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최고 온도가 35도에 이르던 지난 8월 9일 낮, 서울대학교 제2공학관(302동) 건물에서 근무하던 청소 노동자 A 씨(67세)가 건물 휴게실에서 사망했다. 공개된 휴게실에는 창문이 없어 환기되지 않았으며, 에어컨도 없었다. 서울대학교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개인의 단순 병사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서울대 학생들은 이번 사건에 크게 분노했다. 최진수 씨(국사학과, 23)는 “이번 사건은 서울대학교가 교내 노동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정확한 사례”라면서 “죽음에 이르게 한 환경을 방치해두고도 고인이 지병으로 사망했다는 언급 자체가 인간성을 저버린 행위”라면서 학교 측의 비인간적인 처사를 비판했다.
하지만 학교 측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강의실이나 교수 연구실에 에어컨이 없었다면 바로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학교 구성원들이 교내 노동자들에게 무관심했던 것도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노동자 파업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학업을 위해 중앙도서관을 파업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가 큰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이 학생은 “(노동자들이) 아직도 중요하지 않은 위치에 있다고 여겨지는 인식도 문제”라며 노동자들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을 반성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처럼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노동환경의 제도적 개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예를 들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으로 국회에 상정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지난해 본 회의를 통과하기까지 무려 2년이 걸렸다. 통과된 법안의 내용도 문제다. 위험의 외주화가 가장 심각한 조선업, 철도, 지하철 등의 업종들은 노동부의 하청 승인 필요 업종에서 제외되었다.
정부 방침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사업도 원활하지 않다. 최근에는 회사 측에서 정규직 전환을 악용해 급여나 근무 여건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어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26일, 전국 14개 공항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및 소통 부재를 이유로 한국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추진에 맞서 추석 직후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에는 구조적, 제도적 문제 외에 다른 원인도 있다. 과연 우리가 노동자들의 절규에 귀 기울였다면 그들을 위한 시스템이 지금처럼 악용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단발성 이슈에만 굵고 짧게 반응하지 않고, 노동환경 개선을 목표로 꾸준히 감시의 눈길을 보냈다면 이번처럼 반복되는 사고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부당함에는 노동자로서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우리의 책임도 있다.
이제라도 변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노동자들을 공동체의 동등한 일원으로 보는 인식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처우에 관해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감시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시스템에 힘이 실린다. 그 시스템이 중간에 동력을 잃는 일도, 악용되는 일도 피할 수 있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고의 반복을 막고 진정으로 같이 사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실제적인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9월 9일 기준으로 서울대 재학생 약 5,000명이 학교 측의 사과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졸업생과 일반 시민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만여 명에 이른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오는 9월 17일에 서명 운동 결과를 발표하고, 오세정 서울대 총장에게 결과를 전달해 확실한 변화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누군가에게는 무력해 보일 움직임이 우리 사회의 위대한 도약이 되기를 바라며, “사소하지 않은 죽음, 서울대 어느 청소노동자를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