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저렴하고 푸짐한 중국식 집밥을 먹고 싶으면 「외파가(와이포지아)」에 가면 된다. 외파가의 대표 메뉴는 「홍소육(홍샤오러우)」이다. 홍소육은 돼지고기를 간장과 설탕에 조려 만든 요리로 중국 전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국민 요리이다. 서태후, 모택동(마오쩌둥), 주은래(저우언라이)도 즐겨 찾던 음식이란다.
외파가는 중국 가정식의 명가로 한국인들 입맛에도 맞는 서민적인 음식을 고급지게 파는 식당이다. 고급 쇼핑가인 베이징 왕푸징 거리 APM몰 6층에 있다. 외파가(外婆家, Grandma’s Home), 즉 ‘외할머니집’이란 식당 이름부터 친근감을 자아낸다. 이 브랜드명으로 베이징 전역 주요 쇼핑몰에 분점이 있다. 외파가는 항주(항저우, 杭州)에서 시작된 강절(江浙) 지방 요리를 선보인다. 강절 가정식 스타일은 두부, 채소, 해산물, 고기류 등 일상에서 즐기는 친숙한 식재료의 메뉴들이 많다. 짠맛은 덜하고 담백한 편이다.
홍소(紅燒‧홍샤오)는 ‘붉게 조리하다’는 의미로 홍수육은 붉게 조린 고기요리인 셈이다. 설탕을 녹인 카라멜에 검붉은 색깔의 중국 간장인 노두유와 돼지고기를 넣어 조린다. 중국 북송 시대의 정치인이자 시인, 미식가였던 소동파가 개발했다는 동파육과 상당히 비슷한 요리이다. 하지만 홍소육이 동파육의 엄마급 된다. 소동파
가 기존에 있던 홍소육의 조리법을 변형해 퍼뜨려 동파육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홍소육과 동파육 모두 간장과 향신료 등을 넣고 조린 통삼겹살 또는 오겹살인 것은 같다. 하지만 홍소육은 삶은 고기를 굴소스나 진간장 등 다양한 소스로 30여분 조리해 깊고 감칠맛을 내는 반면 동파육은 튀긴 고기를 간장 베이스의 소스에 1~2시간 오래 조려내서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한 맛을 내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홍소육과 새우 당면 마늘조림
감자 가족은 전복 홍소육을 주문했다. 폭신폭신한 돼지고기 조림육을 한 입 물으니 식욕이 동했다. 단짠단짠 한 고기와 전복을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은 편안하고 행복했다. 외할머니집에 온 듯이 말이다. 접시 아래엔 초를 켠 화로가 있어서 내내 따뜻하게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새우 당면 마늘조림도 먹었다. 통통한 새우 밑으로 마늘 소스에 잠긴 당면이 깔려 있었다. 익숙한 식재료의 음식은 마치 한국 집밥을 먹는 듯했다. 음료로 따뜻한 레몬수를 주는 곳이지만 감자는 시원한 수박 주스를 따로 시켰다. 수박 주스는 중국 요리들 특유의 느끼함을 단번에 씻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