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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Mar 15. 2021

<좋아하면 울리는 2> 이토록 깊고 다채로운 삼각관계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 2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즌 1과는 별개로 시즌 2에 관한 감상만을 정리한 리뷰입니다.


0.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선오(송강)' 대신 자신의 좋알람을 울려주는 '혜영(정가람)'과 알콩달콩한 연애를 이어가는 '조조(김소현)'. 그녀는 설사 그녀가 자신의 좋알람을 울려주지 못해도 기다리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혜영의 좋알람을 울리기 위해 개발자를 만나 핸드폰에 깔리 방패를 지울 방법을 찾아 나선다. 그런 그녀 앞에 우연히, 또는 운명처럼 4년 만에 모습을 나타난 선오는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이 과거에 좋알람을 울려 주었던 상대인 선오와 현재 울려주고 싶은 혜영 사이에서 조조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1. 로맨스 작품에서 좀처럼 빼기 어려운 클리셰를 하나 꼽자면 당연 남녀 주인공들 간의 삼각관계다. 삼각관계는 다른 설정들에 비하면 나름 현실적이기에 감정이입에 용이하다. 또 사랑이 잘 이루어지든 그렇지 않든 가슴 아프고 운명적으로 만드는 데 최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헬레네, 파리스, 메넬라오스의 치정이듯이 그 역사도 깊다. 근래 나오는 작품들도 이 클리셰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여성 하나와 남성 둘이라는 구도를 유지하되 설정을 추가하거나, <런 온>처럼 삼각관계인 척 각자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등 클리셰를 변형 및 파괴하는 데서 그친다.


12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의 두 번째 시즌도 삼각관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즌 1에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조조, 혜영, 선오 사이의 엇갈린 '좋알람'의 알람 소리는 이번에도 끊이지 않고, 그들이 끊임없이 서로를 향한 애정을 의심하고 확인하는 과정은 6개의 에피소드를 가득 채운다. 그러나 <좋아하면 울리는 2>가 보여주는 삼각관계는 뻔한 듯 색다르다. 드라마가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올 경우 알람이 울리는 어플인 '좋알람'을 세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 중심에 위치시키며 기대 이상으로 깊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시즌 2에서 좋알람은 사랑의미, 사랑의 방식, 더 나아가 삶의 방식에 대한 고찰로까지 로맨스의 지평선을 확장시킨다.



2. <좋아하면 울리는 2>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상반된 두 러브라인이다. 양쪽 모두 한 명만 좋알람을 울릴 수 있다는 상황은 동일하다. 혜영과 선오는 모두 조조의 좋알람을 울리지만, 방패라는 버그를 사용하는 조조는 둘의 좋알람을 모두 울리지 못한다. 그러나 두 남자가 조조를 대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조조와 혜영의 관계는 시즌 1보다 더 깊어진다. 조조는 혜영이 감옥에서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아버지를 만나고, 자신에게도 아버지와 같은 면모가 있는 것을 보며 괴로워하며, 끝내 아버지의 가석방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을 때 옆을 지켜준다. 혜영 역시 제주도에서 부모님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조조가 그 트라우마를 다시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자 결승선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이처럼 둘은 서로의 아픔까지도 공유하며 단지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닌 상대방을 위한 사랑을 키워 나간다.


조조와 선오의 관계는 정반대다. 선오는 신뢰와 애정이 무너진 가족 간의 관계, 그 안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조조가 방패를 깔아서 자신의 감정을 알리지 않은 것을 비난하지만, 정작 선오 본인도 자신의 내면을 숨기는데 급급하다. 또한 그는 단지 과거의 한 때, 고등학교 시절의 첫사랑의 감정, 그 호감의 감정을 쫓는 데서 그친다. 유명 연예인이고 공개 연애 중인 자신이 조조의 학교까지 찾아가면 그녀에게 어떤 후폭풍이 닥칠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차이점은 드라마가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다른 의미와 양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흔히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유사하다고 여겨지는 좋아한다(like)와 사랑한다(love)이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like는 문자 그대로 좋아한다, 만나보고 싶다, 알아가고 싶다와 같은 가벼운 뉘앙스를 갖고, 상대방을 좋아함으로써 자신이 행복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대로 love라는 단어는 그보다 더 무거운, 단지 호감을 갖는다는 감정을 넘어서 서로의 부담과 책임, 고통도 함께 나누면서 정신적으로 더 끈끈해진 동반자의 관계를 뜻한다. 상대방을 사랑하면 자신보다도 그 사람의 행복이 우선순위가 된다. 그래서 선오는 조조를 좋아하기에 조조가 자신의 좋알람을 울리는 것에서 만족하려 하고, 혜영은 자신의 좋알람이 울리지 않을 때 조조가 괴로워할 것을 먼저 걱정한다. 이는 조조-선오와 달리 조조와 혜영의 주변을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갖는 벚꽃이 항상 맴도는 이유다.



3. 특히 조조와 혜영의 서사를 눈여겨 들여다보면 드라마가 사랑을 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언질을 주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드라마 속 세계에서 모든 연애는 좋알람에 의해서 시작되고 끝나며, 어떠한 망설임도 없고 신속할 수밖에 없는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개발자인 '덕구(이재응)'의 말대로 태어날 때부터 좋알람이 있었던 이들에게 그 앱 없이 사랑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은연중에, 또 때로는 직접적으로 앱이 없을 때, 즉 과거의 연애와 사랑을 선망하며 그것에 대한 애착을 숨지지 않는다.


한쪽만 좋알람을 울릴 수 있기에 조조와 혜영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때로는 길에서 엇갈리고, 빈 집을 찾아가서 실망하고, 진실을 감추고 숨기는 연인에게 절망한다. 단번에 상대의 마음속을 알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되지 않기에 일어나는 불상사이자, 드라마 속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연애다. 그러나 끝내는 상처를 딛고 새살이 돋아나듯이 어두운 터널을 지난 조조와 혜영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진다. 선오 역시도 조조의 눈을 들여다보며 좋알람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조조의 진심을 깨닫고, 좋알람을 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던 육조의 집 앞을 다시 찾기도 한다.


이때 드라마는 그들의 방식에 박수를 보낸다. 작중 첫 데이트 장소인 혜영의 방에는 필름 카메라나 테이프 카세트처럼 좋게 보면 앤틱한 소품이고 나쁘게 보면 한 물 간 애물단지로 가득하다. 단순한 인테리어로 등장하고 마는 듯했던 이들은 혜영과 조조가 서로 간의 마음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순간을 꾸며주면서 출연한 몫을 해낸다. 필름 카메라로 찍어서 혜영이 인화한 사진은 조조가 그를 붙잡아야 한다고 확신하는 계기가 되며, 테이프 카세트는 방패 때문에 알 수 없었던 조조가 혜영의 좋알람을 울리는 순간의 기록을 보여준다. 이렇게 드라마는 사랑을 확인하는 올드 패션(old fashioned)한 방식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4. 더 나아가 <좋아하면 울리는> 속 삼각관계와 러브라인은 선택과 의지라는 키워드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도 확장된다. 특히 좋알람이 현재 우리의 삶에서 더 이상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메타포 혹은 진화한 형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작중 좋알람은 단지 그 사람이 올리는 게시물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선호가 표시된다는 것, 즉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 자체에 대한 호감을 반영한다는 것 외에는 현실의 sns와 다를 것이 없다. 또 업데이트된 좋알람 2.0은 자신을 좋아할 사람을 미리 예측해서 알려주는 점에서 취향에 맞는 게시물이나 피드를 미리 알려주는 다양한 알고리즘 기반 서비스가 증가하는 현실의 반영이다.


따라서 좋아함과 사랑 사이에서 헷갈려하던 주인공들이 아날로그한 과거의 방식을 통해 그 혼란에서 벗어나는 것은 좋알람과 같은 첨단의 방식에 대한 부정, 거부, 경계로도 읽을 수 있다. 다른 이가 자신의 하트를 울리는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의 하트를 울릴 것인지,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먼저 집중하자고 말하는 셈이다. 이는 좋알람을 이용하되 의지하지는 않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조조와 혜영의 선택, 좋알람이 말하는 것과 달리 연애를 지속하는 선오와 육조의 의지가 sns와 알고리즘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남기는 시사점이다. 실제로 덕구는 자신이 만드어낸 신기술인 좋알람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개인의 선택과 의지를 왜곡할 수 없도록 추천 기능은 없애겠다고 선언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메시지는 주인공들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와중에 큰 접점이 없는 '굴미(고민시)'가 일정한 분량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알람의 하트 개수에 집착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성공을 노리는 그녀는 좀처럼 좋알람의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러나 그동안 회피했던 엄마의 편의점 일을 대신 맡고, 불만과 불평을 쉬지 않으면서도 일하려는 의지를 꺽지 않자 굴미는 마침내 고대하던 좋알람 알람 소리를 듣는다. 이처럼 단지 사랑의 작대기뿐만 아니라 인생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정할 때에도 어떻게 판단하고 생동하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좋알람에 함께 담겨 있기에 이 드라마의 삼각관계는 다채롭고도 깊다.



5. 사실 <좋아하면 울리는>이 아주 깔끔한 작품은 아니다. 덕구가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하고 조조를 돕는 과정처럼 설명이 부족하거나 생략된 대목은 쉬이 눈에 띈다. 특정 씬에서는 지나치게 슬로 모션을 반복하고, 같은 장면을 너무 많은 앵글로 비추다 보니 리듬이 느려지고 극의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느껴진다. 감정선의 높낮이 변화가 심하다 보니 조조, 혜영, 선오가 우는 장면이 다수 등장하는데, 매번 눈물을 한 방울씩 흘려보내는 연출은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모든 장면을 예쁘게 찍으려고 한 욕심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지난 시즌과 이어지지 않는 듯 보이는 주인공들의 감정선 역시 어색하고 연장선이 없는 듯 느껴진다. 이는 전반적으로 호불호가 나뉠 요소이고, 모든 문제가 종합된 결과 마지막 에피소드는 좀처럼 시간이 지나지 않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관계성, 그들의 로맨스, 그들의 진심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이 좋다는 점, 그리고 순간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연출과 소품의 배치 안에서 말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히 전달된다는 점은 <좋아하면 울리는>의 두 번째 시즌을 마지막까지 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이렇게 <좋아하면 울리는>의 두 번째 시즌은 몇몇의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진부한 클리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사랑과 인생에 대한 고찰까지도 담은 드라마로 뇌리에 남는다.



A(Acceptable, 무난함)

비록 곁가지는 거슬리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뻗는 힘이 좋은 벚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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