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감을 잃지 않는다는 것
디자이너는 감을 잃으면 안 된다. 감이 좋다. 등등으로 우리는 디자인 감각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패션, 그래픽, IT 이렇게 세분야의 디자이너로 일하며 느낀 점은 디자인은 시즌에 따라 또는 트랜드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변화 수준과 시점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트렌드를 따라야 한다. 조금 트랜드에서 벗어난 것 같으면 촌스러워 보이고 그렇다고 너무 앞서나가면 난해해진다.
좋아 보이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아 보이는 것들을 많이 접하고 봐야 한다. 장소가 될 수도 있고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그냥 써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해 보는 경험이 왜 좋은지 이유를 정의해보는것이다. 예를 들어 이케아 오프라인 매장을 갔을 때 첫 입구에서부터 압도당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입구에 이렇게 높은 천고를 두니 개방감뿐 아니라 방문객의 창의력도 순간 높아지는 기대감을 주는구나.’ ‘제품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전시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이렇게 동선을 짰구나.’ 등등
내가 즐기고 있는, 내가 좋다고 느끼는 것들의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다.
눈으로 보고 ‘좋네, 우와’ 이런 감상보다는 디자이너라면 이유에 대해서 고찰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찾아낸 이유에는 정답은 없지만 디자인을 해석 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기게된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때 심미안은 길러지기 시작한다.
좋은 것을 많이 보고 멋진 디자인을 마음속에 많이 담아두었다면 디자인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떤 버튼을 만든다고 하면 그 기능과 역할에 따라 내가 마음속에 스크랩해 두었던 여러 장면들이 떠오른다.
‘여기에 사용되는 툴팁은 구글에서 봤던 것이 좋아 보였는데..’ ‘이 그래프는 네이버에서 봤던 스타일을 참고하면 좋겠다..’ 이렇게 내가 머릿속에 담아둔
여러 좋은 디자인의 이유들이 종종 연결이 된다.
클론디자인도 좋다. 내가 좋아보였던 화면, 디자인, 그림등을 똑같이 또는 비슷하게 그려보기도하고 오마주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변형을 해보는 것이다.
이 작업의 장점은 레이아웃과 컬러, 비율등의 감을 길르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전시도 매장도 온라인상품도 자주 보아야 한다. 보고 생각하고 머릿속 마음속 그리고 스크린숏이든 사진이든 담아둬야 한다.
그 담아둔 자료들을 통해 분석하고 내가 디자인하는 브랜드의 디자인과 어떻게 아이덴티티를 맞출 수 있는 선에서 변화시킬는지 고민해야 한다.
디자인을 하는 물리적 시간 자체를 짧게하고 어떻게 디자인할까?라고 생각하는 시간을 길게하면 디자인을 할때 더 즐길 수 있다.
내가 디자인을 어느 정도 좋아 보이도록 했다면 그 다음은 의심해 보는 것이다.
계속 이게 정말 최선이었을까? 더 낫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의심을 일단 마감을 지키고 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예술작품이 아니어서 납기 기한이 있다. 일단 제출을 해야 한다. 전달을 해야 개발이 되고 상품이든 제품으로 제작이 된다.
그 납기 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감이 지나고 나서는 그다음 작업 혹은 다시 있을 수정 작업을 위해 미리 상상해 보는 것이다.
어떤 부분은 더 낫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다시 1번으로 돌아간다. 좋아 보이는 것들을 좋아해 보고 찾아보고 사용해 보면 다음 디자인은 조금 더 나을 수 있다.
오랜만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지로씨의 꿈 ‘초밥’ 장인에 대한 내용이 디자이너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반복적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디자인으로 만들고 다시 또 수정을 하는 직업이다.
좀 더 낫게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더 나은 방법 또는 프로그램을 배워서 새로운 형태에 디자인을 투영하는 것이다.
나는 디자인을 조금 더 잘하고 싶다고 말하는 후배들에게 단순히 디자인작업에만 매몰되지 말라고 이야기해 준다.
좋아 보이는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해 카페에서 분위기 즐기기, 취미 생활 즐기기, 전시회, 영화관, 공연장, 도서관, 여러 오픈행사장 등을 가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어떤 디자인을 좋아하고 즐기는지 보고 느껴본 사람이 좋은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