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를 하고, 숨을 쉬면
안녕하세요, 오늘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평상시라면 지나쳤을 작은 빵집에 들러 요새 그렇게 유행하는 두바이의 디저트를 사셔서 기분이 좋았나요. 아, 그건 어제의 이야기라고요. 오늘 아침, 따뜻한 커피를 내리고 디저트의 포장을 벗겨낸 후 베어 물었더니 아뿔싸! 소면이 들어있는 짭쫀쿠였다고요. 그래서 지금은 어떤 기분 안에 머무르고 있나요? 당혹감과 분노가 차오를 때 저를 마주한 것은 아닐까 솔직히 무섭거든요. 그러니까 우선 입꼬리를 올리고 인사를 해 볼게요. 안녕하세요- 제가 인사의 끝에 툭 뱉는 한숨 같은 웃음은 당신을 비웃는 것이 아니에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다시 마주하게 될 우리 관계가 아직까지 제게 어색하게 느껴져서 그래요.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던져보는 제 수작질이 적응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겠죠. 나는 당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일 수 없고, 지금 당신은 어떤 감정 안에서 숨을 쉬고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어요. 혹시 모르니 우선 환기를 시켜 보아야지- 안녕하세요, 가방에 달고 있는 귀여운 친구들의 이름이 있나요?
나는 변하지 않았어. 주둥이가 달리지 않은 것들에게 말을 걸었지. 잠들기 전 보았던 주말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을 이야기하는 너희들을 보고 나도 그 드라마를 보았어. 주인공을 괴롭히는 언니가 입은 옷이 너무 예뻤는데, 나도 어른이 되면 그 언니처럼 예쁜 옷을 입고, 주인공 언니의 머리 스타일을 따라 해야지. 그땐 집 옆의 우리 할머니도 알고 있는 미용실이 아니라 커다란 미용실로 가서 잡지도 쳐다볼 줄 아는 어른이 되고 말겠어. 너희들은 어른이 되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나는 물어보고 싶지만 참아야지. 쟤는 혼자서 뭘 계속 중얼거리는 거야, 무섭게. 귀신이라도 보나 보지. 너희들이 던지고 있는 말 마을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 표를 주지 않았잖아. 나도 말하고 싶은 것뿐인데. 꾹 참았어야 했는데 내 주둥이가 꾹 다물어지지 않았어. 계속 너희들이 재미있는 말들을 하잖아. 나도 알고 있는데 히히 쟤 이제 혼자서 웃어. 우리 저기로 가자-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길게 느껴진다면 가방에 넣어둔 차가운 음료를 하나 꺼내 마시는 거지. 작은 요구르트, 청회색의 세밀한 분수대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던 물, 옆의 벤치에 앉아 요구르트를 까먹다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크림빵도 나누어 먹었지. 집으로 가면 순식간에 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걸어갈 수 있는 동네들이 늘어났고, 가방이 무거워졌다. 요구르트 대신 눈치를 보며 맥주캔을 따 먹기 시작했지. 노란색을 닮은 레몬맛 맥주캔을 땄고, 진득한 달콤함이 문제였던 것인지 진열장 구석에 세병만 남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던 작은 샹그리아 병을 집어와 보냉 능력이 우수한 작은 텀블러에 각 얼음과 콜라와 함께 친구를 시켜줬으며, 소주에 비해 들큼한 맛은 덜하다며 제사 음식과 함께 정종을 입에 들이부었고, 우도의 땅콩 막걸리를 마셔본 적이 있냐 물어보던 친구의 제안을 수락하다 충청도의 어느 양조장의 땅콩 막걸리를 마시며 뭐 이런 맛이 다 있냐고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랑말랑한 삶은 고기에 걸쭉한 양념이 올라간 김치를 올려먹었다. 남은 것은 병과 캔과 병과 캔과 병. 장 보러 가기 전에 그것도 버리자.
나도 나의 속도와 당신의 속도가 우리의 속도로 부드럽게 변한 기차를 타고 익숙한 밤이 찾아오지 않는, 우리가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백야를 보내고 싶어요. 문제가 많지요, 계기판은 이미 고장이 난지 오래고, 밤에는 잠을 자는 것이 좋아요. 기차역까지 가는 것보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터미널로 가는 것이 저의 출발지에서는 좀 더 편해요. 내 곁에서 살아 움직이는 당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꿈속에서 아른거렸던 너. 그래, 뾰족하게 깎은 연필로 너를 마저 그리는 것이 어제 덮었던 편안한 이불처럼 익숙하지요. 불편한 것은 익숙하지 않아요. 멀어지고 싶어요. 인사를 하지 않았던 이웃에게 인사를 하고 캔을 챙겨드리던 엄마의 모습이 어색했어요. 먼저 인기척을 내는 당신이, 저 할아버지는 리어카에 박스를 모으시면서도 칼각을 지키셔. 원래 어떤 일을 하시던 분이었을까. 먼저 문을 여는 당신이, 그에게서 허락의 웃음을 받는 당신의 입에 남은 한숨이. 나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 있지. 나도 말을 먼저 걸고 싶을 때도 있지. 그런 마음이 들면 나는 그냥 덥석 들어갈 수도 있어. 반응들을 내 경험 안에 넣어둔 적이 드무니까. 해본 적이 많지 않으니까. 망설일 필요도 없지. 거절의 신호를 나는 아직 잘 몰라. 나도 웃음을 받았는데, 뒤를 돌았어. 그대로 지나갈 수가 없었어. 그 웃음을 내가 받아도 되는 것이 맞는지 의아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