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 박혜경 멘토님
멘토님께선 지금도 현역이시고, 굉장히 오래 일하시고 계시잖아요.
그리고 사실…이제 여자로서 저도 제가 일을 시작했던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보다 훨씬 남녀 차별도 심하고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개념도 되게 없고 그랬거든요.
근데 저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서 일을 시작하셨잖아요. 그 과정들을 이제 다 거치시면서 버티실 수 있었던 그런 어떤, 멘토님한테 일의 의미 같은 것들이 뭘까요?
저는 오히려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여자여서 겪는 차별 이런 건 못 겪었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은 물론 많이 겪었지.
근데 내가 미국에서 쭉 살았잖아요. 그래서 여자고 남자고 떠나서 내가 영어를 잘하니까 유리했던 부분이 많아요. 지금이야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지만, 아니 보니까 우리나라에서 지금 교육 받는 사람도 잘하더라고요. 근데 당시에는 영어 잘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그래서 기회가 주어졌고 영어를 잘 한다는 이유 만으로도 칭찬 받고 대접 받고 그랬어요.
제가 91년도에 한국에 나왔어요. 그때는 미국에서 한국 나올 때 ‘한국은 성차별도 심하고 여자가 힘들고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아무래도 미국이 훨씬 더 남녀 평등하고 그랬겠죠?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미국도 만만치 않아았어요. (웃음)
그냥 한국이라서 특별히 심한 것도 아니고 당시 시대상이 지금이랑 달랐던 거죠. 근데 어쨌든 저는 영어를 잘 한 덕분에 남녀의 어떤 성별에 대한 건 내 커리어를 쌓는데 상관이 없었어요.
항상 나는 일할 때, 내가 하는 일 열심히 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 좋게 좋게 일하자 화합 하면서, 이런 주의이기 때문에 그렇게 막 힘들게 일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여튼 그리고 그 당시에 일이 내 인생의 전부였잖아요. 그래서 재밌었지, 즐거웠어.
근데 지금은 달라요. 나한테 일의 의미가 바뀌었어요. 아까 인생에 중요한 게 ‘나’ 이렇게 바뀌게 되었다고 했잖아요. 그 과정에서 일의 의미도 바뀌게 되었는데… 지금 나에게 일의 의미는 ‘마무리’ 라고 생각해요.
이제 어떤 의미라기 보다는 차분차분히 그동안의 모든 걸 쏟아 부었으니 이제는 정리를 하는, 그런 마무리 단계에요. 아직은 많이 성장해야 되는 분들한테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웃음), 내 인생의 한 획을 잘 마무리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일이 내 인생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었으니까 잘 마무리 해야죠.
이건 또 새로운 관점인 것 같네요. 근데 정말 중요한 의미인 것 같아요. 무언가를 온전히 마무리 한다는 것은 그에 앞서 나의 모든 걸 쏟아붓는 시간이 전제가 되어야 가능한 거니까요. 그럼 질문을 바꿔서, 멘토님은 어떤 일을 하시면서 어떤 원칙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는 일을 할 때, 내가 무슨 일이던 간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내가 직장 생활을 하다가 한번 잘렸었어요. 90년대 중반에 구조조정이 크게 있었는데, 애널리스트들 중 여자, 주니어 연차를 잘랐어요. 그 때는 참 서럽고 눈물이 나고 그랬어. 근데 오히려 그 경험을 하면서 내가 그 생각을 하게 된 거에요. 아, 내가 필요한 사람이 돼야겠구나! 그때부터 쭉 내 원칙은 그거였어요.
그리고 꼭 필요한 사람이 되려면 진실성 있고, 비열한 짓 그런 거 하지 말아야 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랑 화합을 잘 이루어야 돼, 그게 진짜 중요해요.
뭐 내가 똑똑하고 내가 엑셀을 잘 돌리고 이거 생각보다 안 중요해요. 똑똑하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 못 어울리면 사실 그 사람이 있는 게 조직에는 마이너스예요.
그래서 똑똑하다고 다가 아니에요. 함께 일하면서 내 갈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멘토님은 일하시면서 어려움 같은 것도 있으셨나요?
어려움은 늘 있죠. 젊을 때는 내가 금융 전공자도 아닌데 영어 잘 한다는 이유로 덜컥 금융계에 입성했잖아요. 그런데 가보니까 와~너무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이 많은 거야. 전공도 그렇고 대학도 그렇고 영어 빼고는 내가 너무 모자란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솔직히 그 뭐랄까, 열등감 같은 게 있었어요.
근데 워낙 내가 흘러가듯 사는 타입이다 보니, 어쨌든 그냥 열심히 성실하게 이상한 짓 안 하고 잔머리 안 굴리고 그렇게 살자 그러면서 살았더니, 주변에서 알아서 도와주시면서 그 어려움들을 해결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주위에 좋은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제가 애널리스트 할 때도 그렇고 투자 일을 할 때도 그렇고 제가 궁금해 하고 모르는 것들을 그 분들이 계속 가르쳐주고, 저도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고 돕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나는 그런 믿음은 있어요. 나는 어떤 어려움이던 어떻게든 극복할 거야, 그런 믿음이 있어요.
주위에 계셨던 좋은 분들 중 멘토님의 롤 모델도 있으셨나요?
있죠. 나는 롤 모델은 단순히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 자체가 누군가에게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한테는 롤 모델이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이런 사람들은 롤 모델이 될 수 없어요. 그들은 위대하고 훌륭한 업적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좋은 면만 알고 보게 되잖아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 모른단 말이에요.
빌 게이츠 얼마나 대단한 분이에요, 근데 개인사는 참 별로 좋지 않았잖아요. 물론 그 사람의 사생활인 거고 그 사람이 하는 일 자체는 그대로 있으니까 대단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멘토가 되기에는 아쉬움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내 기준에서는.
그런 부분에서 내가 저렇게 살고 싶고 가까이에서 삶을 지켜보며 배움을 얻었던 진짜 멘토이자 롤 모델은 우리 부모님이셨어요. 젊었을 때는 몰랐어요. 근데 나이가 드니까 우리 부모님보다 부지런하게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신 분들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깨닫고 나서부터 내 롤 모델은 우리 부모님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