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 노연상 멘토님
제가 늘 멘토님들께 인생에 대한 질문들을 되게 많이 하는데요.
저도 이제 나이 들면서 막 깨닫는 것들이 많고 이러다 보니까 나보다 더 앞서서 살아오신 멘토님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참 궁금하더라구요. 인터뷰 질문들이 각 질문 별로 키워드가 있긴 하지만 내용들이 크게는 ‘인생’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모이는 느낌이실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오늘 멘토님의 인생에 대한 여러 질문을 드리게 될 것 같은데, 제가 질문 대마왕이라 양해를 미리 부탁 드리구요. (웃음)
우선, 첫 번째로는 멘토님께 인생이 제일 중요한 거는 뭐고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해요.
우리 찌니님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이 질문지를 받고 내가 되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찌니님에게.
보통 젊었을 때 이런 인터뷰를 하게 되면 인터뷰를 하면서 미래를 그려보는데, 나이가 들어서 이런 질문을 받으니까 내가 지나간 세월을 정리해 보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질문지를 받고 ‘아, 이거는 듣고 막 대답하는 것보다는 좀 미리 생각을 해 둬야 될 것 같다’하면서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질문들이, 인터뷰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게 주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살아온 생에 대해서 짚어야 될 것들을 오히려 짚어주는 그런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인터뷰 날 꼭 감사 인사를 전해야지 했어요.
아…멘토님, 역시 너무 멋있으세요. 제가 드린 질문의 수준을 이렇게 높게 만들어 주시다니!
진짜 너무 감동이고 저야말로 많은 고민을 해주시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인터뷰를 요청해줘서 내가 고맙죠.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 인생에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뭐냐…이 질문을 받고 진짜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이 질문을 받으니까 내 머릿 속에 늘 존재하는 생각들, 지향하는 것들, 좋았던 일, 나빴던 일, 공식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에피소드 등 수많은 나의 이야기들이 떠오르더라구요.
그 수많은 이야기들을 펼쳐 놓고 정리해보면서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2가지로 정리했는데요. 첫 번째는 경제적 여유다, 이 말을 하고 싶어요. 보통 돈 이야기하기가 껄끄럽고 그런 이야기를 처음으로 내세우는 건 이상할 수도 있는데…(웃음)
여하튼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첫 번째가 경제적 여유, 이겁니다. 이게 저의 어린 시절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우리 집안은 제법 괜찮은 집안이었어요. 아버지가 건강하셨다면 내가 꽤 유복한 환경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 아버지가 건강이 일찍 안 좋게 되셔서 벌이도 없고 집에만 누워 계셔서 경제적으로 집안이 굉장히 어려워졌어요. 내가 대학 다닐 때는 집에 빚만 남았었지요. 생존에 위협을 받는 그런 세월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원대한 포부로 내가 뭘 이루고자 한 것 보다는 일단은 생존을 하기 위해서 내가 열심히 살았고, 그러다 보니 대표이사도 하고 부회장도 하고 그렇게 된 거라서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에 ‘경제적 여유’가 빠질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경제적 여유가 생겼기에 지금 내 인생이 만족스럽느냐 하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에요. 나는 ‘자존감’ 이게 내 인생의 두 번째로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말하는 자존감은 ‘대중의 미망에 휩쓸리지 않는, 나의 중심이 또렷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힘’을 말하는데, 경제적 여유를 추구하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간과하는 상황들이 생기게 되는데 나는 자존감이 나를 잘 지켜주었던 것 같아요.
여하튼 이렇게 나는 경제적 여유와 자존감, 이 두 가지에 내 인생에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어요.
굉장히 솔직한 답변이셔서 저는 오히려 너무 좋은데요? 사실 멘토님이 네이버에 검색만 하면 나오시는 분이시다 보니 괜히 먼 곳에 계시는 분 같고 그랬는데, 솔직하게 진실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너무너무 친근감이 생겨요.
그럼 멘토님이 대중의 미망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경제적 여유를 추구해 오신 지난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라고 할만한 사건은 어떤 것들이 있으셨을까요?
터닝 포인트라고 하면 뭐 인생에 훌륭한 분을 만났다, 어떤 인사이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던가 이런 것들을 주로 말하겠지만, 저는 어떤 실패나 시련,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걸로 좌절하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걸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도전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그런 계기들이 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까도 잠시 이야기 했지만 우리 집안이 괜찮은 집안이었단 말이죠. 우리 할아버지도 그렇고 아버님도 참 똑똑하셨어요. 학력도 좋고 지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집이 부자는 아니어도 먹고 사는 걱정은 없는 집안이었고 말이죠.
그런데 아버님이 병이 생기시니까 그동안 쌓아오신 학력이며 지력 다 필요 없고 먹고 살 방도가 없으니 있는 재산을 갉아먹으며 살 수 밖에 없는 거라...참 신기한 게, 남편이 어려워지면 여자들이 강해진다고 하죠. (웃음) 지금이야 남녀가 동등하게 생계를 책임지고 하는데, 그 옛날에는 남자들이 생계를 책임지는 게 당연했잖아요. 그런데 우리 아버님이 그걸 전혀 못하시니까 우리 어머님이 생계를 책임지시게 되었어요.
진짜 살림하고 애들 키우는 거 외에 아무 경험도 없으신데 남편이 어려워지니까 우리 어머님이 자기가 딱 강인하게 나서셔서 생계를 책임지셨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런 어머님을 보면서 그 생존 의지나 모성애 이런 것들이 참 위대해 보이면서, 그런 어머님의 위대한 희생이 나로 하여금 자립감이 빨리 생기기도 했고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한 개념 정립이 잘되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해줬어요. 그래서 나는 어렸을 때 아버님의 병으로 가세가 기울고 어머님이 고생했던 이 시간들이 나에게 첫 번째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58세에 S-Oil을 관두게 된 것인데요. 군대 마치고 제가 26살에 입사를 했나 그랬는데, 평사원부터 20 몇 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해서 53세에 사장 자리까지 올라갔어요. 회사에 공헌한 바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고 그랬죠.
그러다가 저로서는 억울한 사건에 휘말려서 고생하다가 진실이 다 밝혀지고 했는데도 회사에 남아있기 참 복잡한 상황이라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 때 내가 58세였는데, 아직 한참 젊은 때란 말이에요.
소위 남자들에게 세 가지 불행이라는 게 있어요. 초년출세, 중년상처, 노년무전 이 세가지인데, 초년출세는 초년에 출세하면 오래 못 가고 너무 일찍 그만두게 된다, 중년상처는 중년에 마누라 없어지면 혼자 살기가 너무 힘들다, 노년무전은 노년에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 이런 의미인데, 내가 이 중 한 가지인 초년출세에 걸려든 거죠. (웃음)
그래서 이 때 내가 느낀 게 뭐였냐면 ‘야, 이거 인생은 괴물이다. 잘 다루어야 한다 인생은. 이걸 정말 잘 다뤄야 내가 잘 살 수 있다.’는 거였어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