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도 많고, 출판사도 많고, 2년을 못 채우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담당자(편집자/PD)도 많은 바닥입니다.
그런데 또 희한하게 좁고요.
글에 앞서 미리 말씀드리는 건 출판사라고 적지만 결국 작가가 소통하는 건 사람이고, 출판사와의 문제라는 게 의외로 정말 법적인 문제라기보다 작가와 담당자 사이에 생긴 갈등이 많습니다.
하여 누군가에겐 절필을 하게 만든 출판사가 누군가에겐 인생 최고의 출판사일 수도 있으니 작가 지망생일 경우엔 인터넷에 떠도는 요주의 출판사 명단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보다 일단 투고 합격부터 하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명단에 전혀 없다는 게 어떤 의미에선 업력이 오래되지 않았거나 출간작이 많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고, 반대로 명단에 있는 출판사가 업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이 출간하는 대형일 수도 있습니다.
또, 절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보통 관계자들은 다 압니다.
아무래도 글로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분들이다 보니 오픈 톡방이니, 익명 게시판이니 작가 편집자 할 것 없이 말과 글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엔 그 사람을 은근히 피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영업 방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거나 공론화해 버립니다.
말과 글을 업으로 삼는 분들은 그게 돈 줄이니 자기 돈 줄을 해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럼, 일반적으로 출판사와 계약 시 유의해야 할 점을 적어 보겠습니다.
투고 혹은 무료 연재를 하면 슬슬 연락이 옵니다.
본인이 가장 원했던 출판사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 한 달 정도 지켜보면서 여러 곳의 조건을 비교하는 게 좋습니다.
일단 '연락 주셔서 감사하고, 가계약서를 보내주시거나 계약 조건에 대해 안내받고 싶다'라고 답장하신 후, 상대방이 가계약서 혹은 비율을 포함 주요 계약 조건 안내를 보내오면 '심사숙고하여 언제까지 연락드리겠습니다' 하세요.
웹소설 쪽에서는 수 십 곳에 투고하고 여러 곳에서 컨택받는 일이 흔해서 한 달 정도는 기다립니다.
다만 날짜도 명시하지 않고, 답장도 하지 않은 채로 기다리게 두진 마시고요.
제일 중요한 정산 비율은 초단편(추후 다시 설명하겠으나 공백 미포함 1만 자가량, 1천 원 정도의 성인물)이 아니라면 보통 작가 7:출판사 3입니다.
물론 유명 작가가 되면 달라지지만 이건 지망생 분들을 위한 안내서이니 저게 가장 기본 조건입니다.
그리고 6:4는 계약하시면 안 됩니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소위 플랫폼 직계라고 불리는 자체 출판사는 플랫폼 수수료가 없는 셈이므로 6:4를 제시하여도 결국 플랫폼 수수료를 떼이는 일반 출판사보다 실제 정산 비율이 높습니다.
혹시 당신이 첫 작품부터 플랫폼 직계와 계약하는 능력자라면, 6:4도 괜찮습니다.
요즘 IP 확보 경쟁이 심해지면서 계약서에 2차적 저작물에 대한 조건이 미리 명시된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이 웹툰화되거나 드라마, 영화 제작 등 또 다른 창작물의 원작으로 사용되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것은 아예 명시되어있지 않거나 출판사에 우선협상권만 있는 겁니다.
최악은 출판사에 권리를 아예 위임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건 처음부터 2차를 염두에 두고 쓴다고 할 정도인 요즘 시장에 일반화하기 애매합니다.
애초에 소설의 2차 가능성을 보고 계약하는 해당 분야 특화 출판사들은 당연히 2차적 저작물에 대해서도 위임받길 원할 것이고, 작가 입장에서도 해당 출판사와의 2차를 원해서 계약하는 거라면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또 일부 웹툰, 영상물 스튜디오 출신 자회사들은 애초에 IP 확보가 목적이므로 위임을 안 하면 계약을 안 하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본인이 계약하는 출판사의 규모나 웹툰, 영상화 전문성 여부 등을 참고하여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겠죠.
그 외,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문화체육관광부에 있는 웹소설 표준 계약서를 참고하세요.
만약 유료 연재 형태로 출간을 원하고, 출판사에서도 그걸 목적으로 연락해 왔다면 추가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표지 금액 제한입니다.
유료 연재의 경우 현재 일러스트 표지만 허용해서 반드시 표지 제작 의뢰가 들어가야 하는데, 이 외주 표지값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여성향에선 최근 연재 들어가면 일러스트레이터만 돈 번다고 할 정도지요.
하여 표지값 상한이 있는지, 그게 얼마쯤인지 보시고 만약 150만 원 미만이면 한 명 이상 안 되고 배경에 이것저것 넣기 어렵겠구나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건 인건비이므로 당연히 변동이 큽니다. 참고만 하세요.)
100 에서 80 정도를 제시하는 곳이면 여성향 유료 연재만 원하실 경우 계약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뻔히 알면서 추가 비용은 작가가 대라는 식으로 버티는 거니까요.
둘째로 3사 심사에서 다 떨어졌을 때 계약을 어떻게 마무리할지에 대한 논의입니다.
예전엔 네이버, 카카오, 리디 3사 심사에서 다 떨어지면 그냥 단행본(완결로 한 번에 다 출간하는 것)으로 출간했으나 최근엔 표지값 문제도 있고, 남성향 현대판타지나 로맨스판타지는 연재 없는 단행본 시장은 별로라서 합의하에 계약 파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3사 심사에 다 떨어진 건 아니지만 잘 안 팔리는 하위 프로모션만 합격한 경우에도 계약 파기를 하기도 하고요.
데뷔가 간절한 작가 지망생 입장에선 어쩌면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지 모르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최근 여성향 하위 프로모션의 경우 정말 치킨값(비유가 아닙니다)만 정산받을 수 있으므로 작가 입장에서도 장편을 쓰는데 들어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아까운 것이지요.
기성 작가들은 출판사에서 단행이라도 내라며 다 쓰라고 하면 오히려 더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이니 한 번 고민해 보세요.
복잡한 계산할 필요 없이 '글을 쓰는데 든 시간 X 최저 시급'을 했을 때, 그만큼도 안 나오는 작품이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글 쓰는데 오래 걸리는 분이라면 본전도 못 칠 확률은 더 올라가겠죠?
웹소설 작가는 손 빠른 것도 중요한 능력입니다.
계약에는 의외의 복병도 있습니다.
바로, 무한 수정 조약입니다.
매우 드물긴 하지만 간혹 출판사 측에서 자신들이 오케이 할 때까지 작가가 무한 수정을 해야 한다는 조항을 들이밀기도 합니다.
출판사가 또라이인가 싶겠으나 사실 전 연령가 연재를 하면서 19금적인 내용을 넣어놓고 수정을 거부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등의 사례를 대비한 조항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어쨌든 저는 저런 곳과는 계약하지 않길 추천합니다.
특히나 작가 지망생이라면 절필하기 딱 좋은 환경입니다.
편집자가 의견을 제시할 순 있지만 그걸 작가에게 강제할 순 없습니다.
작품이 마음에 안 들면 계약을 안 하면 될 일이지, 작가지망생에게 대신 타자 치게 시키는 것도 아니고 편집자가 쓰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쓰면 됩니다.
더 나은 작품을 위해 편집자와 잘 협의하고 배우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만, 기본적으로 작가 데뷔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기 글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끝날 건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죠.
또 어떤 편집자를 만나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간혹 정말 편집자가 이상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제법 자주)
정산 금액 이월 조약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보통 이 쪽은 빠르면 익월(다음 달), 아니면 기본 익익월(다다음 달), 심하면 익익 익월(다다다음 달) 정산도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정산한 걸 다시 출판사가 받아서 작가에게 넘기는 구조다 보니 일단 플랫폼부터 출판사에 익월에 넘기는 경우가 있지요.
그것도 답답한데 요즘엔 시장이 어려워서인지 매 달 수 십 수백 작품 정산하기 귀찮아서인지 몇 만 원 미만은 이월하겠다는 조항을 넣은 출판사가 많습니다.
1만 원 미만, 5만 원 미만은 그렇다 쳐도 간간히 10만 원 미만, 심하면 30만 원 미만은 이월하겠다는 곳도 있는데 출판사가 야반도주(?)하면서 인세 떼이고 내 책은 여전히 플랫폼에 있고 요즘은 이런 사례가 꽤 있죠.
출판사가 무슨 증권사나 은행도 아니고 정당히 받아야 할 인세를 이월하는 곳은(특히 금액이 큰 곳은) 주의하세요.
그 밖에 계약 기간도 확인하세요.
예전에는 대충 3년이 많았는데, 요즘엔 1년, 5년, 3년 다 다른 데다 시작 날짜도 연재 시작일부터 3년인지, 연재 종료일부터 3년인지, 완고 인도일부터 3년인지, 발행일로부터 3년인지 등등 잘 봐야 합니다.
그리고 보통은 양 측의 별도 통보가 없으면 자동 갱신되는 형태이니 꼭 해지하고 싶다면 해지 통고 기한과(보통 계약 만료 3개월 전) 자동 연장 기한도 기억해 두세요.
3년 계약인 줄 알고 있다가 깜빡했는데 자동 연장 기한이 또 3년이면 6년 묶여 있을 수 있습니다.
계약 기간이 짧고 긴 건 절대적으로 뭐가 좋다기보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5년까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완고 인도일은 무조건 넉넉하게 잡으세요.
'평소 작업 속도를 정직하게 계산해서 6개월 후에 드릴 수 있습니다.' 이런 거 하지 마시고 한 권 정도의 단행본 출간이라 해도 최소 1년 이상 잡으셔야 합니다.
습관적으로 펑크 내는 분들이 많은데, 그게 협의가 잘 되고 양해해 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계약 파기의 사유죠.
작가라는 명칭이 주는 예술적인 느낌과 창작을 한다는 뽕에 취해 관련된 모두가 비즈니스 중이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웹소설은 철저히 돈의 논리로 돌아갑니다.
상식적으로 이게 회사였다면, 내가 일개 회사원이었다면 가능했을까 싶은 일은 작가로서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한 50만 원, 100만 원쯤 되는 이도저도 아닌 선인세 받고, 매출 안 나와서 차감 못 하면 차기작으로 갚겠다는 백지 계약서 쓰지 마세요.
선인세(매출 선지급)는 그 한 작품에만 해당하는 것이지 다른 작품으로 갚는 게 아닙니다.
게다가 다른 작품 시놉시스 줘봐야 계속 돌려보내고 수정하라고 시키고 심지어 출판사 웹툰화 작업에 각색이라도 하라고 강요받는 경우도 봤습니다.
몇 년씩 저런 백지 계약에 묶여서 아이디어만 팔리고 절필하는 상황도 생기니 절대! 안 됩니다.
아직 데뷔하지 못한 작가 지망생이야말로 착취와 희망 고문에 빠지기 딱 좋으니 항상 어느 정도 의심과 피해 의식을 장착한 상태로 신중하게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단행본, 연재, 단편, 장편, 초단편, 질, 권 등 난무하는 용어들에 대해 정의하며 각 시장의 특징과 작가로서 자신이 어디에 적합한지 찾는 기준 등에 대해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