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궈는 일종의 전골요리이다. 고추와 향신료 등을 넣고 끓인 육수에 야채, 고기, 해산물, 당면 등 중국 전역의 다양한 재료를 데쳐 먹는다. 훠궈 중에서도 맑은 육수에 얇게 저민 양고기를 익혀 먹는 양고기 훠궈는 회족(후이족, 이슬람교도)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양고기 훠궈를 솬양로우(쇄양육 涮羊肉, ‘씻은 양고기’, ‘양고기를 데친다’라는 뜻)라 부르며 일반적인 다양한 훠궈와 구분하기도 한다. 솬양로우는 북경의 전통 겨울 음식으로 청나라 궁중 요리에서 유래됐다.
베이징 전문대가에 위치한 노자호(老字号) 동래순(東來順, 둥라이순)은 솬양러우를 전문으로 한다. 이 식당은 회족인 정덕산이 청 말엽인 1903년(청나라 광서 29년)에 베이징 왕푸징 동안(東岸) 시장에서 개업했으니 12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원래 시장에서 죽, 만두 등을 팔던 가게였으나 화재 후 친구들의 도움으로 1928년 동래순이란 상호로 재창업, 청나라 황실 요리사 출신을 주방에 영입해 솬양러우를 팔기 시작했다. 그 덕에 솬양러우가 대중화됐고 동래순은 원조 솬양러우 전문점으로 자리 잡았다.
동래순이 쇤양러우 전문점으로 그 명성을 지켜오고 있는 것은 개업 이후 줄곧 다른 훠궈 식당과는 현격히 구별된 차별화 방침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동래순의 솬양러우를 샤부샤부의 통칭인 훠궈의 한 종류로 치기도 하지만, 엄격히 따지면 생선머리 등 여타 재료를 사용해 우려낸 육수를 사용하는 샤브샤브를 훠궈라 부르고, 양고기 훠궈는 솬양러우라고 부르며 서로 구별한다. 솬양러우를 위한 육수는 버섯, 파, 생강, 말린 새우 등을 넣어 끓인 맑은 탕을 사용한다.
솬양로우를 주문하자 엄청나게 큰 이슬람풍 구리 냄비, 얇게 썬 양고기 두 접시와 배추, 당근, 옥수수 등 다양한 채소를 담은 접시, 고기를 찍어먹는 간장 베이스의 소스가 나왔다. 한국의 신선로와 비슷한 냄비이지만 직경이 한 자쯤 되는 전통 구리 냄비의 중앙엔 원통형 굴뚝이 높이 솟아 있었다. 중앙 굴뚝 아래에서 숯불이 타오르며 구리 벽을 타고 물이 빠르게 끓어올랐다. 우리는 굴뚝 둘레에 육수를 넣어 끓이면서 기호에 맞게 각종 재료를 데쳐 먹었다. 더운 여름인데도 솬양로우는 몸 안에 훈훈한 기운을 살려주었다. 이열치열이랄까. 활활 끓는 육수에 양고기와 각종 야채를 데쳐 먹으며 부쩍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모택동도 동래순의 단골손님이었단다. 키신저는 “동래순의 양고기 훠궈는 정교한 공예품 같은 요리‘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동래순이라는 상호는 창업 장소인 동안(東岸) 시장의 지리적 위치에서 따왔으며, ‘동쪽에 와서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희망이 담긴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