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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Dec 11. 2018

보헤미안 랩소디

세상 모든 아웃사이더들의 외침


1. <보헤미안 랩소디>는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퀸의 명곡들을 소개하기 위한 포트폴리오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다. 프레디 머큐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스테레오 타입이고, 인물 간의 갈등과 해결도 뻔하며, 스토리의 밀도는 충분하지 못하고, 각각의 에피소드들 간의 연결고리도 약하다.

그러나 <보헤미안 랩소디>는 좋은 영화다. 주옥같은 퀸의 명곡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그 노래를 통해서 삶에 찌들고 지쳐서 힘을 잃은 우리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2.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 영화는 실패한 영화다. 특히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거의 빠짐없이 영화에서 재현한 것이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관객들로 하여금 프레디의 감정선을 따라가 절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점도 있었지만, 25분여 러닝타임을 잃어버린 대가는 컸기 때문이다.



촉박한 러닝타임 속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개인사, 퀸의 명곡들의 탄생 비하인드, 퀸의 성공 스토리 등을 모두 다루려다 보니 <보헤미안 랩소디>의 시나리오는 생략과 우연, 사실 왜곡과 반복적인 에피소드로 점철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밴드 '퀸'을 조명하는 작품이지만 베이시스트인 존 디콘은 팀에 합류하는 모습조차 묘사되지 않았다. 또한 퀸 멤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들은 항상 새로운 곡들의 영감을 통해 극적으로 마무리된다.  그 외에도 프레디 머큐리의 개인사에 집중하다 보니 밴드 멤버 간의 관계성은 거의 드러나지 않으며, 타 캐릭터들 역시 많은 비중을 받을 수 없다 보니 그들의 행보는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머무르고 만다. 실제 사건들의 발생 순서와 실제 인물들의 관계를 마음대로 비트는 것은 기본이다(물론 극적 허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에피소드가 너무 많고, 너무 비슷하며, 스토리 안에서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계속 영화가 끊기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퀸의 명곡들은 어떻게든 단절된 스토리를 이어보려는 시도임이 너무나도 분명해서 나태하게 느껴지는 수준이다.



3. 그러나 상술한 숱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감상 내내 몰입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하나다. 관객들이 프레디 머큐리가 되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퀸'이 아닌 프레디 머큐리가 스토리텔링의 중심이 되면서 관객들은 프레디 머큐리라는 한 개인의 감정선에 몰입하게 된다. 그 결과 영황의 후반부 '라이브 에이드' 공연은 는 단순한 클라이맥스 공연, 신나는 명곡들의 집합체가 아닌 죽음을 앞둔 한 개인의 처절한 아우성이자, 인종과 출신지, 성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당하고 고통받던 아웃사이더의 자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결연한 외침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유독 국내에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행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고 본다.



누군가의 의견, 주장, 정체성 등이 단순히 본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틀린' 것으로 매도되고 비난받는 불통의 사회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아웃사이더가 된다.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평균을 두고 그 평균에서 벗어나는 개인들은 모두 '일탈'한 존재이자 '잘못'된 존재인 것이다. 입시 중심 사회에서 10%도 되지 않는 인 서울 대학을 가지 못했다는 이유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동성애자/양성애자라는 이유로 혹은 이른바 '단일민족' 사회에서 외국인 이주자/다문화 가족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하고 매도당하고 사회 내에서 부정당하는 것이 현실이고 우리 모두는 어느 부분에선가 피해자가 된다. 이러한 우리들에게 퀸의 노래들은, 그들의 말마따나 '아웃사이더들을 위한 밴드'로서 우리가 모두 챔피언이라는 감정적으로 매우 강력한 울림을 선사한다. 그렇기에 분명 만듬새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보헤미안 랩소디>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영화다.



E (Exceeds Expectaions 기대이상)

간혹 이성이 아니라 감정을 따라야 할 때도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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