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63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육백 삼십 사 번째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우리네 속담이다. 인간의 입에서 나와 목소리로 표현되는 말은 가치의 스펙트럼이 너무나 다양하다. 극적인 예 중 하나가 최근, 콘클라베에서 뽑힌 교황 레오 14세의 명칭인 "레오"는 지금껏 2세 3세하면서 대교황 레오 1세를 본받기 위해 다른 교황들이 선택해 쓰며 이어져 온 이름이다. 레오 1세의 공로는 아틸라의 훈족이 로마 바로 앞까지 당도하자 그와 담판을 해서 돌려 보낸 것으로 잘 알려져 그 공로로 대교황으로 존경받았다.
소수 인력만을 데리고 적진에 들어가 서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훈족을 말싸움인지 설득인지는 모르나 언변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금은보화를 조공으로 받쳤으리란 추측이 유력하긴 하지만, 약탈과 살육으로부터 로마를 구해낸 건 분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의 서희가 담판을 지어 거란을 물린 것으로 유명한 역사가 있고, 서희를 본받자는 취지에서 최근에 외교부 리셉션 공간이 서희홀로 명명되기도 했다.
자 그럼 과연 그들은 어떻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 혹은 말빨이 얼마나 뛰어났을 까? 항상 생각하지만 설득 그리고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것은 철저히 "감정"이고,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설득은 감정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이기 때문에 무미건조한 사실들 예를 들어 "당신이 우리 영토를 침공했소. 백성이 고통받으니 물러나시오!"등의 멘트는 정복자의 입장에서는 그걸 감수하고 들어온 것이라 씨알도 안 먹힐 것이다.
공식적인 토론이나 대담은, 물론 사실들을 열거하며 찬반내지는 의견을 주고 받지만 이 또한 사람은 컴퓨터가 아니기에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서로 주고받은 내용과 내막은 모르지만 누군가가 설득을 하고 또 설득이 되었다면 설득된 사람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 처럼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성과가 하나 없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거나 귀에 쏙쏙 박히는 마법이 될 수가 있다.
일상에서도 흔히 우리들끼리 "네가 T니까 무뚝뚝하고 냉정해"라고 여기는 것은 지나친 오류다(MBTI를 싫어하는 이유중 하나다). 그 사람이 로봇과 같은 이미지로 느껴지는 것은 공감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판단은 틀렸다. 그도 사람이기에 상대방을 배려한다. 다만 언어의 감각이 무미건조한 사실과 결과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상대방 입장에선 "그건 나도 알아!" 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