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되자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졸업하고 이제 뭐 할 건데? 나는 재미없는 대답을 한다. 취직준비 해야죠. 초등학생 때 나의 꿈은 작가였다. 중학생 때는 선생님이었고. 고등학교 때부터 방황이 시작됐다. 나는 뭐가 돼야 하지?
어른들이 물어보면 재미없는 대답만 나오지만 친구들에게 나는 허황됐지만 진심이 섞인 꿈을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 아니면 케이팝 아이돌. 사실 티비에 나와보고 싶어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예선 탈락 정도를 맛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웹드라마 작가가 돼서 최애를 캐스팅하는 상상도 한다. 아무튼 이 모든 건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하는 망상들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가보자면 푸드트럭을 운영하면서 와플을 팔고 싶다. 붕어빵을 굽는 것도 괜찮겠다. 그러면서 브이로그를 운영해서 구독자를 늘리면 신나겠다. 아니면 진짜 후진 중소기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왜냐면 내가 좆좆소라는 드라마를 좋아해서 진짜 좆소 가서 일하면 드라마 체험 현장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작은 사무실에서 경리업무 보고 싶은 꿈도 있다. 아무도 공감 못하고 나조차도 막상 닥치면 거부할지도 모르는 이상한 로망이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자기 계발서식 에세이를 출판하는 거다. 책 이름도 벌써 정했다. 인프피의 성공법. 엠비티아이 열풍이 꺼지기 전에 이걸 출판해서 자기 계발서에 심취한 인프피들의 돈을 뜯을 거다. 내가 자기 계발서와 에세이를 많이 읽는 편인데 계속 읽다 보니까 이야기가 다 거기서 거기다. 이 정도면 나도 쓸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 거다. 유튜브에 강연하는 영상이 많이 뜨는데 그것도 너무 해보고 싶다. 남한테 조언하고 돈 받다니 이렇게 재밌는 일이 어디 또 있을까? 나도 말이 많고 꼰대기질이 있어서 밤을 새워서 남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진심으로 나는 조언에 재능이 있다. 문제는 뭐냐면 내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조언 내용은 준비되어 있는데 내 조언 듣고 성공할 수 있는지를 증명할 수가 없다니. 통탄스럽다. 나는 조언은 하고 싶지만 성공에는 관심이 없다.
어떻게 하면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성공하기 위해 한 일들을 기록해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시도하고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성공하면 그때 이 이야기를 모아서 책을 내는 거다. 원래 성공할 것을 예상이라도 했던 것처럼. 그러므로 지금 쓰는 이 글은 결말을 알 수 없는 프롤로그다. 자 이제 나는 성공할 일만 남았다. 근데.. 대체 뭐로 성공해야 하지?
(사실 이 글은 3년 전 나의 이야기다.)
(아직도 성공법을 찾지 못했지만 이렇게 남들에게 보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뭔가 시작되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