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로 살아가기

전고운 <소공녀>, 이언희 <대도시의 사랑법>

by 무한한 사각우물



어린이집에 들어가서 주로 칭찬을 받는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대로 앉아있고 낮잠시간에는 낮잠을 자며 주어진 급식을 다 먹는다. 그리고 이 루틴에 따르지 않는 아이들은 산만하다는 평을 듣고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한다. 사회부적응자가 여기서부터 생기는거다. 고작 세상에 나온지 5년 지났을 뿐인데.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면 그 간극은 점점 더 커진다. 모난돌과 둥근돌이 구분되는 순간이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재희와 흥수는 휴강한 수업에서 처음 만난다. 단톡방에 없어서 휴강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희는 모난 돌이다. 다른 학생들과는 잘 섞이지 못하고 자유롭게 살아간다. 유흥을 즐기며 누구보다 사랑에 진심이다. 남들이 손가락질 하면 상처받지만 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자 재희는 빨간색 미니스커트 대신 정장을 입고 반짝이는 힐 대신 굽 낮은 구두를 신는다. 지하철에 앉아있으면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난다. 누구보다 반짝이고 튀던 재희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평범한 직장인 중 한명이 된다. 남자친구의 눈치를 보며 흥수와 동거하는 것을 숨기고 아이스 대신 핫으로 커피를 마신다. 나의 취향, 나의 가치관 나다운 것은 모두 희미해진다. 비로소 재희는 둥근 돌이 되어 사회에 편입하게 된거다. 그래서 그런 재희는 행복할까?

어렸을 때는 내 개성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모난 돌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취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면서 점점 둥그러진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다고 이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진정한 나 자신에 대해 외치는 시기는 지난거라고 한다.

영화 소공녀에서 미소의 친구들이 밴드를 하던 시절 사진을 보면 모두 모난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은 음악에 몸을 던지고 하루종일 즐거워하며 술담배를 하고 뜨겁게 부딪히며 불꽃을 낸다. 시간이 흐르고 미소가 찾아간 그들은 각자의 집을 가지고 있으며 밴드를 하고 담배를 피웠던 과거를 지우고 싶어하기도 한다. 문영은 보고싶었다는 미소에게 말한다. 넌 여전하구나. 둥그런 돌이 된 다음에 본 모난 돌은 이상한 감정을 가져다 준다. 사회에 나가서 사람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걸 알고 그 모난걸 갈아내면서 그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런데 이제와서 마주치게 된거다. 미소는 그들의 과거나 마찬가지이니 지우고 싶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다. 반면 미소는 그들을 돕는데 아무 망설임이 없다. 각기 다른 이유로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기꺼이 청소를 해주고 밥을 먹인다. 집이 없는 건 미소인데 도움을 받는 건 정작 집이 있는 사람들이다. 둥그러진 돌이 되는 게 정말로 행복한 길이 맞는걸까. 그렇지 않다면 왜 사람들은 모난 돌로 사는 걸 포기하는걸까.

나는 언제까지나 나답게 살고 싶다. 그래서 모난 돌로 계속 살고 싶은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응원을 건네고 싶다. 미소와 재희가 나에게 던지는 말처럼.

사람답게 사는 게 뭔데?

네가 너인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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