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사용하고 쓰는 찐찐찐 후기
우리집은 경기광주에 있는 43평 빌라다. 2024년 9월, 세입자가 나가자 마자 바로 인테리어를 시작했고, 10월 말에 이사를 끝냈다.
세입자가 집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놨을 거라는 가정 하에 그럴바엔 새로 고치자는 생각 + 우리집 더부녀인 동생의 가족 합류로 인해 인테리어를 결심했다.
세입자는 여러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는데, 몇몇 이웃들이 우리집에서 악취가 자꾸 난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그 사람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과 도시괴담 같은 몇몇 이야기들이 있어서 그냥 막연히 뭐...집이 만신창이겠구나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어차피 지은지 10년도 되어 가고, 내 취향과 맞지 않는 인테리어였던지라 오히려 좋아~한 마음도 맞뭍린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동생의 공간도 주면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 갈 우리의 앞으로의 삶이 우리집에 녹아들어 있었으면 했다.
1. 가족이 모여서 대화하기 편한 환경이어야 한다.
2. 강아지들의 쓸개골 탈구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3. 각자가 원하는 바가 녹아든 공간이 존재해야 한다.
4. 화이트 우드 컨셉이어야 한다.
5. 멀쩡한 부분은 괜히 바꾸지 말고 깨끗하게 잘 쓰자.
이렇게 원칙을 정하고, 우리는 '오늘의집'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찾았다. 여러 업체를 두고 고민을 한 끝에 시원시원하고 현실적인 상담을 해주신 실장님이 계셨던 '아이케이디 디자인'이라는 업체로 결정했다.
내가 이런 식으로 오늘의집 3D 인테리어 서비스를 활용해서 원하는 방향성의 도면과 레퍼런스로 생각한 이미지들, 각 방 마다의 요구사항을 정리해서 들고 갔는데, 실장님은 나를 까다로운 고객으로 보기 보다는 확실해서 소통하기 편한 고객으로 보면서 최대한 원하는 방향에 맞춰주기 위해서 노력해줬다.
그리고 실제로 인테리어가 진행되는 내내 거의 매일 현장에 와서 진행 상황을 챙기고 공유해 주시고, 촉박한 일정에도 이사 목표일을 맞출 수 있도록 많은 조율을 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던 주방과 식탁에 어울리는 예쁜 등을 이사 선물로 해주시는 센스까지! 이후에 발생한 몇 가지 사소한 문제들에서도 A/S 처리도 완벽하게 해주셨다.
<2. 강아지들의 쓸개골 탈구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항목으로 인해 바닥을 따로 하고, <5. 멀쩡한 부분은 괜히 바꾸지 말고 깨끗하게 잘 쓰자.> 항목으로 인해 화장실이나 베란다, 현관 쪽의 인테리어는 빠지는 공사라서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 않아서 남는게 별로 없으셨을 것 같은데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해주신다는 것이 매번 연락 때마다 느껴졌다. 진심이 와닿게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인데 그걸 잘 해내는 사람을 만나다니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것도 내가 조명이나 일부 영역은 손을 댔던 것인데, 원래 이 집을 구매할 때는 모던함과 중년 여성이 좋아하는 프로방스함의 끔찍한 혼종이었다.
주방의 경우가 특히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 집이 중년 여성을 타겟으로 지어졌다 보니 싱크대 높이가 너무 낮아서 남편이나 나 둘 다 늘 허리가 아파서 불편했었다.
생각보다 세입자가 집을 깨끗하게 쓰고 나가서 놀랐는데, 이웃들이 알려준 정도로 악취라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오랜 기간 환기를 시켰다.
주방이 철거된 사진을 받았을 때의 희열이란! 이상한 주방 아트월도 떼어내자 십년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했다. 그리고 철거를 하면서 인테리어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안방 붙박이장을 떼어내자 곰팡이 쇼크, 거실 화장실 도기 교체를 하려다가 거대한 응아 + 전자담배로 변기 막힘 쇼크가 연속되며, 어차피 고칠 거니까 넘어가지만 이대로 살게 되었다면...세입자를 매우 미워하게 될 뻔 했다.
주방이 가장 품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주방 쪽에 창을 뚫어놓은 것 같은, 오픈 주방형 가게를 운영하는 레스토랑처럼 가벽을 세우고 싶다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실장님은 이런 형태는 처음이라며 다소 난감해 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구성안을 제안해주셨다.
우리집은 안방이 신기할 정도로 매우 컸는데, 조금 더 안정감 있게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 가벽을 세워 드레스룸과 침실 공간을 분리했다. 드레스룸 부분은 원래의 붙박이장을 떼어내고 시스템 붙박이 가구를 들였다.
그리고 수납 공간으로서 별도의 붙박이장 더 짰다.
가벽을 세우거나 붙박이장을 만드는 등의 추가하는 작업이 끝나고 나서, <4. 화이트 우드 컨셉이어야 한다.>를 반영하기 위해 문틀과 벽 등에 우드 시트지, 화이트 벽지 시공을 시작했다. 문도 교체했다.
가족이 소통하고 함께 오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했던 우리의 의도대로 우리집은 멋지게 변신했다. 새로 구매한 가전이나 인테리어 소품이나 도구 등을 제외하면 3,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우리 셋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집에서 나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늘 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집에서 안 나가고 생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질 정도다. 우리가 세웠던 원칙에 모두 맞아 떨어진 만족감이 제일 컸다.
1. 가족이 모여서 대화하기 편한 환경이어야 한다. → 주방과 거실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2. 강아지들의 쓸개골 탈구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 하임이는 걷다가 미끄러지는 것이 줄었고, 츄츄는 마구 뛰어다녀도 금새 멈출 수 있께 되었다. 쓸개골 탈구를 예방 해주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둘 다 덜 미끄러진다.
3. 각자가 원하는 바가 녹아든 공간이 존재해야 한다. → 우리 셋다 각자의 공간에서 원하는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 서로 방해를 주지도, 받지도 않고 언제든 가능하다.
4. 화이트 우드 컨셉이어야 한다. → 이미지 그대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5. 멀쩡한 부분은 괜히 바꾸지 말고 깨끗하게 잘 쓰자. → 화장실의 도기만 바꾸면서 화장실, 현관, 베란다에 들어가는 인테리어 비용을 세이브 했고, 기존 가구들 중 일부는 우드 시트지를 여유있게 구매해서 직접 리폼을 하면서 분위기를 맞췄다.
물론, 하자도 있었다. 거실 아트월의 스위치 부분에 시트지가 갈라진 현상, 싱크대에 누수 현상, 싱크대 장의 수평 오류, 동생방 붙박이장 안의 옷걸이 공간이 틀어져 있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실장님이 빠르게 처리해주신 덕분에 2주 내에 모든 것들이 말끔히 해결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아무런 하자가 발생되지 않았다.
내 나름에 큰 비용을 썼지만, 43평 집을 3,000만원 수준에서 이 정도로 리모델링 한 것은 잘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집에서 우리의 웃음이 많아졌다는 것에, 이보다 훌륭한 소비가 있을까 싶다. 결론은 대!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