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사건노트 3
지난 11월과 12월에는 개인적인 사건이 많아서 글을 도통 쓰지 못했다. 그리고 이 기간은 고모의 몸도 마음도 힘들어 나와 대화를 나누기도 힘든 시기기도 했다.
지난 글에서 내가 회의적이었던 '그룹사 사장님에게 문자 보내기' 전법은 역시나 회의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그 분은 내 글을 어딘가에서 퍼온 다른 회사 이야기의 글로 인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내 글을 제대로 안 읽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내가 너무 그 호텔이 어딘지 모르게 했나보다.
이미 이 싸움은 고모 만의 싸움이 아니게 되었다. 고모 편을 들다가 부당 대우를 또 겪게된 다른 동료들이 생겼고 그들 역시 회사를 상대로 정식으로 싸움을 시작했다. 회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이런 민감한 노동 이슈에 대응하는 방식이 호텔의 규모와는 매우 맞지 않게 수준이 낮았다.
그렇기에 고모에게 나는 고모의 회사가 좀 더 드러나게 밝히며 쓰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미디어사와 노동 관련된 단체 등에도 제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모는 일단 자신이 최대한 해결을 해보고 싶다고, 자신의 힘으로 명예를 회복하고 싶고, 노동자도 정당한 권리를 지켜낼 수 있도록 당당하게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동료들에게 보여줌으로서 다른 동료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고모의 의견을 존중하기에 우선은 이 다음 단계에 고모가 계획하는 싸움까지는 기다리기로 했다. 그 곳이 어딘지 알 수 있게 밝히면 이걸 빌미로 우리 고모를 또 공격할 수 있으니, 이 다음에는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것들을 착실하게 마무리 한 뒤에는 내 뜻대로 해버릴거다.
하여튼, 지금 고모는 갑자기 호텔의 설거지를 하는 부서로 이동되어 하루 종일 설거지를 하면서 근육통과 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평생 사무직으로 서비스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고강도의 육체 노동을 하는데다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잠도 잘 자지 못하니 살이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위안은 이동한 부서의 사람들이 고모를 따뜻하게 챙겨주신다는 거였다.
그리고 드디어 '이 사건의 징계는 부당하다'는 지노위의 판정서가 도착했다. 상대 측에서는 기존의 담당 노무사를 바꿔서까지 대응했지만, 누굴 데려와도 상관 없다는 고모 측의 담당 노무사님의 확신대로 역시 고모가 이겼다.
판결문 내용을 보면서 다시 한번 분노가 솟구치며, 솔직히 그냥 이대로 아예 판결문을 다 까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그들에게 괜한 시비꺼리를 만들어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면서 분노를 눌렀다.
이번 설 명절에는 드디어 고모와 만나기로 했다. 이 때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대책을 세우고 그 기록을 남겨야겠다. 그리고 그동안의 밀렸던 '사랑해'를 가득 전하고 많이 안아줘야지. 우리가 같이 있다는 것, 우리가 지킬거라는 거 몇 번이고 계속 말해줄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