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중과 상연, 송혜진
은중은 상연이 부러웠다. 상연은 똑똑하고 좋은 집에 살고 인기가 많았다. 상연은 특별한 애였고 상연의 옆에 있으면 은중은 자꾸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상연의 옆에서 은중은 너무도 평범해보였다.
상연도 은중이 부러웠다. 은중은 사랑받을 줄 아는 애였다. 은중은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하는 힘이 있었다. 친구들도 모두 은중을 좋아했다. 상연에게 차가운 엄마와 오빠도 은중의 앞에서는 웃었다.
상연이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상연의 마음은 텅 비어있었고 은중처럼은 될 수 없었다. 상연이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은중을 좋아했다. 엄마도, 오빠도, 김상학도. 상연을 질투했다고 말하는 은중의 솔직함마저도 상연은 가질 수 없었다. 마음 한 켠에 열등감이 켜켜이 쌓여갔다.
은중이 어릴때부터 계속 질투하고 부러워했던 상연이 사실은 은중에게 깊은 열등감과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열등감의 실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자기가 원래 가지고 있는 건 노력없이 원래 잘하던거라서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반대로 내가 못하는 건 아무리 노력해도 재능있는 사람을 따라가기가 어려우니까 거기에 열등감 가지고 그 사람을 부러워 한다. 내가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린다.
열등감은 자기혐오에서 비롯된다. 본인이 본인을 부끄러워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느껴지니 자신의 특별함은 퇴색되고 가질 수 없는 남의 특별함만 귀해 보인다. 그리고 그 열등감은 결국 자기 자신을 찌른다.
"난 지금이 네 인생에서 제일 힘든 몇 년이라고 생각해.
너 다시 잘살게 될거야.
이 짧은 몇 년에 너를 만나서 이런 거라도 할 수 있어서 나 정말 좋아."
돈이 없어 화장실도 없는 방에서 살던 상연을 위해 은중은 상연과 함께 살 방을 구한다. 상연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집을 나가면서도 상연에게 월세를 계속 보내주겠다고 말한다.
은중은 좋은 사람이다. 모두가 다 은중을 좋아한다. 상연도 그랬다.
하지만 상연은 은중을 좋아하기만 할 수가 없었다. 은중이 주는 애정과 호의와 배려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았을텐데. 상연은 은중처럼 아낌없이 주는 방법도, 받는 방법도 몰랐다.
상연은 은중을 미워했다. 은중을 미워할수록 은중의 배려가 칼처럼 상연에게 박혔다.
은중의 남자친구를 좋아하고 은중을 질투하고 미워하는 자신은 은중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없었다.
은중을 다시 만났을 때도 여전히 은중은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 상연만 그 옆에서 나쁜 사람, 자존심때문에 모든 걸 버린 사람이 된다. 나랑 똑같아졌으면 좋겠어. 나만 이런 추한 감정에 시달리는 게 아니라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상연은 은중의 작품을 뺏어 성공하고 은중을 망가뜨린다.
그래서 상연은 홀가분해졌을까? 자신을 찌르던 칼을 은중에게 휘둘러서, 진짜 나쁜 사람으로 은중의 기억 속에 남아서?
부정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완전히 폭발시켜서 관계를 망치는 것도 자해의 일종이다.
상연은 계속해서 피를 흘리고 있었을거다.
은중을 보지 않고 살아왔던 그 시간 동안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계속 달렸던 그 순간들 내내.
상연이 망가뜨린건 상연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