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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Dec 11. 2018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진짜로 어메이징한 스파이더맨


(약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히어로 영화가 범람하는 지금, '스파이더맨' 만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변화를 겪은 히어로도 없을 것이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3부작과 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부작에 이은 MCU의 <스파이더맨: 홈커밍>까지, 스파이더맨 영화는 10년 새에 3번이나 리부트 되는 다이내믹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는 그만큼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인기 있는 캐릭터인지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며 역설적으로 소니 픽처스가 얼마나 스파이더맨 영화를 말아먹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실사영화 시리즈를 두 번이나 말아먹은 소니가 새롭게 론칭한 스파이더맨 영화로, 무려 6명의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예상과 정반대로) 환상적이다. 



2. 우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스타일적으로 감각적인 매력이 넘친다. 시각적인 부분에서는 애니메이션을 넘어 실사의 영역을 넘보던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등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2D와 코믹북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 부분이 여러모로 신선하다. 예를 들어 잉크 자국이나 효과음 표현을 강조하는 것, 프레임을 생략해서 만화 같은 특징을 부각하는 것이 그러하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사영화의 경우 지나치게 만화적이라고 비판받을 부분까지 스크린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 스파이더맨의 활공 씬은 더욱 극적이고 화려하게, 실사영화에서 눈에 띄지 않았던 스파이더 센스는 더 확실하게 연출된다.


청각적으로는 주인공 마일리 모랄레스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힙합 계열 OST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러닝타임 내내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성공 이후로 OST를 작중에 삽입하는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는데, 그러한 작품들 중 음악을 가장 요긴하게 활용한 케이스인 듯하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스타일만 좋아서는 영화가 성공할 수 없다. 다행히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스타일과 스토리, 두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3. 6명의 스파이더맨과 주요 빌런만 3명이 등장하는 작품. <스파이더맨> 실사영화 시리즈가 늘 캐릭터들을 과하게 작중에 등장시켰다가 망해버렸다는 점을 떠올리면 그리 반가워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뉴 유니버스>는 영리한 스토리텔링으로 선배들의 전철을 피해 가는 데 성공한다. 우선 주인공 마일리 모랄레스, 과외교사 피터 B. 파커, 히로인 그웬 스테이시로 구성된 트리오가 스토리 전개의 중심을 이루고 스파이더맨 누아르, 스파이더햄, 페니 파커가 감초 역할을 맡으면서 자칫 혼란스러워질 수 있던 히어로 간 비중의 균형을 이뤄낸다. 빌런 중에서는 킹핀을 메인 빌런으로 내세우면서 확실한 대립 축을 만드는 데 성공해 <스파이더맨 3>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처럼 빌런의 서브플롯으로 인해 스토리가 엉키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무엇보다 <뉴 유니버스>의 스토리텔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캐릭터 간 '비교'와 '대조'의 적절한(그리고 반복적인) 사용이다. 비교와 대조를 통한 스토리 전개는 캐릭터 간의 동질감 혹은 이질감을 극대화시켜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도와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6명의 스파이더맨을 묘사할 때는 각각의 사연을 비교함으로써 그들이 어떻게 단시간 내에 팀으로서 움직일 만큼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납득시키며 동시에 이를 통해 효과적인 유머를 보여주기도 한다. 메인 빌런인 킹핀을 묘사할 때는 마일리 모랄레스 및 피터 B. 파커와 대조를 이루는 목표와 사연을 제시함으로써 빌런으로서의 특성과 존재감을 효과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히어로 영화의 형식적 특성과 스토리 전개 상의 장점을 모두 취하는 데 성공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본연의 메시지도 잊지 않고 언급해준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상징적 문구와 누구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영화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일리의 성장과 각성, 그리고 수많은 스파이더맨의 등장을 통해 스크린 상에 적절히 제시된다.



4.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본인이 얼마나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따라 만족도가 분명 달라지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코믹북, 실사영화에 이르기까지 재현과 패러디가 영화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고 이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에 더해 최근 작고한 스탠 리에 대한 헌사까지. 솔직히 말해서, 이 이상 기대하기도 어려운 작품이다. 괜히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실감하면서 부디 속편이 꼭 제작되기를 기다려본다. 


E (Exceeds Expectations  기대이상)

9회 말 2사에 터진 소니 픽처스의 동점 만루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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