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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Apr 20. 2019

라라랜드

꿈과 꿈 사이에서 흥얼거리는

1. 영화를 구성하는 두 축은 영상과 음성이다. 그중 먼저 등장한 것은 영상이며, 그래서 최초의 영화들은 음성이 없는 무성 영화들이었다. 이후 음성 기술이 발달하면서 영상과 음성이 동시에 전달되는 유성영화가 등장했다. 사람들이 눈과 귀를 모두 이용해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유성 영화가 관객들에게 더욱 실감 났을 것은 당연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흔히 이야기하는 1930년대의 할리우드의 황금기와 유성영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때는 특히 뮤지컬 영화가 큰 흥행을 거두던 시기인데, 화려한 댄스와 음악이 갓 등장한 유성 영화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할리우드의 황금기에 바치는 헌사, 그 영화가 바로 <라라랜드>다.



2. 그래서일까, 이 영화는 '보는 맛'이 있다. 단색들이 주로 사용된 영화의 기본적인 색감이 예쁘다. 영화의 전체적인 낭만적이고 아련한 분위기를 형성해주는 저녁노을이 어우러진 하늘의 따뜻한 어두운 파란색과 보라색의 조화도 예쁘고 밝은 LA의 날씨를 보여주는 오후의 화려한 색감도 좋다. 영화의 연출도 예쁘다. 연극을 보는 듯하는 아기자기한 소품을 활용하는 연출과 인물들의 그림자 기법을 사용한 연출 (결말부), 롱테이크 시퀀스를 보여주는 연출(오프닝 씬), 세바스찬과 미아가 심리적으로 멀어지기 시작하는 콘서트 씬 등 '보는 맛'이 있다.


이 영화는 '듣는 맛'도 있다. 이 부분은 별 말이 필요 없을 거 같다. 직접 들어보면 된다. 개인적으로 'A Lovely Night', 'Start A Fire', 'Audition'이 가장 마음에 든다. 아 물론 'Epilogue'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결과와 아쉬움을 모두 담아내는 넘버로 <라라랜드>의 끝을 장식하는 최고의 선택이다.



3. 이러한 감각적인 요소에 더해 <라라랜드>는 주요한 모티브가 존재한다. 바로 꿈이다. 이 꿈이라는 모티브는 영화의 존재적 특성과 스토리적 측면으로 갈라져서 나타난다. 우선  영화라는 매체는 사실 사람들이 꾸는 꿈과 닮은 점이 많다. 영화관과 잠이라는 어두운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사건 간의 인과관계가 설사 비현실적이더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느낀다는 점이 그렇다. 또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나 의식적으로나 내면에서 갈망하고 상상하던 사건들이 재현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이러한 영화와 꿈의 공통점을 표현하는 연출이 <라라랜드>에 등장한다. 바로 세바스찬이 홀로 연주에 몰입할 때, 미아가 'Audition'이라는 넘버를 부를 때처럼 핀 포인트를 활용해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 중에 각 캐릭터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들의 캐릭터들의 꿈과 염원이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장면들이 그것이다. 또한 이 모티브는 작중 영화관에서 시작된 둘의 관계가 영화관이 폐업했을 때 끝나는 씬, 둘의 데이트 장소가 여러 영화 세트장이라는 씬에서도 암시되곤 한다. 이러한 씬들을 통해 관객들은 본인들이 보는 영화와 인물들의 꿈이 겹쳐지고, <라라랜드>라는 영화가 곧 꿈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4. 스토리적 측면에서 <라라랜드>는 대비되는 두 명의 캐릭터, 미아(현실적인 인물)와 세바스찬(이상적인 인물)을 통해 꿈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를 보여준다. 둘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한다. 영화에 캐스팅되는 것이 목적이던 미아는 세바스찬을 만난 뒤 그의 모습에서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1인극을 올리게 되고 이를 통해 캐스팅된다(현실에 이상 한 스푼). 반면 세바스찬은 미아의 현실감각을 받아들여서 밴드 활동을 하게 된다(이상에 현실 한 스푼). 하지만 이 상반되는 태도는 끝내 조화되지 않으며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들 중 영화가 특히 관심을 주는 인물은 엠마 스톤이 연기한 '미아'다. 왜냐하면 극 중 그녀는 누구보다도 할리우드와 영화산업 내에서 꿈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아'는 캐스팅에 줄곧 떨어지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그러나 미아가 1인극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어필하는 데 성공하자 그녀는 오디션에 마침내 합격한다. 이러한 미아의 모습은 현재 할리우드의 모습이다. 전 세계에서 신선하고 창의적인 감독, 제작자, 작가, 배우들의 꿈인 곳. 자본은 충분하니 언제나 독창적인 소재를 필요로 하는 집단. 그렇기에 미아의 행보는 전작인 <위플래쉬>를 통해서 독창성과 개성을 보여주며 인정받고 이후 할리우드의 자본력에 힘입어 <라라랜드>를 제작한 '데미안 셔젤' 감독 본인의 경험이라고 볼 수도 있으며,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꾸는 꿈의 모습일 것이다.



5. 따라서 <라라랜드>는 꿈을 형상화한 영화 그 자체를 보여주는 영화이자, 감독 본인과 관객들의 꿈을 담은, 그리고 할리우드 스스로에 대한 통찰과 헌사가 가득한 영화다. 따라서 <라라랜드>가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의 뮤지컬인 것도, 작품명이 <La La Land>인 것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이 아닌 '미아' 역의 엠마 스톤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도, 이 작품이 시네마스코프라는 화면비로 촬영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닌 셈이다.



O(Outstanding )

우리 삶과 할리우드의 가장 찬란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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