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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Aug 19. 2019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분노, 우리가 함께해야 하는 이유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고 기온이 35도에 이르던 지난 8월 9일 낮, 서울대학교 제2공학관(302동) 건물에서 근무하던 청소 노동자 A 씨(67세)가 건물 휴게실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8월 14일,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비서공)’ 측은 성명을 발표해 학교의 사과와 사후대책을 요구했고, 서명운동에 나섰다. 서울대학교 학생들 역시 중앙도서관 터널에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SNS 프로필 사진을 변경하는 등 이에 호응하고 나섰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터널에 마련된 추모공간(출처: 서노공)


비서공과 언론에서 공개한 청소노동자 휴게실 상태는 참담했다. 에어컨과 창문이 없는, 환기도 되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나는 1평 남짓한 비좁은 공간. 계단 아래 지하 구석에 위치한 휴게실은 폭염경보가 발령된 날 심장질환을 앓는 67세의 고령 노동자에게 적절해 보이지는 않았다.


학교 측의 관리실태도 허술했다. <한겨레>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측은 캠퍼스 내 휴게공간 개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휴게공간 설치가 각 단과대 재량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일용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명목 하에 19년도 학교 예산을 작년보다 205억 원이 증액된 4,567억 원으로 측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에야 휴게실 전수조사를 포함한 업무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단순히 업무환경의 부족만을 이유로 분노한 것은 아니다. 서울대학교는 사건이 알려진 뒤 고인과는 무관한, 관리직원을 대변하는 ‘서울대 노조’ 관계자의 말을 빌려 단순 병사를 주장했다.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도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상생발전을 위한 기여와 협력’, 그리고 ‘공동체적 가치를 구현하는 선한 인재 양성’이라는 서울대학교의 비전마저도 무색하게 만드는 태도다. 이렇듯 사건 전후로 학교 측이 교내 노동자들을 대하는 비인간적인 태도에 학생들은 실망했고, 학교 측의 처사를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대학교가 고인과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근무환경 개선 방안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전에 학교를 구성하는 고동체의 일원들, 특히 노동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단순히 고용된 피고용자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서 대해야 한다.

비서공 측에서 공개한 청소노동자 휴게실의 모습(출처: 비서공 페이스북)


그리고 이번 사건은 그저 서울대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8월 15일 MBC의 보도에 따르면, 작년에 학교와 공공시설 200여 곳의 휴게공간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지하나 계단 밑에 위치해 있었다. 또한 에어컨이 없는 휴게실도 72곳으로, 3곳 중 1곳 꼴이었다. 어느 곳에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을 수치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복지와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인간으로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대하는 태도도 부족하다. 3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 사건, 그 이후 통과된 ‘김용균 법’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기에 서울대 학생이 아니더라도 이번 사건에 함께 분노하고, 비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에 만연한 노동자들의 대한 불평등한 대우와 차별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또 다른 노동자의 죽음을 막고, 이번 청소 노동자의 죽음이 사소하지 않은 죽음이 될 테니까.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한 걸음으로써, 사회적 죽음의 의의를 다할 수 있을 테니까.


비서공 측은 19일 오전 12시까지 1700명의 서울대 재학생(학부, 원생)과 7000명이 넘는 일반 시민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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