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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홀로 여행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722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칠백 이십 이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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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7년전? 8년전? 내일로 패스 여행 이벤트에 참가하게 된 풋풋했던 대학생이였던 나는 겨울 어느 시점에 혼자서 짐을 챙기고 안동역을 향해 떠났다. 혼자서 몇박 몇일간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라 다소 긴장되기도 했고 그때 당시는 사회불안이 심했던 지라 여러모로 불편감이 존재했다. 그래도 드립이나 말을 주고받는 일상적인 인간관계의 의사소통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시선과 타인의 생각에 대한 과한 우려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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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을 바라보며 좌석에 앉아 기차 특유의 소음을 즐기고 있었다. 두쿠두쿵~ 두쿠두쿵~ 철도를 밟고 지나가며 터널을 뚫고 마주오는 가까이서 붙어 지나가는 열차도 보면서 안동에 가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할 지 내심기대하고 있었고 장미빛 로망을 꿈꿨다. 처음 해보는 게스트하우스, 어디서 왔는 지 궁금한 전국 각지의 또래들. 행사는 안동에서 집결하여 안동 둘러보기를 마치고 다음 날 각자 알아서 자유 기차표를 가지고 여행을 맘대로 떠나면 되었다.


도착해서 만난 사람들은 지금으로써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본 일정대로 버스를 타고 단체로 이동해서 도착한 장소에서 구경들을 하는 식이었다. 당연히 하회마을을 둘러보며, 또 찜닭을 둘러 앉아 먹으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저녁이 되면서 무슨 다리였던 가? 색깔있는 LED로 꾸며놓은 다리를 한 바퀴 둘러보며 마련된 버스를 타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가며 안동 여정은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각 게스트 하우스에는 6명정도 배치되어 안동에서의 밤을 지내게 되었는 데 하필이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떤 형과 친구, 그리고 내 또래 애들이 술판을 벌였다. 자는 사람 잠 못자게 막 떠들고, 저급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 비호감이 절로 생겨버렸다. 내게 술 먹냐고 물어보길래 "술 못마신다" 대답을 했더니 약간 비꼬는 식으로 말하자 그냥 후딱 들어가버렸다. 방 안에는 여자 애 한명이 이미 잠을 자기 위해 누워있었고 나는 빈 자리를 찾아 잠을 잤다. 여자 애는 시끄럽지 않냐며 나에게 소곤 거렸고 나는 혹여나 술 취해서 방안에 들어와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염려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다행히 별 일 없이 아침이 되었고 어차피 떠나면 남인 그들을 내버려두고 일찍 짐을 챙겨 바로 떠나버렸다. 기차표를 보니 거의 첫 차를 타고 떠난 셈인데, 나의 다음 목적지는 부산이었다. 부산을 홀로 가보는 것도 생전 처음이라 신기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구판 원서를 샀던 경험, 사우나를 좋아하던 나에게 인근 게스트하우스에서 기어코 아침에 찾아간 허심청이라는 "거대한 파라다이스"를 보면서 전 날의 안 좋은 기억이 모두 사라져 버렸던 추억이 있다.


아! 참고로 부산 게스트 하우스에서 마침 똑같이 내일로 체험으로 만나게 된 두 명의 또래가 있었는 데 밤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처럼 혼자 놀러온 그녀에게 호감이 가서 번호를 물어보다가 거부를 당한 안타까운 역사가 있다. 그래서 아픔을 다음 날 허심청의 떨어지는 폭포물에서 달래가며 기운을 차렸던 것 같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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