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문학과 고전주의 문학
서구정신에서 ‘바로크(Baroque)’와 ‘클래식(Classic)’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인간의 두 본성이기 때문이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후 엄청난 인간 해방의 에너지가 솟아 나왔고 17세기 바로크에서 그 정점이 발현된다. 그러나 무질서가 극에 달하면 이 또한 견딜 수 없다. 감정의 자유로운 분출을 과시하는 바로크적인 격정에 고삐를 잡아매는 게 클래식이다.
폴 발레리(Paul Valéry, 1871~1945)가 간파했듯이, 인위적인 구성이 직관적인 원초적 혼돈을 잇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엄정한 질서와 숭고한 미학으로 무장한 ‘고전주의(classicisme)’가 온다.
프랑스 바로크 문학은 ‘프레시오지테(préciosité)’, ‘뷔를레스크(burlesque)’ 가 대표적이다.
귀족 여성들의 살롱에서 탄생한 살롱문학인 '프레시오지테'는 과장된 자기 전시를 특징으로 하는 점에서 바로크적이다. 타인에게 비범한 존재로 보이려는 욕망, 평범함을 뛰어넘으려는 의식적인 노력, 인간 심리와 내면에 연결된 사랑과 정념이 프레시오지테가 다루는 주요 주제이자 소재였다.
프레시오지테와 대조를 이루는 '뷔를레스크' 문학은 고상하고 신성한 것을 비속하게 묘사하면서 희화화했다. 관념적이고 이상주의적인 귀족문학에 대항하는 민중의 풍자정신이 낳은 산물이다. 사실적이고 해학적인 중세 서민문학이 17세기에 되살아난 셈이다. 스카롱(Paul Scarron, 1610~1660)의 로망 코미크(Roman Comique, 1651,1657)는 뷔를레스크 경향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17세기 중반을 넘기면서 절대왕정이 뿌리내리고 문학에서도 질서와 조화를 추구하는 고전주의가 도래한다. 고전주의 문학은 작가와 관중이 한 자리에서 교감하는 연극에서 그 최상의 표현 방식을 찾았고 코르네유 (Pierre Corneille, 1606~1684), 몰리에르(Molière, 1622~1673), 라신 (Jean Racine, 1639~1699)이라는 대작가 3인이 탄생한다.
사건, 시간, 장소의 삼단일 규칙, 진실다움(vraisemblance)의 재현, 예법(bienséances)의 원리, 현실(le réel)이 아닌 진실(le vrai)을 추구하는 재구성 기법 등 고전주의를 지탱하는 엄정한 법칙들 안에서 프랑스 문학사상 최대 걸작들이 쏟아져 나온다.
프랑스 17세기의 전후반기를 지배한 두 사조인 바로크와 클래식은 인간 찬가인 점에선 공통분모를 갖는다. 신에 대한 찬양만이 우선시 됐던 구시대와는 선을 그었다. 인간이 가진 카오스와 코스모스를 그 자체로 찬양했다.
바로크는 인간의 감정을 신뢰하며 그 분출과 변화를 현시했고, 질서와 조화를 필요로 하는 고전주의는 인간의 이성을 신뢰하며 모든 면에서 지극히 드높은 이상을 추구했다.
프랑스 정신의 양면성을 집약한 바로크와 클래식은 17세기 이후에도 옷을 갈아입으며 번갈아 프랑스 사회를 지배했다. 21세기 현재에도 전 세계 문학과 예술의 두 줄기 경향이기도 하다. 인간의 두 본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