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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셜 Jan 02. 2024

회사 매각, 출산 올해 잘한일과 못한일


잘한 일


1. 써봄 정리

써봄 마지막 날


몇 년간 끌고 왔던 써봄을 정리했다. 운영만 필요한 단계였다보니 더이상 들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물론 캐시카우로서는 좋을 수 있어도, 이걸 들고 가는게 오히려 나의 성장에 방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회사를 넘길 몇몇 후보자를 만나 같이 일도 해봤고, 그 중 한명을 결정해 넘겼다. 마지막 날 창고 주변 어르신 분들께 인사를 하고 나올 때는 뭔가 찡했다.  3년 가까이 가족처럼 지냈던 분들이라, 각 집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도 훤하다. 아버지에게 빌린돈 60만원으로 시작해 국내에 100만 팩 넘는 기저귀 샘플팩을 유통시켰다. 써봄덕에 사회적으로는 수십억의 불필요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고, 기저귀 선택에 드는 불필요한 수백만 시간을 절약시켰다. 아쉬움은 전혀 없다. 그저 영하 20도의 파주의 겨울 날씨와 푸세식 간이 화장실을 벗어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2. 앤틀러


큰 실수가 있었다. 그덕에 돈도 날리고 시간도 날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한일에 넣은 이유는 지금 단계에 맞으면 좋을 예방주사 였다고 생각한다. 츄스(링크) 라는 사업자체는 스탑했지만 앞으로 창업에 대해 떠들 훌륭한 동료들을 얻었다. 앞으로 공동창업은 왠만하면 하지 않을 생각이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준 와이프에게 감사를...


3. 포텐셜의 시작



원맨쇼가 익숙했던 사람이라, 채용은 나에게 굉장히 두려운 미션이었다. 하지만 멘토의 조언덕에, 잘 극복할 수 있었고 현재 수많은 채용과 해고를 연습 중 이다. 리모트 근무, 100% 탄력근무제, 보상시스템 등 서툴지만 계속 연습 중이다. 잘한 부분 못한 부분 둘다 있다. 월 1억의 벽도 깨지 못했고, 첫 해외 클라이언트도 실패했다.  우리의 핵심 역량인 소프트웨어 딜리버리 속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고, 오가닉한 클라이언트 유입은 늘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일단 첫 걸음을 떼었다






4. 재하와의 만남


계속 딩크로 지내다가 결혼한 지 5년만에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다. 아이 갖기를 망설였던 이유는 심플하게 돈과 시간이었다. 그 어느것도 충분한 것이 없었다. 맘을 바꾸게 된 이유는 A 하면 B 한다 식의 가정만큼 무의미한게 없다는 것을 창업을 하면서 배웠기 때문이다. 


나중에 10억을 모으면 B 한다.

50살이되면 B 한다.

주식으로 어느정도 벌면 B 한다.

매출이 어느정도 오르면 B 한다.

회사를 30억정도에 팔면 B을 한다.


등등, 사실 B를 하는데에는 A라는 자원이 필요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더 중요한건 내 마음가짐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시간과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다. 경험상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험을 떠날 때 동료들과 즐거운 스토리가 많이 생겨났다. 


스토리 1 

첫 창업 때, 공동창업자 형과 종각 탐앤탐스에서 둘이 커피 한 잔만 시키고 밤을 새며 작업을 했다. 신촌의 3천원짜리 꼬숑돈까스로 끼니를 떼웠다. 그러다 한참 후 교대 이층집에서 첫 삼겹살 회식을 했는데, 어떤 호텔 레스토랑, 미슐랭보다 황홀했던 맛이 내 기억속에 선명하다.


스토리 2

써봄으로 돈을 벌었다. 살면서 통장 잔고가 100만원을 넘어본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500만원이라는 큰 액수가 통장에 찍혀 있었다. 이 돈을 어디에 쓰면 값질까 고민하다 400만원으로는 반지를 100만원으로는 비행기 티켓을 끊고 지금 와이프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이때 내 소원은 와이프와 기념일마다 아웃백 정도는 갈 수 있는 삶이었다. 통장잔고는 500만원에서 다시 0원이 되었고, 걱정도 불안도 많았지만 지금 아주 잘 살고 있다.



스드메 그런거 없다 다이소 표 꽃, 나비넥타이, 일산 호수공원, 아이폰이면 된다


일에 쓸수 있는 시간은 더욱 적어졌고, 인생의 난이도도 더 올라갔지만 출산과 육아도 어떻게든 잘 해결될거라 믿는다. 



못한 일


부족한 조심성          

조심성 없이 일을 벌렸다. 계약서를 준비하는데에 소홀했고(뭐 아예 안했지 뭐), 사람만 믿고 돈을 보냈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과 일을 철저히 하는 것은 동시에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다. 나의 느긋함과 태평함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나쁜 사례였다. 주변사람들이 당시 많이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독단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더욱 뼈아프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올해의 사건을 잘 기억해야 겠다.


위임을 잘 못한다

아직까지도 위임에 서툰다. 오랫동안 자영업만 한 사장들이 하는 실수를 내가 많이 반복하고 있는것 같다. 최대한 내가하는 일을 줄이고, 팀원들에게 믿고 맡겨야 하는데 노력은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내가 하면 더 빨리 끝낼 수 있는데... 의 망령이 계속 내 머릿속을 해집고 다녀 위임을 할 때마다 머뭇거리게 된다. 내년에는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친절함의 레벨이 내려갔다.

나의 가장 큰 무기는 친절함이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숫자가 많아지고 매니징 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지다보니 언젠가 부터 내가 짜증이 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고객, 가족, 친구들에게 친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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