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Forward 프로젝트, 시작의 이야기
2014년 유방암 환자가 된 뒤, 암 졸업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그 때 아래의 글을 올리면서 '다른 환우들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줄여주고 희망도 생기게 해주는 다양하게 시도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25년에는 바로 이 도전을 하기로 했다.
암 이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Step Forward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암 이후의 삶에 대해서 늘 고민해왔고 그 새로운 삶을 만들기 위해 많은 도전을 했다. 나의 삶이 암을 겪기 전보다 겪은 후가 더 만족도가 높은 삶이 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암이 나의 약점이 되기 위해 찾아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정작 '지금'의 내가 누려야 할 시간들을 놓치고 있는 나에게, 젊음을 맹신하여 건강을 뒷전으로 하던 나에게, 나를 아끼고 있던 운명의 경고였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암과 함께 한 시간은 스스로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우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나에게는 암 이후의 삶이 더 좋은 삶이 될 수 있는 많은 경험들이 축적되었다.
그 경험들을 살려서, 암 환자 및 그 가족들의 사회 복귀와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위로나 응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그들 스스로 희망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이 프로젝트의 활동을 통해서 정부나 사회의 지원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게 만들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역할 복귀와 경제적 활동 참여를 돕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암 환자 및 그 가족들은 암과 만나는 순간,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가족 관계 측면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한다. 치료가 끝나더라도 삶은 완전히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다양한 도전이 남아 있다. 겪고 있는 병의 괴로움과 어려움이 끝나기도 전에 암 이후에 찾아오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 새로운 목표 찾기의 어려움 등이 더해지게 된다.
의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암 환자가 이겨내야 하는 치료의 시간들은 매우 고통스럽다.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이 다방면에서 찾아오고 그 과정에서 가족들 역시 힘들어지게 된다. 그런데 더 힘든 것은 치료가 암 투병 이후에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아직 우리 사회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참 아쉽게도 우리 사회는 이 부분에 대해 무관심 하다. 어떤 사회적인 장치가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건 아닌가 싶어서 자료 조사도 했는데, 암 환자의 재취업률이 30% 남짓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관련해서 어떤 개선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도 없거니와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사회적인 장치가 너무 미흡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암은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6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약 38.1%로 국민 3명 중 1명 꼴로 걸릴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너무 흔한 질병인데, 이렇게까지 후속 대응이 안되었을지는 몰랐다. 치료를 받는 것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도 대응이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암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챙겨지지 않는 것이가 싶기도 했다.
암 환자들 커뮤니티를 가보면 잘 안 풀리고 잘 안되고 우울한 이야기들이 많다. 다들 이 상황에 대해 서로 위로 받고 위로 해주며 응원을 하느라 그렇다. 그런데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해서 그런 것만 보면 그것이 당연하고 일반적인 것이라고 느끼게 된다.
암에 걸리면 그렇게 우울한 상황이 오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좋은 상황이 생기면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다른 안 좋은 상황의 사람에게 자랑처럼 느껴질까봐 미안해서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암 투병을 할 때 일부어 암 환우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의 활동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기는 했지만, 다양한 불안감에 대한 이야기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분위기가 가져오는 마이너스 기운이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암에 걸렸어도 잘 사는 사람들이 보여져야 희망이 생기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거기에 내가 잘 이겨내는 내용의 글을 썼다. 이것에 공감해준 친구들이 생겨서 그들과는 지금도 인연을 맺고 있고 모두 빠짐없이 다들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서로가 긍정적인 기운을 나누면서 암을 즐겁게 이겨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내가 이런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나에게 너무 잘 맞는 프로젝트라면서, 내가 꼭 이 일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들이 나에게서 얻은 용기와 희망을 분명 다른 누군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나를 지지해줬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반드시 내 계획대로 만들어 나가며 성과를 이룰 것이다.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암 생존자로서 어떤 삶을 만드고 하는지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암 생존자로서의 내 이야기와 내 생각을 전하며, 내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찾아낼 거다.
그리고 그들과 커뮤니티를 만들고 암 환자 및 그 가족들이 암 이후의 삶을 같이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고, 나아가 사회적인 장치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지속가능성 있게 동작할 수 있게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으로서, 브런치에 긍정적이면서 진취적인 암 환자였던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는 것부터 하려고 한다.
실제로 내가 암 선고를 받고, 항암을 하고, 수술을 하고, 장기간의 약물 치료를 하고, 다시 사회로 복귀해 열정적으로 일하고, 재발의 가능성으로 다시 수술을 하고, 다시 회복하여 완치 판정을 받는 그 모든 과정에서 내가 느낀 불안감, 어려움, 괴로움,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고 즐거움, 행복함, 감사함은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그래서 이제 암 생존자 1년차로서 새롭게 만들어 가는 내 삶에 대한 이야기까지! 내 경험을 진솔하게 매주 풀어내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이것을 계획대로 정말 실현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역량을 생각했을 때는 특히 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경험자로서 암 환우들의 Pain Point를 잘 알고 있다.
최근 2년 간 나는 200명이 넘는 취준생과 경력자들을 대상으로 취업 컨설팅, 커리어 컨설팅을 했고, 리더십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강의를 한 경험이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 다양한 기업의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실무자와 리더로 근무하면서 누군가를 교육할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근 D2C 비즈니스와 해외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기업들과 함께 하면서 재택근무나 프로젝트 단위로 근무를 희망하는 사례를 많이 경험했고, 실제로 경단녀였던 주변 지인들을 연결시킨 경험이 있다.
컨설팅을 통해 매출을 상승시키고 시장을 확장한 경험이 있다.
이 프로젝트가 내가 계획한대로 잘 운영해보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회적 기업으로 탄생하는 것까지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라고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는 많은 실험과 도전을 해야겠지. 나 혼자는 힘들겠지만, 나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같은 의지를 가진 분들이 함께 해준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가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내가 암 이후의 삶을 더 만족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 그것을 꿈꾸는 사람을 단 한 명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끝까지 해보려고 한다. 그것이 암 생존자로서 나에게 주어진 사명감이자 의무라고 믿고!
제 생각에 공감하시는 분들은 https://litt.ly/jiniworld 페이지에서 '알림 신청'을 부탁 드립니다! 상반기에는 소그룹의 커뮤니티를 모으고 활성화 하는 것이 목표고, 하반기에 실제로 앱 서비스로서 프로토타입까지는 만들어 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1분기 안에 온라인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4~5월의 어느 날씨 좋은 날에 오프라임 모임을 진행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단, 오프라인 모임의 경우에는 지금 항암 중인 암 환자들은 면역력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가능하면 온라인으로 참여하시도록 할 것이고, 오프라인 모임 장소는 좀 더 탁 트인 공간에서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