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 박혜경 멘토님
멘토님 인생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뭔가요?
내가 찌니님에게 질문지를 받고 진짜 나에 대해서, 내 인생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특히 이 질문이 되게 많은 생각을 했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대체 뭐지? 이게 20대, 30대, 40대, 50대, 모두 바뀌더라구요. 지나온 인생을 다시 준비할 수는 없는 거니까, 내가 지금 지금 현 시점에서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를 고민해 봤어요.
나 같은 경우는 뭐, 나는 결혼을 안 했고, 자식이 없고, 남편도 없고, 오로지 내 자신만 보고 살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정말 내 자신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청년이었던 20대, 30대, 어쩌면 40대까지도 나는 부모님이 기대하는 거, 주위에서 보는 시선들, 이런 거를 더 고려하면 내 인생을 산 것 같아요. 지난 인생을 훑어봤을 때 나에게 집중하면서 나를 위해 살았나 했을 때는 잘 모르겠더라구...오히려 이제 내가 60대에 접어들어서 지금, 정말 내가 내 자신을 돌아보는 그런 시간을 좀 가지고 있어요. 내가 정말로 뭘 원하는지 그게 가장 중요하더라구요.
20대, 30대 때는 사회에서 성장하고, 경제력이 늘어나고, 멋진 옷을 입고 그런 게 중요했던 것 같은데, 이제 그런 것들이 참 다 허무한 거라는 거를 느끼면서 그 여느 때보다 나, 내가 원하는 것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어요. 이제 나도 내년이면 환갑이거든요. (웃음)
그러다 보니까 이제 그동안의 삶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싶더라구요. 이제 내 인생이 좀 마무리를 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아요.
저는 막 오래 살고 싶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보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갈 건데, 지금 내가 이렇게 깨달음이 있을 때 제대로 정리를 해두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종교가 천주교인데, 그러다 보니까 저는 죽음 이후에도 영원한 생명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이제 그렇게 믿다 보니까, 아니 내가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 나의 이 삶이 정말 짧은 시간인데, 내가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야 하는 건가, 왜 나를 위해 살아가지 못했던 건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동안 내가 그걸 몰랐어요. 인생에 가장 중요한 건 나라는 걸 몰랐어요.
근데 최근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서 깨달은 거지,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건 나라고. 그러면서 가치관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최근 가치관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셨다고 했는데, 어떤 변화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2가지 정도가 바뀌었는데요. 첫 번째는, 기존에는 내가 세속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을 쫓았다면 지금은 내가 정말 좋아하고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쫓는 방향으로 가치관이 바뀌었어요.
내가 금융계에 한 30년 있다가 투자하는 일을 하게 되었거든요. 참 이게, 금융계에 있다 보면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우리가 여러 인더스트리를 보고 돈이 굴러가는 것들이 보이고 그러니까 뭔가 막 다 아는 거 같아. 근데 그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금융계에 있다 보면 내가 들고 있는 정보가 많은 것 같지만, 사실은 내가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구나 싶은 거에요. 요즘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정보화 세상에, 막말로 아프리카에서 뭐 하는지도 볼 수 있는 지금 세상인데, 내가 가진 정보가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요.
나한테는 카페베네에 투자를 했던 부분이 잘 풀리지 않았던 부분이 특히 나의 이런 생각과 가치관 변화에 영향을 많이 줬어요. 이게 뭐 비즈니스가 어려우니까 힘들고 이런 걸 떠나서 내가 그동안 너무 세속적인 것들만 쫓아왔는데, 결국 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이게 정말 의미있는, 가치있는 일인 건가 고민이 되면서, 오히려 내 인생에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은 그럼 무엇인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찾으셨나요? (웃음)
아직 이리저리 찾고 있는 것 같아요. 봉사를 할 수도 있는 거고, 지금 회사를 또 잘 되도록 만드는 것도 있는 거고, 뭐가 되었건 근데 이제 기준점이 나에 맞춰져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웃음)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뀐 가치관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하구나, 이제 가족들과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에요.
내가 직장생활 하면서부터 계속 가족이랑 떨어져 있었어요. 가족들 모두 미국에 계시거든요. 기존에 나는 모든 시간이 일을 위해 존재했거든요. 근데 내가 일에 모든 시간을 쏟아 붓는다고 일이 나를 생각해 주지는 않잖아요. 나를 사랑해주고 위로해주는 건 일이 아니라 가족인거지요.
지금으로서는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언니 가족과 이렇게 옆에 있는 데 가서 가족하고 시간을 좀 많이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지금 1년에 한 두세 번 만나니까 2주 1주 열흘 이렇게 짧게 짧게 만나니까 그리워서 재밌고 그렇고, 옆에서 붙어서 살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웃음)
그래도 이제 가족과 더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 그게 나를 위해서 좋은 일이니까 라고 생각해요.
근데, 멘토님 말씀이 맞아요. 나 그리고 가족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크게 아팠잖아요. 그 후에 제가 나 자신의 시간에 대한 가치를 보는 관점이 크게 바뀌었는데, 그때 내 시간에 대한 계산을 해봤거든요.
어찌 됐건 내가 평소에 그냥 만약에 정상적으로 살아간다면 잠은 8시간 자야 되잖아요. 내 건강을 위해서 8시간 자고, 그리고 내가 회사를 나가서 일하는 시간이랑 출퇴근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랑 그 다음에 옷 입고 씻고 준비하는 최소한의 시간 계산하니까 한 10시간 필요하더라구요?
내가 그냥 워라벨을 정말 잘 지켜도 벌써 18시간이 날아가는 거예요. 이제 6시간 남았는데 밥 먹어야 되잖아요. 점심 먹고 저녁 먹고 커피 조금 마시고 사람들이랑 얘기 좀 한다 하면 또 한 3시간 날아가, 그러니까 저한테 3시간밖에 안 남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때 처음으로 나한테 매일 3시간밖에 없는데, 심지어 내 인생에 그 메일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모르는데 쓸데없는 사람들한테 시간 쓰면 안 되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도 그때부터는 나한테는 그래도 최소한 하루에 한 시간을 써야지 그럼 나머지 또 2시간을 누구한테 쓰냐고 생각해보면 가족, 진짜 좋아하는 지인들, 이런 사람들 한테 밖에 쓸 시간이 없더라고요. 근데 그러고 나서 되게 신기했던 게, 오히려 제가 그렇게 마음이 변화하고 나서 제 주변에 사람 더 많아졌어요.
맞아, 그게 맞아요. 진짜 맞는 이야기에요. 내가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어떤 사람이 독일 사람이 힙스터야. 그 책에 진짜 힙스터라고 나와요. (웃음)
그 힙스터라는 사람이 프리랜서로 음악도 하고 글도 쓰고 이런 사람인데, 신앙을 가지긴 했지만 종교 활동을 하지는 않는 사람인데, 신앙심이 또 굉장히 강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 사람은 자기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녀원에 가서 수녀님이랑 면담을 많이 하면서 푸는 거에요.
그러다가 그 사람이 아예 책을 냈어요. 수녀님이랑 면담했던 내용들로. 근데 거기에 내 머리를 때리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거든요.
우리가 진정 우리 인생에서 정말로 신뢰하고 나를 신뢰하고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질문을 했어요, 수녀님이. 어찌 되었건 이게 종교 서적인 건 감안해서 들으시고, 여튼 수녀님이 그러는 거야. ‘진짜 예수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30대 초반에 12제자가 있지 않았느냐. 정말 자신을 절실하게 믿어주는 12인이 있다는 건 정말 대박이다.’ 이런 거야. 번역하신 분이 아예 대박이다 이 표현까지 썼어요. (웃음)
근데 진짜 맞잖아요. 내가 믿고 서로 신뢰하고 절실하게 지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내가 손에 꼽아보니까 적어요. 난 보니까 일단 12명은 안돼. (웃음) 내가 이제 60대인데, 예수님 2배는 나이가 많은데도 그런 사람이 예수님 보다 없는 거에요. 우리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 나 그리고 그런 나를 절실하게 믿어주는 사람들 이것만 찾아도 진짜 성공한 인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