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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 Oct 31. 2020

해발 5천 미터에서 아기의 존재를 알다

난임 여자가 페루에서 임신 소식을 알게 된 이야기 1


그랬다.

누누이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그래도 결혼은 내가 결정할 수 있지 않냐고 하지만 아기는 달랐다. 적어도 나에게는 아기가 오는 일이 더뎠고 느렸고 힘들었다. 누군가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나는 수술했던 것을 핑계로 산부인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난임의 걱정을 안고서 매달 매일을 기다리며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내 배를 주사기로 찌르고 날짜를 기다리고 테스트기를 해보고 좌절하고 다시 시작하고.

그렇게 몇 달을 해오다가 난 지쳤고 한 달만 쉬자. 오지 않는 아이를 한 달 후에 다시 시작해보자 하고 여행을 떠났다.


사흘 전에 급하게 끊은 비행기 티켓은 페루였다.

어디에 붙어있는지만 아는 나라. 아기가 오면 힘든 곳은 가기 어렵지 않을까 하고 배낭을 메고 떠나기로 하고 무작정 찾은 그곳. 전 날까지도 일을 하고 급히 페루행 비행기에 오른 우리 부부는 비행기 안에서 페루 공부를 시작해보았다. 비행기 화장실 앞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페루 스케줄을 동냥하면서까지.


무작정 내린 그곳에서 우리는 해발 5천 미터를 네 번 올랐다

첫 번째는 공항에서 바로 내려 달려가 오른 그래서 시차 적응도 시공간의 적응도 되지 않아서 휘청휘청 중간중간 쓰러져가며 무슨 생각으로 올랐는지도 모른.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웠던 호수와 빙하.



두 번째는 산 위의 소금이 있다는 말에 달려갔던 해발 삼천미터 정도에 위치해있던 염전. 지금 나의 아이의 반찬에는 그곳의 소금이 들어가고 있다.


세 번째는 무지개산

안타깝게도 빙하가 녹으며 그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했자는 무지개산. 해발이 높아 나귀를 타고 올라가는 그곳을. 나는 또 나의 깡다구로 내편의 만류에도 불고하고 내발로 걷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그 무지개산을 기어코 오르고 내려왔다



마지막은 대망의 마추픽추

난 왜 그랬을까. 그 어려운 곳을 또 비싼 기차를 탈 수 없다며 기찻길을 걸어 걸어 또 내 발로 배낭을 메고 그곳 마추픽추로 갔다. 기차 소리가 나면 행여 치일까 급하게 몸을 숨겨가며 적응할 수 없는 해발 높은 곳의 공기를 느끼며.


그리고 그 마추픽추까지 마친 후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기를 느끼게 되었다.

아니지? 설마 지금 이 곳에서? 이 험한 곳을 다 지나서? 너. 잘.. 있는 건 맞지? 그렇게 알게된 gracias 백만번 아기.


좌절들과 포기와 다시 일어섬과

많은 사람들의 아기에 대한 질문과 허허 웃어 넘기면서도 마음 한 켠은 쓰라렸던 언덕을 지나

그렇게 한 아기가 나에게 왔다. 비로소

그래서 나 이 이야기를 이 페루여행에서부터 시작해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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