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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너무 많아서 이유가 없는 거야.

by 감자나무

가진 것을 내버리지 않는 동시에 그것이 날카롭지 않나, 그 날카로움이 네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이를 다치게 하지 않나 살펴보아야 해. 그 날카로움이 타인이 아닌 너를, 가진 것의 속을 찌르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그 날카로운 것을 가위로, 칼로, 톱으로 잘라버리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피를 흘리게 될 너를 내가 가만히 지켜볼 수 있을까. 적절한 조치들을 생각해 두긴 했나. 피 흐르지 않고 잘라지는 손톱 같은 것이었다면, 평생을 안고 살아야만 하는 뾰족한 뼈, 근육의 중심이라면. 예쁜 머플러로 가릴까. 위험함을 알릴까. 그냥 숨어만 지낼까. 같은 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었나. 궁금한 마음을 큰 소리로 내뱉을 수 없을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조용히 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멈추는 스피커가 만드는 소리는 소음이야. 아무리 좋아하는 곡이더라도 내가 아는 소리가 아니지. 너는 어디까지 알고 있니, 어디까지 살펴/ 찾아가 보았지? 고장 나지 않은 스피커가 없는 집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시간만 나면 안테나를, 주파수를, 이어폰의 결합부를 조절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사람이라면,


주말에도 납품을 해야 하는, 조금 더 일찍 고객들에게 멋진 차를 제공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음가짐이 남을 수 있나 한숨을 내쉬며 애사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해 보고, 나는 마음 편히 퇴근하고 싶다는, 얼굴을 알지 못하는 목소리 뿐인 당신에게 미운 말을 오늘만큼은 듣고 싶지 않으니, 오늘만큼은 우연히라도 창문을 통해 당신을 마주치고 싶지 않으니. 나는 언젠가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꼭 한번 너를 다시 보고 싶었는데, 내가 보일 수 있는 모습은 울기 직전의 숨을 참는 부은 눈, 최선을 다 해 줄인 짐, 최선을 다 해 편하게 앉아보고 싶지만 떨리는 어깨. 여전히 네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가져본 적이 없어. 네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를 그려본 적은 있었을까.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 속의 표정들만은 생생해. 그 이후가 없어. 이야기가 될 수 없지.

순간을 말한 것이 아니야. 그냥 너를 보고 싶었던 거야. 너를 좋아한 것이 맞아. 너의 어떤 것이 너를 감싸고 있는 것을 계속 쳐다보게 되잖아. 그것도 너를 따라 웃을까. 울까. 하품을 할까. 물끄러미 지나가는 사람을 지켜볼 수 있는 방법을 알아. 넓은 창을 멍하게 바라보는 거야. 세월이 지나가도 너는 아직도 그것을 달고 다닐까. 이별을 했을까. 화해를 하고서는 손을 꼭 잡고 같이 다니고 있을까. 거리를 두고서 너를 향해 눈을 반짝일까. 쉽게 울어지지가 않아. 정작 울어질 때는 장소가 적당하지 않아. 적당한 장소에서는 울음이 찾아오지 않아. 잠도 오지 않아. 그제야 많은 것들에게 미안하다 말하고 싶어져. 미루는 것도 이제 그 어떤 기회도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으면 뭐 해. 또다시 뒤로 던져두는 걸. 던져진 곳에서 파쇄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지. 반짝이는 금색 종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