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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Feb 08. 2019

드래곤 길들이기 3

포용과 공존, 그 주관성의 함정


1. 타인들과 살아간다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내 옆에 있는 이들의 성격, 행동, 사고방식 등을 편견 업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애니메이션 명가인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 또한 '다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작중 주인공인 히컵과 투슬리스가 서로 친밀감을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편견'을 버리고 상이한 두 종족이 서로를 포용하고 '공존'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정말 훌륭하다고 느껴지는 대목은, 인간과 드래곤의 공존도 결국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존이라는 그 주관성을 놓치지 부분이다. <드래곤 길들이기 3>은 1편에서부터 이어진 인간과 드래곤의 관계에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면서, 진정한 포용과 공존이 무엇인지 고찰한다.   


2. <드래곤 길들이기 3>는 확실히 독립된 작품으로서는 <드래곤 길들이기> 1편에 비견될 수 없다. 규모도 커지고, 캐릭터들의 매력도 여전하지만 시리즈물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2편에서 한번 등장했던 드래곤 헌터와의 대립구도가 반복되면서 스토리 전개는 긴장감을 잃어버린다. 한 번 본 내용이니까. <드래곤 길들이기>의 최대 장점인 드래곤의 활강 장면은 스케일도 커지고 등장 횟수도 늘어나고 아이맥스나 4DX로 보면 정말 온몸이 짜릿할 것 같기는 하지만, 1편만큼의 감흥을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1편에서 투슬리스와 히컵의 비행은 아웃사이더인 히컵과 혼자인 투슬리스, 둘의 감정적 교감을 드러내는 요소였지만 이번 편에서는 마지막 엔딩 장면을 제외하면 그저 눈요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드래곤 길들이기> 3편은 칭찬받아야 마땅한 작품이다. 단독 작품으로서의 아쉬움은 남더라도 시리즈의 아름다운 결말을 선사하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3. 3편에서 특기할 부분은 투슬리스 시점에서 전개되는 스토리의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라이트 퓨어리'라는 새로운 드래곤의 등장과 맞물리는 대목으로, 특히 투슬리스와 라이트 퓨어리가 데이트하는 장면이나 드래곤들의 은신처가 등장하는 장면은 사랑스럽고 귀여우면서도 마치 다큐멘터리의 일부를 보는 것처럼 자연의 아름다움마저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 장면들은 단지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넘어서서 스토리적 측면에서 작중 인간과 드래곤이 공존하는 상황에 대한 시점의 변화를 드러내는 시퀀스이기도 하다. 히컵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인간과 드래곤은 더 이상 적대적인 과계도 아니며 버크 섬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상부상조하며 행복한 삶을 누리는 듯 하지만, 실상 투슬리스로 대변되는 드래곤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은 버크 섬에 종속되어 있던 것이지 동등한 존재로서 사는 것이 아니었다는 입장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두 종족의 입장 차이는 투슬리스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히컵과 짝을 만나고 드래곤으로서의 독립적인 삶을 원하는 투슬리스의 갈등을 통해 감정적으로도 관객들에게 적절하게 환기된다.


이처럼 <드래곤 길들이기 3>는 타인과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공존한다는 것이 단지 자신만의 착각일지도 모르며, 그 주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는 1편에서부터 이어온 메시지를 보충하고 완성하며 시리즈를 완결 짓는 스토리 전개로,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요소였다.



4.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엔딩 장면은 단언컨대 최고의 엔딩 중 하나였다. 우선 히컵과 투슬리스가 왜 이별해야 되는지를 이성적으로, 감정적으로 모두 납득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종속되지 않는 완전히 동등한 상태에서의 히컵과 투슬리스의 재회는 시리즈의 캐릭터에게나, 관객들에게나 시리즈의 스토리 상 가장 자연스러운 최선이자 최고의 엔딩이기 때문이다. 시리즈의 주요 장면들을 보여주는 엔딩 크레딧 또한 눈물을 자아낸다.


이러한 긴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과의 이별과 슬픔은 픽사의 <토이스토리 3>와도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그 결은 다소 다르다. <토이스토리 3>가 단순히 이별에 따르는 먹먹한 슬픔을 강종했다면, <드래곤 길들이기 3>는 미시적, 거시적 측면에서 이별이 갖는 의미를 멋지게 조화시킨 슬픔과 감동, 희망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투슬리스의 귀여운 장난을 다시 못 보고 히컵과 투슬리스의 환상적인 비행장면을 다시 체험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이렇게 떠나보내야 한다면 미소 지으면서 떠나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시리즈의 주요 장면들을 보여주는 엔딩 크레딧은 덤이다.


 

E (Exceeds Expectations 기대이상)

우리 모두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함께하다 보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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