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이다. 그런데 중국 베이징에 ‘미슐랭 빕 구르망(Michelin Bib Gourmand)’에 선정된 짜장면 맛집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이곳을 놓칠 수 없지. 감자 가족은 정통 베이징 짜장면의 원조를 맛볼 수 있다는 「판주안창 69 하오 짜장미엔」을 찾아갔다.
‘미슐랭 빕 구르망’은 맛이 뛰어나고 가성비 좋은 식당을 추천하는 미슐랭 인증제도이다. 미슐랭 원스타, 투스타, 쓰리스타 인증과는 다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정성스럽고 맛있는 단품 요리를 제공하므로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식당이 ‘미슐랭 빕 구르망’에 해당된다. 「팡주안창 69 하오 짜장미엔」은 2020년부터 연속 미슐랭 빕 구르망에 선정된 유명한 맛집이다.
짜장면은 중국 산둥성 작장면(怍醬面)에서 유래해 한국에 전파됐다. 볶은 장을 면 위에 얹은 간단한 요리였다. 1880년대 임오군란 이후 청나라 군대 보급을 위해 산둥성 출신 중국인 노동자들이 인천에 정착하며 산둥성 작장면을 소개했고, 한국식 변형을 거쳐 독특한 한국식 중화요리로 발전했다. 하지만 북경식 짜장면이 역사적으로는 산둥성 작장면보다 더 먼저이고 중국에서는 더 유명하다. 여러 가지 채소 고명과 짠 장을 면 위에 올려 먹는 요리이다. 중국 요리에서 보기 어려운 볶거나 찌지 않은 생채소가 들어가는 요리이기도 하다.
서 태후의 소울 푸드가 짜장면이었다는 설이 있다. 아니, 매끼 128가지의 음식을 차린 식사를 했다는 서 태후가 짜장면을 즐겼다고? 설에 의하면 1900년 의화단 사건 당시 8개국 연합군이 베이징을 침공하자 서 태후는 서안(시안, 西安)으로 피신했다. 호화로운 궁중요리를 즐기던 서 태후는 입맛을 잃고 잘 먹지 못했는데 어느 날 지방 관리가 현지 농민 음식인 면 요리를 올린다. 삶은 국수에 고기와 된장 양념을 볶아 얹은 것, 즉 지금의 짜장면이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피난 생활이 끝나자 아예 작장면 요리사를 베이징 자금성으로 불러왔다. 그래서 서 태후 덕분에 서민 음식이던 짜장면이 청 황실을 통해 베이징에 대유행하게 되었다는 전설적 일화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짜장면의 기원은 북방 한족 지역, 특히 산둥(山東, 산동) 지역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청나라 만주족인 서 태후가 북방 한족의 서민 음식을 청 궁중 음식이자 서민 음식으로 확장시킨 셈이다. 한국 짜장면 역시 산둥 지역에서 유래됐다. 산둥성에서 인천으로 부두 노동자들이 대거 몰려왔고 그들이 먹던 작장면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것이 현재의 한국 짜장면이다.
「팡주안창 69 하오 짜장미엔」에서 짜장미엔을 시키자 우동면처럼 다소 굵은 면과 장, 두 접시에 토핑 13가지가 따로 나왔다. 13가지 토핑이라고! 비트, 오이, 콩 버섯, 당근 등 계절 생야채가 다양하게 조금씩 세팅되어 취향껏 비벼 먹도록 한 것이다. 먼저 면에 장을 넣어 비볐다. 김자 가족은 그 위에 13가지 채소를 모두 얹어 다시 비볐다. 그런데 한국 짜장면처럼 휘리릭 비벼지지 않는다. 또 단짠단짠 한 한국의 짜장면과는 아주 맛이 다르다. 장을 제외한 모든 재료에 기름이 들어가지 않아 텁텁하고 짠맛이 강했다. 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하고 묵직한 맛이 올라왔다. 뭔가 인내심이 필요한 음식이네. 끈기 있게 비벼야 하고 오래 씹어야 비로소 고소한 맛이 스며 나온다.
한국식 짜장면에 사용하는 춘장은 대두를 익혀 발효시킨 장에 설탕과 캐러멜 등을 첨가한 것인데, 중국식 짜장면 소스인 황장은 짠맛만 난다. 이 황장을 돼지고기 등과 적정한 비율로 잘 볶아서 만든 게 중국식 짜장면의 최종 소스다. 그래서 베이징 짜장면은 단맛이 없다. 또 한국 짜장면은 채소를 익힌 채 나오는데, 베이징 짜장면은 생채소를 쓴다.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는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자극적인 단짠 맛 대신 고소하고 깊은 풍미를 즐기려면 베이징 「팡주안창 69 하오 짜장미엔」을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