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들을 넣어둘 수 있는 마음이 유독 넓어질 때가 있어. 오랫동안 내 등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일이나 사람들이 안녕을 말하거나 예기치 못한 휴일이 만들어내는 여유로움과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았지.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이제 곧 다른 단계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설렘. 대부분 잠깐의 착각이 만들어내는 구름의 방. 바닥에 앉아 있을 수도 잠시 서 있을 수도 없는 곳인데, 나는 목적지도 알 수 없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 나를 그리기 시작한다. 책장 위에 올려둔 먼지 탄 노트를 꺼내지. 연필로 하나하나 적고, 나는 이걸 다 해낼 수 있어. 생각한 것으로도 어디야. 대신 내일부터. 오늘은 그만 자자.
잠을 자려면 말이야. 구름에 올려둔 마음들도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자리를 찾아야겠지. 잠을 자고 싶은데, 잠을 자야 할 시간이 맞는데, 이불에 누워있는 나도 천장이 가까운 2층 침대에 누워있는 마음들도 다 잠을 자고 싶어 하는데. 자리가 없는 마음들이 소란을 피워. 네가 날 불렀으면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잠에 들면 어떡해. 나는 어디서 잠을 자지? 나는 무엇을 하며 아침이 되어서야 깨어날 너를 기다리지? 이불에 누워 조용히 잠든 너를 바라보며 눈에 눈물이 맺혀.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는 걸. 네가 날 불렀잖아. 일어 나. 나와 함께 내 자리를 찾아야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내 자리를 찾는 거야. 네가 도착하게 될 그곳까지 같이 걸어가는 거야. 일어 나.
밧줄이 삭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마녀가 뚜벅뚜벅 나에게 걸어오고 있어. 커다란 칼이 무뎌지지 않았는지 손가락으로 날을 조심스레 확인하는 망나니와 날카로운 이와 커다랗고 뾰족한 손톱을 가지고서 나를 향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는 사자, 나에게 아무 이야기 하지 않아도 그들의 눈이 나를 지켜보지. 나에게 다가오고 있지. 나는 일어서서 그들에게로부터 도망칠 수 없어. 그들의 움직임과 눈만 쳐다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그들은 결국 나를 죽일 거야. 나는 이 잠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거야. 아직 해야 할 것들이 많은 걸, 두고 온 것들이 많은데. 나는 일어날 거야. 그래, 너의 자리를 찾을게.
억지로 일어나면 나를 다시 재우는 엄마가 잠과 현실 사이에서 나를 재워주곤 했어. 아냐, 지금은 잠을 자야지. 강아지도 고양이도 사자도 엄마도 다 잠을 자는 걸. 꿀잠이가 찾아왔어. 너에게 망치질을 할 거야. 망치에 맞은 사람들은 다 잠을 잘 거야. 잠을 자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꿀잠이도 피곤하대. 잠을 자는 것이 모두를 도와주는 거야. 구름에 올려둔 마음들도 이미 자리가 있는 마음들에게로 폴짝 넘어가 잠을 청하겠지. 내일은 오늘보다 더 힘들어질지도 몰라. 살아가는 게 원래 힘든 거야. 너무 많은 것을 완벽하게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은 없지. 무언가를 책임진다는 건 무거운 짐을 들고 버티는 일이야.
눈이 따뜻해. 아니야 눈이 뜨거워.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과 나가고 싶은 꿈은 어떤 차이가 있지? 현실과 똑같을 거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 좀 더 머무르고 싶은 장소들. 우연히 마주친 아주 오래된 사람. 내가 벅벅 지워낼 수 없는 기억들 속에서 당신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표정으로 나를 마주쳤을까? 손을 꼭 잡는 너의 힘에 빨려 들어가고 싶었어. 물품보관함에 가방을 두고 왔어. 가방을 찾아 다시 너에게로 갈게. 꿈속에서도 가방을 들고 다닐까. 반대편으로 도망쳤지만 깨고 싶지 않은 꿈이었지. 늦잠을 잤어. 창문에서 내가 생각지도 않았던 밝은 빛이 쏟아져 내려와. 이제 일어나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