면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다.
짧게 핵심만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을 영어랑 한글로 준비를 해보았는데
하다 보면 점점 길어지게 된다. 그래서 짧게 핵심만 이야기하려면 요약한 버전으로 먼저 브리핑을 해야 한다.
글로 뭔가를 쓴다는 것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랜덤 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이해가 갈 수 있도록 적어도 내가 나중에 다시 이 글을 읽을 때 무슨 말을 쓰고 싶었던 것이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리를 해서 쓰게 된다.
말도 그와 비슷해서 글을 쓰다 보면 말하는 것도 연습할 때 도움이 된다.
글로 적어둔 포트폴리오 내용들을 나만의 단어로 설명하다 보면 디자인에 대해 미팅시간에 팀원에게 설명을 해야 하거나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때 혼자 연습했던 문장들이 말로 나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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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할 상황이 주어지게 된다. 디자이너들끼리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설명해도 설득이 될때가 있지만
개발자나 기획자 혹은 대표님에게 설명해야 할 때는 다르다. 디자인을 설명하는 것까지 디자이너의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오르게 되면 설명도 해야 하는 업무 중 하나가 되니 미리미리 연습하고 훈련해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하는 것을 연습하다 보면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단계로도 넘어갈 수 있다. 요즘은 연차가 쌓이면서 생기는 고민이 내가 먼저 답을 내어 주기 전에
상대방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질문을 잘하고 싶다.
중고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몇백 명, 십 명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전혀 떨리거나 그러지 않은 성향이었는데 이상하게 나이가 들면서 종종 몇십 명만 되는 앞자리에 서서 내가 한 디자인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하면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디자인한 것을 잘 설명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서 인 것 같다. 이 부분은 계속해서 앞으로 잘 훈련시켜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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