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추석 그리고 제사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780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칠백 팔십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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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모두 소화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의 하루는 거의 신생아 부럽지 않은 기나긴 수면시간을 보냈다. 일단 "뭔 사냥을 이리도 오래 하고 돌아왔나?" 연신 뭐라뭐라 반가움을 외친 우리집 고양이를 보자하니 비어있는 집에서 혼자 있기 무서웠는지 한풀이를 하는 것 같았다. 또한 시차적응을 다시 하려니 힘이 들었다(? 1시간밖에 되질 않는다). 이제 추석의 한 가운데를 맞이하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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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뉴스를 보니까 이번 추석에 조상님께 제사를 드릴 거냐는 조사에서 내가 본게 맞다면 60%정도가 하지 않겠다 응답했다. 그것을 보아하니 조상님이 하늘에서 울고 계시거나 전통적인 명절의 모습을 선호하는 어르신들은 씁쓸하거나 화가 나실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어떡하나. 시대가 바뀐 것을. 곰곰히 보니 제사에 대한 취지 혹은 명분은 한 없이 약해지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된 생각들밖에 들지 않기 때문에 남녀노소 이제 지치지 않았나 싶다.


친척들 만나서 부대껴야하지, 제사 준비하느라 누구 얼마 내고 뭐 준비해야하는 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줄 리더 같은 어른들이 필요하지, 음식 장만 하는 데 같이 신경써서 손을 써야하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친척 간 서운함과 경제적 출혈,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만 한 가득 안고 돌아오니 제사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을 리 만무 하다. 말이나 함부로 하고 어차피 안 보면 남인 친척을 보며 내 돈까지 낼 바에얀 집에서 가족끼리 여행이나 가는 게 더 속 편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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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모습을 잃어가는 작금의 추석을 안타까워하는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어휴 조상님은 생각도 안하고 지들만 편하자고 그러네. 라떼는 내색 하나 없이 모두가 뭉쳐서..." 예전에는 그러하지 아니하셨다 생각하실 수 있다. 근데 우리 좀만 더 줌 아웃을 해보자. 더더 줌 아웃.. 조상님께 대한 감사를 표하는 방식은 아주 오래 전 옆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간소하게 변해왔음을 알 수 있다.


위의 사진은 고헤이라는 종이를 늘어뜨린 지팡이인데, 본래 신사에서 자신들의 소중한 예물을 바치며 신께 제사를 드리던 방식에서 유래한 물건이다. 사람들이 각자 수작업으로 만든 천이나 직물들을 바치면 천을 조심히 꽂아서 사제가 대신해서 신에게 "저 이것을 바치니까 이뻐 해주세용"하며 흔들어 대던 물건이 바로 저 고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자기들 입기도 바쁜 천을 갖다 바치기가 일반인들은 힘들었던 모양인지 점차 간소화 되어 그나마 마련하기 쉬운 종이로 대신해 상징화하여 꽂아 흔드는 게 가장 일반적인 모습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 말은 우리나라 추석의 조상님께 드리는 제사의 모습이 사라지거나 변하듯, 일본인들도 각자의 신(조상도 포함)에게 귀한 것을 바치던 제사의 모습이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비교적 간단하게 바뀌어 왔음을 보면 만국공통임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조상님의 조상님 시절에도 오늘날과 같이 "의식의 간소화"들이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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