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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Oct 10. 2020

등산을 좋아했던 부장님을 이해하게 되었다.

초미의 관심사

코로나 이후 여행이 몹시 그리웠던 나는 등산을 시작했다. 지난달 북한산을 시작으로 인왕산과 매봉산그리고 오늘은 도봉산을 다녀왔다. '등린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할 정도로 요즘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화려한 차림을 한 등산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처음 산행을 했던 3주 전, 북한산을 오르겠다 마음먹었던 것은 그저 여행과 비슷하게 떠나는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핸드폰이나 지도 없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공간을 간다는 것에 설레었다. 코로나 블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밖에서 활동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산다. 좋아하는 여행을 가는 게 쉽지 않다 보니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랄까.


여러분은 등산을 생각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나에게 등산은 중장년층들의 취미다. 나이 든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하는 취미이자 부장님들이 심심할 때 제안하는 워크숍 같은 것. 등산에서 불륜이 많이 일어나고 취한 등산객들 때문에 사건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오래된 관념 때문에 등산은 나에게 비호감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등산에 빠지다니!




나는 등린이지만
마음만은 히말라야에 가 있다.


예전의 나처럼 누군가는 '내려올 것을 뭐하러 올라가나요?'라고 질문할 것 같다. 그런데 등산의 목적은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순간순간 좋은 판단(어떤 바위를 밟아야 하는지)을 하고 안전을 위해 엄청나게 집중하는 것, 그 자체가 등산의 목적이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게 되면 머릿속에 온갖 잡생각과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등산은 적은 비용으로 단 기간에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다.


오늘 나는 도봉산 바위를 맨손으로 해 집으며 올라갔다가 네 발로 내려왔다. 산길이 험하기도 하고 또 등산 장비를 잘 챙기지 않아서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등산코스 난이도가 높을수록  내가 느끼는 성취감은 더 크다.


예전 생각이 난다. 부장님도 그래서 산에 가자고 하셨던 것일까. 나는 이제야 등산을 좋아했던 어르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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