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비한 동믈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해리포터' 세계관의 10번째 작품이자, '신비한 동물'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이다. 해리포터 세계의 창조자인 롤링이 직접 각본을 맡고, <블사조 기사단>에서부터 감독을 맡았던 데이빗 예이츠가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으며 에디 레드메인, 주드 로, 조니 뎁, 에즈라 밀러 등이 출연했다. 조합만 놓고 보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성공을 이어갈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 시리즈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영화팬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말았다.
2.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각본이다. 이번 각본을 통해서 롤링은 자신이 뛰어난 소설가일지 몰라도, 뛰어난 각본가는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말았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모두 집어 넣은 뒤, 아이디어 간에 꼼꼼하고 밀도 있는 복선과 전개를 통해서 스토리를 전개할 수 있는 소설과는 달리, 영화 시나리오는 정해진 러닝타임 안에 기-승-전-결이 명확한 스토리를 관객들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경우에는 각본이 하나의 스토리를 제시하지 못한다. 뉴트와 티나의 사랑 이야기, 뉴트와 신비한 동물들의 이야기, 퀴니와 제이콥의 사랑 이야기, 레스트랭 가문 이야기, 뉴트와 레타의 과거 인연,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관계와 대립, 그린델왈드의 추종자 모으기, 크레덴스의 엄마 찾기 등 수많은 서브 플롯이 선(덤블도어와 뉴트)과 악(그린델왈드)의 대립이라는 메인 플롯의 존재감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그 결과 이 작품은 대체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는 채 시간만 흐르는 느낌이 든다. 수많은 캐릭터들 중 그 누구도 주인공의 비중을 갖지 못하고, 그 어떤 캐릭터의 스토리도 다른 스토리와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다 보니 캐릭터들의 동선을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영화가 지루해지고 클라이막스 장면은 분면 영화 시작 후에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갑작스럽고 억지스럽다.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2시간이 넘도록 열심히 한 것은 결국 편 나누기다. 누가 덤블도어의 편이고, 누가 그린델왈드의 편인가. 솔직히 말해서 덤블도어, 뉴트, 그린델왈드, 크레덴스만 있어도 이번 영화 스토리가 전개되는 큰 문제가 없다(...) 따라서 이번 작품의 스토리는 결국 다음 시리즈를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한데, 심지어 그 다리조차 제대로 놓지 못한 셈이다. 또한 이 시나리오는 그간 쌓아온 해리포터 세계관의 설정과 충돌되는 설정은 물론 포터헤드들도 알지 못하는 설정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 결과 정말 충실히 해리포터 시리즈를 관람해왔던 관객들도 영화가 끝나고 나면 어리둥절하면서 영화의 결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처럼 이번 시나리오는 그 형식과 구성부터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시나리오에 그 어떠한 메시지도 담겨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그간 롤링 스스로가 강조해오던 메시지가 사라진 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신비한 동물사전>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아웃사이더들이 사랑을 통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면서 친구가 되는지, 혹은 사랑 없이 어떻게 타락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그저 다음 속편을 준비하는데 바쁠 뿐, 영화 자체를 통해 뭔가 감동과 카타르시스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3. 각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자신만의 매력을 충분히 지닌 작품이기는 하다. 초반부 그린델왈드의 탈출 시퀀스를 비롯해 검은 휘장이 파리의 건물들을 휘감는 장면, 후반부 그린델왈드의 마법 등은 그 자체로도 눈이 황홀해진다. 해리포터와 신비한 동물 사전의 음악을 적절히 활용한 OST는 물론 훌륭하며, 니콜라스 플라멜과 호그와트 등 해리포터 시리즈와의 연결점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전편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그린델왈드라는 빌런이 구체적으로 잘 묘사된 점도 인상적이다. 볼드모트와는 다른 매력의 빌런의 정체성을 확립한 만큼 다음 시리즈를 기대해 보는 것도 좋아보인다. 종합하면, 다음 시리즈를 위한 포석에만 신경 쓴 나머지 독립적인 영화로서의 장점을 다수 상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