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 김대봉 멘토님
멘토님, 인생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뭔가요?
이 질문을 계기로 저도 한번 과거부터 지금까지 쭉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정말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뭘까…생각해보니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더라구요. 궁극적으로 오늘 이 시점에서 당신 인생에 가장 중요한 건 뭔지 생각해보니 2가지 중요한 것이 떠올랐는데, 우선 첫 번째 답을 ‘나’라고 답변 드리고 싶어요.
저는 평소에도 내가 생각하는 것이 어떤 실천이나 과정을 통해서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걸 깨닫게 되는 여러 계기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내 존재 의미를 굉장히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우리 찌니님 보다는 좀 더 윗 세대라 (웃음) 약간 사자성어 외우고 시험도 보고 그런 세대에요. 그래서 사자성어 공부도 많이 했었는데, 사자성어에서도 이런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어요. 사자성어 중에 득의지추 (得意之秋) 라는 말이 있어요. 일이 뜻대로 이루어져서 아주 통쾌한 때를 의미하는 사자성어인데, 이 사자성어를 제가 참 좋아해요.
이게 결국 ‘내’가 바라는 일이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그 상황의 모든 중심이 ‘나’라는 것이 좋더라구요. 그런 맥락에서,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의미를 지닌 유지경성 (有志竟成), 내가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의미를 지닌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같은 말들도 좋아해요. 결국 모두 그 중심에는 ‘나’의 어떤 의지, 행동 그런 것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인생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인 2가지라고 말씀 드렸었죠? 그 두 번째 답은 바로 ‘배려’입니다. 제가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되는 여러 사건들이 있었는데, 그 사건들을 통해서 인생에 멘토 두 분을 만나면서 그 분들 덕분에 ‘배려’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어요.
한창 젊었을 때 저는 성취욕, 성공욕, 호승심 이런 것들이 정말 강했고 누굴 이겨야 하고 다 경쟁자고 그런 날카로운 마음들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이 정말 부족했어요. 그런데 멘토님들을 만나고 나서 배려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서는 ‘아 다른 건 몰라도 나랑 코드가 맞고, 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배려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와 ‘배려’ 이 두 가지 키워드가 맞물리면서 저는 ‘나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배려하며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궁극적으로는 ‘나’가 ‘너’와 만나 ‘우리’가 형성되면서 나는 ‘인(仁)어써클’에 속하게 되는 방향을 추구하게 되었어요.
여기서 인어써클은 제가 한번 만들어본 말인데 (웃음) 여기서 ‘인(仁)’은 어질 인자를 썼고, 뒤에는 영어 이너써클(inner circle)과 합쳐서 만든 합성어 같은 거에요. 저는 인어써클이라는 단어에, 나는 난데 이기적으로 나만 아는 내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그런 존재감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저의 의지를 담고 싶었어요.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되는 사건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셨나요?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한 6개 정도의 전환기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하나씩 풀어 보면, 첫 번째는 카투사에 간 것이었어요.
인간의 능력 중에 굉장히 중요시 되는 능력이 바로 ‘습득 능력’이에요. 이 습득 능력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은 뭐, 어느 대학 나왔느냐 그런 거죠. 그런 면에서 저는 제 습득 능력을 증명하지 못했어요.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잘했기도 했고 솔직히 서울대를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못 갔어요. 재수를 해서 다시 가는 방법도 있지만, 당시 저희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녀야 했었어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내가 졸업 후 대학원을 서울대 이상으로 가야겠다 했죠. 당시에 공학도는 박사 학위 이상이면 군대 면제였는데, 저는 당연히 박사 학위 딸 거라서 막연히 군대 갈 생각을 안하고 있었거든요. 우리 때는 다 고등학교 졸업하거나 대학교 1학년 1학기에 군대를 갔어요.
근데 제가 대학교 2학년에 지금 우리 와이프를 만나서 군대를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어요. (웃음) 제가 장인어른에게 당돌하게, 아직 졸업도 안 한 학생이, 따님이랑 결혼하고 싶다고 찾아갔어요. 근데 장인어른이 대한민국 남자가 군대를 안 갔다 온 사람은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결혼 허락을 안 하시는 거에요.
대학교 2학년 마치고 늦게 군대 갈 생각을 하니까 캄캄하더라고. 그래서 기왕 군대를 갈 거면 향후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경험도 쌓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 싶어서 카투사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카투사 하려면 시험을 봐야 하는데, 제 친구 녀석도 같이 시험을 보게 되었어요. 그 친구가 시험장에서는 집이 좀 멀어서 우리 집에 와서 자기로 했는데, 제가 과외 끝나고 와서 보니까 먼저 자고 있더라구요.
곤하게 자길래 안 깨우고 조심조심 씻고 나왔는데 그 친구 머리 위에 기출문제집이 있는 거에요. 그걸 스윽 보니 한 10회까지 있길래, 잠도 안 오겠다 그냥 한번 풀어봤지. 근데 무슨 국사 시험이 고시 문제 같은 거에요. 50점도 겨우겨우 나오더라구요. 이제 와서 100점 맞게 공부하기는 글렀고, 차선책으로 기출 문제에서 틀린 문제들을 막 외웠어요.
그러고 시험 보러 갔는데, 세상에! 틀린 문제 외웠던 것들이 시험에 다 나온 거에요. (웃음) 운이 정말 너무 좋았던 거죠. 그리고 시험 통과해서 카투사가 됐어요. 그때 하필 기출 문제집을 머리 위에 딱 보이게 두고 먼저 잠이 들어 준 제 친구 녀석에게 아직도 감사한답니다. (웃음) 그 친구는 카투사 탈락했는데 한이 되었는지 아들을 카투사에 보냈더라구요. (웃음)
여튼, 정말 어렵게 들어가는 데에 가니까, 대입 실패를 하면서 낮아졌던 자존감이 올라 오더라구요. 아마, 남성분들이 싫어하실 이야기 같은데…(웃음) 저는 군대 다녀온 게 제 인생에 참 도움이 되고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군대에서 내향적인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고 자신감도 생기고 군대를 다녀왔으니 우리 와이프랑 결혼도 성공했으니까요. 카투사에 간 건 저한테 인생에 긍정적인 전환점을 준 사건이었죠.
근데 이거 너무 많이 말하는 거 아닌가? 괜찮아요, 찌니님? (웃음)
그럼요, 완전 괜찮아요! 오히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저희는 너무 재밌고 감사하죠.
6개 다 들려주세요! 저는 다 듣고 싶어요.
그럼, 믿고 진짜 다 말합니다. (웃음)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첫 회사에서 맞이하는데요.
제가 졸업 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연구원으로 입사했어요. 처음에는, 입사해서 한 3년 간은 제가 꽤 괜찮게 하는 줄 알았어요. MIT를 나오든, 서울대를 나오든, 카이스트를 나오든, 나보다 좋은 대학 나와도 다 같은 일하는 동료니까, 그런 애들이 되는 곳에 내가 들어온 거니 괜히 나도 그들 못지 않게 인정 받은 거 같고 자신감 뿜뿜하고 그러죠.
거기다가 삼성 같은 경우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평가를 해서 상위 클래스는 상도 주고 잘 챙겨주고 그러거든요. 근데 제가 그 상위 클래스가 뽑히고 그러니까, 뭐 아직 신입이니까 선배들 눈치는 조금 보긴 했지만…얼마나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겠어요.
그러다가 한 3년 정도 지났나…정신 차리고 보니 제 사방 천지에 똑똑한 사람들인 거에요. 선배고, 동기고, 심지어 후배들마저도. 그래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경쟁력을 가져야 하나 엄청 고민하고 그랬는데, 그 때 학교 선배셨던 유영익 부사장님이 저한테 새로운 길을 열어주셨어요.
당시에 고민하는 저에게 꼭 공학도의 길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영어와 연구원 경험을 살려서 상품 기획에 도전해보면 어떠냐고 커리어에 대한 관점을 새로 열어주셨고 제가 상품 기획에 도전할 계기도 마련해 주신 분이에요.
그 분 덕분에 제가 이렇게 연구원에서 상품 기획을 하고 마케팅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비즈니스 경영에 관련된 방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얻었죠.
이제 세 번째 터닝 포인트는 제가 삼성을 떠나서 스타트업을 마음 맞는 사람들과 차리면서 Co-founder가 된 거에요.
이 터닝 포인트가 제 인생에 가장 임팩트 있는 사건인데요.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실패와 좌절을 모두 맛보고 그걸 돌파하는 힘도 얻게 된 그런…정말 너무너무 힘들었고 너무너무 의미있던 경험이었어요. 하하하.
초반에는 비즈니스가 너무 잘되고 진짜 뭐 30대에 파이어족 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내가 보유한 주식이 막 오르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약간 주식에 빠졌어요. 근데 이게 주식이라는 게, 잘 안되는 것도 한순간이었고 속된 말로, 결국 말아 먹었어요. (웃음)
한동안 승승장구하는 기분에 취해있다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좌절감이 몰려오는 엄청난 실패를 하게 된 거거든요. 근데 우리 와이프가 내가 정신을 못 차리니까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이혼하자 이래서 정신을 차리게 되었어요.
우선 정리할 거 정리하고 그 회사에서 나와서,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중심을 못 잡았는지, 지금 내가 뭘 잘 할 수 있는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등등 고민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실패를 했고 좌절도 했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그 시간들은 지나갔고 나는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많이 얻었죠. 실제로 이 뒤에 저는 좋은 터닝 포인트들을 계속 마주하게 되었어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