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사
몇 해 전 일이다. 나는 터키를 여행하면서 예쁘게 엮어진 천, 독특한 문양의 타일, 전통적이면서도 매력이 있는 장식들에 한참 빠져있었다.
여행의 기분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한국에 돌아가기 전, 카펫 하나를 장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로컬 유명한 시장에 찾아가 이것저것을 들추어보며 물건을 선별했다.
마음속에는 딱 한 가지의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
'내가 산 물건이 made in China이면 안돼.'
12시간 비행기, 터키 내에서의 이동, 어렵게 계획하고 온 여행, 이 모든 것에 상응하는 기념품을 골라야 했다. 그것에 '차이나'가 쓰여 있다면 뭔가 맥이 탁, 풀릴 것 같고 배신감을 느낄 것 같았다. 나는 진짜 손으로 짜인 말 그대로 명품 카펫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시장 상인들은 한 시간 가까이 의심스럽게 카펫을 들추는 나를 보며 처음에는 관심을 기울이다가 내가 고약한 의심쟁이라는 것을 안 순간, 빨리 나가줬으면 하는 시선을 보내왔다. 하긴, 지갑에서 돈 꺼내는데 오래 걸리는 손님을 장사꾼들이 달가워할 이유가 없다. 몇 차례의 시도에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지 못해 포기하던 찰나, 내가 묵은 집주인 아저씨의 창고에서 겹겹이 쌓여있던 카펫을 보았다. 주인아저씨는 마을 사람들이 만든 카펫을 대신 팔아주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나는 카펫을 좀 볼 수 있는지 물었고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물건을 보여주었다.
나는 아저씨에게 진짜 카펫과 가짜 카펫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Q. 터키에서 정말 많은 카펫을 봐왔는데 모두 자신들이 직접 짠 물건이라고 얘길 했다. 그런데 간혹 made in China가 있을까 봐 아직까지 구매하지 못했다. 나는 진짜 터키 카펫을 갖고 싶다. 어떻게 하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을까?
주인아저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A. 그건 쉬워, 카펫 뒤를 들추어보면 바로 알 수 있지. 왜냐면 진짜 카펫은 '실수한 자국'이 남거든. 실을 잘못 넣었다거나 꼬여있다가 다시 풀린 부분이 있다거나 이따금씩 방향이 다른 선이 있다거나 말이야. 그런 게 진짜야. 실수가 하나도 없이 매끈하다면 그것이야말로 공장에서 만들어진 카펫일 거야.
그 말을 듣자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왜냐면 나는 아주 매끈하고 실수 없이 완벽한 카펫이 진짜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은 흠집이 있는 물건이 질이 나쁜 가짜라고 생각했었다.
주인아저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펫들을 뒤집어 하나하나 실수가 있는 부분을 짚어줬다. 꽤나 자세히 보아야 알아차릴 수 있는 그 실수는 어떤 카펫에서는 세 개, 또 다른 카펫에서는 다섯 개가 있었다. 카펫의 흔적을 본 다음, 이 흔적들을 다시 고쳐나가려고 애썼을 손가락들이 상상했다. 중도에 포기하고 새로 짤까 아니면 어떻게든 이 매듭을 이어나갈까 주저하는 순간들이 그려져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이상하게 진짜 카펫을 산 것처럼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주인아저씨가 해 준 그 말이 기념품처럼 내 마음속에 남았다.
그래서인지 가끔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아저씨의 미소 띤 얼굴과 그때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진짜 카펫은 실수한 자국이 남거든.'
이 말처럼 진짜 인생도 실수한 자국이 많은 인생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