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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Jan 25. 2019

소셜 네트워크

Social Network Service 대신 Social Network

1.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집단에 소속되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SNS의 등장은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형성을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만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물론 SNS의 활용과 관련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소셜 네트워크>는 이러한 세태를 페이스북의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를 통해 스크린 위에 펼쳐 보인다.



2. <소셜 네트워크>는 간단히 말해 기대와 다른 방향의 영화다. 영화는 일반적인 창립자 성공신화를 거부하며, 소재인 페이스북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냥 영화의 배경 정도. 그래서 영화의 내용이 실제와 얼마나 비슷하냐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영화는 마크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한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도 소셜 '네트워크'다.


작중 마크는 연애, 동아리, 학교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실패한다. 그는 페이스북을 만들고, 성공하고, '션'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사람들을 얻지만 정작 그의 주의 사람들은 그를 떠나간다. 왈도는 'I was your friend, the only friend 난 너의 가장 친한 친구였어, 유일한 친구'라고 내뱉으며 그와 절교하고, 그의 변호인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며, 작중 모든 일의 발단인 전 여친은 끝내 페이스북 친구 요청을 받지 않는다. 결국 그는 철저히 혼자 남는다.


이처럼 마크가 겪는 사회적 관계의 변화는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버랩된다. 마크처럼 많은 이들이 사람들과 새로운 연결과 소통의 창구인 SNS의 가능성에 열광했지만,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외롭고 고립된 사람들의 수는 증가하고 전통적인 오프라인 형태의 인간관계가 더욱 소중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설은 마크 저커버그가 다름 아닌 페이스북의 창립자이기 때문에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소재와 주제의 모순이 주는 충격인 셈이다.



3. 이러한 스토리와 주제가 살아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당연 뛰어난 시나리오였다. 각본가인 아론 소킨은 자칫 진부한 성공신화일 수도 있었던 스토리를 젊은 감각으로 편집해 차갑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위기의 각본으로 재탄생시켰다. 전기 영화에 법정극 요소(소송과 협상)를 더한 그의 선택은 자칫 평면적으로 제시될 뻔한 이야기를 시간과 인과관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전개시켜 나간다. 그와 동시에 협상 테이블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을 영화적 서스펜스로도 확장시킨다.


또한 각본 상 <소셜 네트워크>는 인물들을 비우호적으로 동시에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예를 들어 마크에 대한 묘사를 보면, 냉혹한 사업가에서 후회, 열등감, 미련으로 점철된 루저까지 거침없이 드러내며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이는 단지 마크뿐만 아니라, 왈도와 션 또한 마찬가지다. 배우들의 연기가 큰 힘이 되기도 하는데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자신들에게 주여진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든다. 소심하고 트라우마에 가득하거나, 부드럽다가도 순간적으로 감정이 터져 나오거나, 언제나 능글맞은 전혀 다른 3명의 캐릭터를 형성한 것이다. 이처럼 <소셜 네트워크>의 시나리오는 전기 영화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평면성과 조심성의 함정을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영리하게 피해 간다.



4. <소셜 네트워크>를 이야기하면서 나인 인치 네일스의 OST를 빼놓을 수 없다. 흔히 '짐머레스크'로 대표되는 근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음악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신디사이저의 전자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도시적이고 차가운 느낌을 주는 음악은 페이스북이라는 소재처럼 영화의 분위기를 젊고 감각적이며 '쿨'하게 만들어준다. 감정이 가장 격렬하게 터지는 순간조차 음악은 침묵 속 웅웅거리는 사운드를 통해 이를 차갑게 식힐 뿐이다. 이처럼 <소셜 네트워크>의 음악은 주요 인물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환기시키면서 극적인 효과를 더해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각본과 음악이 있다 하더라도 감독의 연출과 편집이 시원찮다면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다. 다행히도 <소셜 네트워크>는 데이비드 핀처라는 훌륭한 감독과 함께한 작품이다. 실제로 <소셜 네트워크>는 리듬감이 굉장히 좋다. 이는 강조와 생략이라는 편집의 미학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슬로 모션과 클로즈 업을 활용해 특정 씬에서는 확실하게 힘을 주며 호흡을 늦추다가도,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장면에서는 적절한 순서 배치나 전환하는 타이밍으로 과감한 생략을 통해 영화의 속도감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유려하게 연결된 인물들의 감정선, 정교한 플롯과 서사를 즐길 수 있다.



5. 이렇듯 <소셜 네트워크>는 싶은 스토리, 정교한 각본, 도시적인 음악, 속도감을 살린 편집과 연출, 뛰어난 연기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그 결과 <소셜 네트워크>는 성공한 사람을 동경하거나, 그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작품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작중 인물들을 관찰, 비판하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인물들을 비판하며 동시에 관객들은 자기 자신의 모습도 돌아볼 수 있는 셈이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는 많지만, 그렇다고 그 영화들이 모두 영화 밖의 세상까지 돌아보게 만들지는 못한다.


E (Exceeds Expectations 기대이상)

재료는 신선하고, 레시피는 능숙하고, 맛은 차갑게 씁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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