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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Jun 24. 2019

무한한 가능성을 넘어서

토이 스토리 4

1. 1995년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토이 스토리>는 디즈니와 픽사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의 자리를 지켜왔다. 한 세대가 바뀌는 와중에도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유지한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 뭘까. 물론 픽사의 정교한 기술력과 장난감이 살아 움직인다는 발칙한 상상력도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장난감을 통해 우리의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고충과 판타지까지도 아우르는 <토이 스토리>만의 매력이 더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2. 아이들에게 장난감은 자신들의 온갖 상상력을 온전히 투영할 수 있는 작은 우주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장난감들은 아이들만의 무한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토 달지 않고 오롯이 받아들이며 실현시켜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토이 스토리> 속 장난감들도 살아 움직이며 온갖 모험을 하지만 결국 '앤디'의 세계를 지켜주는 결말로 마무리되곤 했었다. 그래서 장난감은 우리의 추억이고, <토이 스토리 4>는 우리의 추억을 아름답게 스크린에 펼쳐 보인다.


지난 시리즈를 요약하는 오프닝으로 시작하는 <토일 스토리 4>는 관객들이 <토이 스토리>에게 기대할 법한 장면들을 빠짐없이 보여준다. 우디, 버즈, 제시를 비롯한 장난감들은 새로운 주인이 된 '보니'가 상상력을 발휘하는 놀이터가 되어주며 유치원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힘들어하는 보니에게 따뜻함을 선물해주기 위해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이 장면들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물해주고 끝까지 곁을 함께 하는 장난감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대목이고 작중 새롭게 등장한 '포키', '개비', '듀크 카붐'이라는 캐릭터들이 장난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관객들의 추억과 향수를 바탕으로 장난감의 역할에 충실한 스토리와 캐릭터들만 등장한다면, <토이 스토리 4>는 시리즈의 재탕에 불과할 뿐 바람직한 속편은 아니었을 것이다.



3. 다만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장난감과 자연히 멀어지게 된다. 그들은 자신만의 우주를 지닌, 결코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과 사는 법을 배워야 하고, 그 현실을 속에서 상처도 입고 성장해야 한다. 주인을 떠나간 장난감도 다르지는 않다. 그들은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아이를 만나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해 버려지며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기도 한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주인공인 우디도 다르지 않다. 앤디와 이상적인 관계를 맺었던 우디는 작중 보니에게서 그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그러던 중에 그는 과거의 친구였던 보 핍을 만나고, 그녀와의 모험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행복의 종류에는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는 것에서 오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만들고 결정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이미 앤디가(관객들이) 장난감들과 아름답게 이별한 와중에 계속 앤디를 떠올리면서 혼자 힘들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포키와 개비가 장난감으로서 사랑받기를 선택했듯, 장난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다한 우디 본인 역시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같은 맥락에서 시리즈에 재등장한 '보 핍'이 걸 크러시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녀는 우디보다도 먼저 버려졌던 장난감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지닌 버려진 장난감의 비애, 삶을 개척하는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면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은 물론 우디의 변화와 성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준다. 그저 페미니즘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닌 것이다.  



4. 하지만 우리도 우디나 보 핍과 다르지 않다. 성인이 되고, 사회와 관계 안에서 우리도 때때로 스스로를 장난감과 같은 소모품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과연 자신이 쓸모가 있는 사람인지, 누군가로부터 버림받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기도 하며(이런 생각에 온종일 갇혀 있기도 하고), 하늘보다 땅을 더 많이 보면서도 희망찬 꿈을 상상할 때도 있다.


그렇기에 우디의 선택, 결말, 앞으로의 모험은 더욱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여 년 간의 <토이 스토리>의 여정을 봐오기도 했지만, 사랑받고 버려지기를 반복하는 관계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는 것이 우디는 물론 영화를 보는 스스로에게도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디와 보 핍이 경험할 주도적이고 새로운 삶은 많은 이들의 판타지이고, <토이 스토리 4>의 끝은 단순한 마무리가 아닌 우리 삶이 투영된 짜릿한 대리만족이자 무한한 가능성의 발견인 셈이다.  



5. <토이 스토리 4>가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속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마땅히 악역이라고 볼만한 인물이 없어서 대립과 갈등 구도가 희미하다 보니 영화 전체적으로 서스펜스가 부족하기도 하고, 기존의 캐릭터들과 새로운 캐릭터 간의 분량과 비중 배분도 실패한 듯 보이며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지나치게 우연적인 상황이 많기도 하다.


하지만 20여 년 전 장난감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던 픽사답게 이번에는 관객들이 장난감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고, 앞길을 고민하며 짜릿한 판타지를 맛보게 하는 데 성공한다. 3편이 <토이 스토리>를 보면서 커온 앤디(관객들) 시점에서 마무리라면, 이번 4편은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우디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버려진 장난감들 시점의 헌사인 셈이다. 과연 이보다 픽사다운 <토이 스토리>의 속편이 또 있을지, 역시나는 역시나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픽사는 픽사했고, 관객들은 픽사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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