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텐셜리스트 '지혜'님
올해 읽었던 책 중에 기억에 남는 책 한 권을 꼽으라면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다. 너무나 사소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한 내용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법칙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라는 챕터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습관의 소중함에 대해 깨달았고 그 이후부터 일어나자마자 '이불 개기'를 하게 되었다.
이불 개기가 습관이 되어갈 무렵, 인터뷰이로 지혜님을 추천받았고 유튜브를 통해 먼저 그녀의 일상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혜님은 브이로그에서 자신의 하루 루틴을 공개했는데 우연찮게도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이불 개기'였다. 그것에 이어 한 시간 가량의 명상을 매일마다 실천한다고 말했다.
단지 영상으로 만났을 뿐인데도 뭔가 낯익은 모습, 같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나와 비슷한 루틴을 가진 지혜님의 일상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같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이 주는 느낌보다 더 큰 끌림이었고 그래서 나는 유레카를 외쳤다.
"10월 포텐셜리스트를 찾았다."
Q. 모닝 루틴이 독특하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를 정리하고 한 시간 가량 명상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런 루틴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A. 한 시간 명상은 엄마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고 이제는 하루 루틴 중 하나이다. 저녁에 와서 하면 피곤하고 귀찮고, 종종 빼먹게 돼서 아침 루틴으로 넣었다. 머리도 맑아지고 아침에 큰 걸 해냈다는 뿌듯함도 생긴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개는 건 무언가 실행할 의지를 주는 것 같아서 잊지 않고 먼저 한다. 이불 개기는 쉬운 일이면서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청소하기, 설거지 하기 등 일단 몸을 움직이면 뭐라도 하게 된다.
이불 개기를 하면 뭐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처럼 브이로그를 통해 보여준 그녀의 일상은 사소한 일부터 중요한 모임까지 연이은 스케줄의 연속이다. 굉장히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지혜님에게 물었다.
Q. 유튜브와 블로그 글쓰기, 독서모임, 영어 스피치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 영상을 보니 아침에 일어나 새벽 4시까지 쉴틈 없는 주말을 보내기도 했다. 이 모든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작은 시작이었던 것 같다.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해서 규모를 키우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으로 만들고 싶었다.
대학 마지막 기말고사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났는데도 취업이 안되었다. 성격상 자소서에만 매달리는 건 못하겠고, 하고 싶었던 걸 찾다 보니 유튜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영상을 예쁘게 만드는 것 자체를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유튜브 채널을 열고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블로그는 책을 내거나 글로 소통하고 싶다는 니즈가 있어서 시작하게 되었고 요즘은 내 이야기를 많이 남기고 있다. 영어 스피치 모임은 새로운 것을 해 보고 싶다는 가벼운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모임 멤버들과의 유대감이 생겨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Q. 다양한 도전을 많이 해 온 것 같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잘한 도전이 있다면 무엇인가?
A. 퇴사 후, 창업에 도전했다. 1인 창업가로서 '영어회화 독학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개설하고 직접 판매했다. 초반에는 정말 막막했다. 자세히 알려 주는 사람도,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봉사나 알바로도 수업을 해 본 적 없었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이나 다름없었다. 준비 없이 개설을 했고 수강생이 생기니 받았다.(웃음) 스크립트나 PPT 하나 없이 강의를 하면서 하나씩 자료를 만들고 수강생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을 계속해나갈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결국 지금은 다시 회사에 들어가 일하기로 결심한 상태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강의나 판매 스킬도 많이 배웠지만 그것보다 더 큰 수확은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지, 또 어떤 모습의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Q.지혜님은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커리어 측면에서 최종 목표가 있는가?
A. 새로운 무언가를 (프로젝트든 상품이든 커뮤니티든) 만들어 내고 싶다. 또 그것이 사람들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이면 좋겠다. 깜냥이 크진 않지만 작게라도 무언가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일을 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여러 도전을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형태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가장 우선순위로 두는 것은 무엇인가?
A.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인가? 이 질문을 떠올린다. 나는 소위 말하는 ‘다능인’ 기질이 있다. 관심사가 우후죽순 바뀌고 새로운 영감을 얻거나 지식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게 항상 많았고,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종종 떠오른다. 그러면 일단 키워드만 기록 해 두고, 실행 프로세스를 적어본다. 그 과정에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려운(?) 느낌이 들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하지만 지금 책임지고 있는 일과 동시에 할 수 없는 도전이라는 판단이 들면 이 질문이 길잡이가 되어준다.
now? or later?
예전에는 도전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시작한 도전에 책임지고 끝까지 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중에도 할 수 있는 도전이라면 지금을 위해 잠시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기다린다. 다음 기회가 올 때까지.
도전하고 배우고, 영감을 얻는 것을 좋아한다는 지혜님에게도 우울한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굉장히 사적이고 어려운 질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에 답해주었다.
Q. 유튜브 영상에서 고등학교, 대학시절 때 우울증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또 어떻게 극복하게 되었나?
A. 고등학교를 기숙학교로 들어갔는데 당시 24시간 짜인 생활을 하다 보니 우울 포텐이 터졌다. 어릴 때 갖고 있던 트라우마들이 방치된 채 있다가 공부하는 도중에 불쑥불쑥 기어 나오는 경험을 했다. 그때 내 마음을 하나씩 친구들과 선생님께 털어놓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러 가고 책을 읽으면서 긍정 마인드를 찾아갔다. 긍정의 힘으로 수능을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 달리 결과가 좋지 않았다. 재수는 승산이 없어 보였다. 들어 본 적도 없는 학교에 가서 인생 망하는 거 아닌가 싶은 좌절감이 컸다. 마음이 쿠크다스보다 약했다. 그때 학교에서 안 좋은 사건이 터졌는데 나의 엇나간 마음 때문에 그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사건 이후 '학생통역협회’라는 곳을 가입했다. '군대식으로 신입회원들을 훈련시키고 진정한 프로 통역인으로 거듭나게 한다'라는 미션의 교내 협회였는데 여기 과제가 어마어마했다. 진짜. 거의 밤 안 새면 못할 정도의 양인데 이걸 해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그 이후로 뭔가를 시도할 때 두려운 일이 생기면 ‘우울증도 두 번이나 극복할 만큼 나는 강해’라고 스스로 생각해왔다. 5년, 10년 전이라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월간 포리 감사합니다 ^^
Q. 나를 해시태그로 표현하자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레스너
레스너’는 Lessonor인데 어떤가?(웃음) 나는 사람들과의 대화, 했던 일, 책, 영상 등 모든 사건에서 ‘교훈’을 찾는 편이다. 그래서 글을 쓰거나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 '오늘의 배운 점’에 대한 것이나 피드백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교훈충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보다는 더 세련된 언어 '#레스너'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10년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나는 키가 작은 편이었다. 그래서 키 때문에 태권도, 줄넘기 등 다양한 처방 같은 운동을 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스무 살 이후 필라테스, 발레, 요가를 시작하면서 '이걸 10년 전부터 해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를 안 하는 편인데 운동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10년 전 나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혜야, 발레를 시작하렴. 안되면 필라테스나 요가를 하렴. 요즘은 레깅스만 신고 가볍게 운동하는 곳도 많고 비싸지도 않단다. 근데 라인이 달라지고 몸이 가벼워지고 숨어있는 키를 찾아줄 거야. 그리고 넌 공부 열심히 해도 수학 머리가 안돼서 정시는 어려우니까.. 그냥 운동하고 피아노 계속하고 좀 놀아도 될 듯해.(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