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사
코로나 이후 여행이 몹시 그리웠던 나는 등산을 시작했다. 지난달 북한산을 시작으로 인왕산과 매봉산그리고 오늘은 도봉산을 다녀왔다. '등린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할 정도로 요즘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화려한 차림을 한 등산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처음 산행을 했던 3주 전, 북한산을 오르겠다 마음먹었던 것은 그저 여행과 비슷하게 떠나는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핸드폰이나 지도 없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공간을 간다는 것에 설레었다. 코로나 블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밖에서 활동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산다. 좋아하는 여행을 가는 게 쉽지 않다 보니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랄까.
여러분은 등산을 생각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나에게 등산은 중장년층들의 취미다. 나이 든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하는 취미이자 부장님들이 심심할 때 제안하는 워크숍 같은 것. 등산에서 불륜이 많이 일어나고 취한 등산객들 때문에 사건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오래된 관념 때문에 등산은 나에게 비호감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등산에 빠지다니!
나는 등린이지만
마음만은 히말라야에 가 있다.
예전의 나처럼 누군가는 '내려올 것을 뭐하러 올라가나요?'라고 질문할 것 같다. 그런데 등산의 목적은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순간순간 좋은 판단(어떤 바위를 밟아야 하는지)을 하고 안전을 위해 엄청나게 집중하는 것, 그 자체가 등산의 목적이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게 되면 머릿속에 온갖 잡생각과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등산은 적은 비용으로 단 기간에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다.
오늘 나는 도봉산 바위를 맨손으로 해 집으며 올라갔다가 네 발로 내려왔다. 산길이 험하기도 하고 또 등산 장비를 잘 챙기지 않아서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등산코스 난이도가 높을수록 내가 느끼는 성취감은 더 크다.
예전 생각이 난다. 부장님도 그래서 산에 가자고 하셨던 것일까. 나는 이제야 등산을 좋아했던 어르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