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긁?

너 자신을 알라

by 강우
긁?

왜, 제 말에 긁히셨어요? 의 줄임말.


그리고 볼 때마다 정말 놀랍도록 나를 긁는 말.


제일 처음 누가 썼는지 몰라도 다른 사람 빡치게(화나게) 만드는데 천재인 건 분명하다.




심리, 정신, 분석 다 좋아하는 말이지만 그중 어느 것에도 전문 지식은 없다.

이 정도로 관심이 있다면 좀 배워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그냥 하는 소리지 막상 대단한 의지나 열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살면서 늘 나 자신을 알기 위해 노력했다.

정확히는 나 자신의 한계를 알기 위해 노력했다.


한참 꿈과 희망을 논하는 나이에 가진 게 너무 없어서 딱 한 번만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자신이 없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게 뭔지,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살피느라 정작 내 마음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나 자신을 안다는 게 내게는 내 마음이나 감정 혹은 성격을 안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내 업무 능력을 안다는 말에 가깝고,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일종의 자원처럼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사용하기 위한 전략에 가깝다.


그런데 자식을 낳고 키우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마음이 많이 무너졌다.

내게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심연을 몇 번 보고 나니 새삼 내 마음이 궁금해졌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정하는 걸까, 남이 보는 나로 만들어지는 걸까.




언젠가 SNS 현자가 말했다.

자신이 긁히는 말은 스스로의 결핍을 나타낸다고, 누군가 주야장천 떠들어대고 비판하는 주제가 보통은 그 사람의 결핍이라고.


만약 어떤 사람이 수시로 '수저계급론'을 들먹이며 다른 이의 성취를 단순히 금수저인 탓이라 폄하한다면, 정작 그 사람의 결핍이야말로 금수저가 되지 못한 자신이라고, 그게 부러워서 그리도 긁히는 거란 소리다.


아, 이 얼마나 사람 후드려 패는 아름다운 말인가.


잔뜩 얻어맞고 퉁퉁 부어오른 나는 그래서 궁금해졌다.

나는 뭐에 긁히고, 뭐에 꽂히는지.


내가 말하고 쓰는 것 속에 감춰진 혹은 훤히 드러난 내 결핍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