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선 Sep 06. 2023

프리다이빙을 한다는 것

2022년 7월 말 아가미가 필요할 정도로 습하고 더운 날씨, 3년 전, 2달간 프리다이빙을 하며 지냈던 다합의 홍해 바다가 절로 생각나는 요즘이다.     


여자 친구와 3개월간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여자 친구는 한국으로 떠나고 나는 이집트의 작은 도시 다합으로 향했다. 내가 다합에 간 이유는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바다에서 실컷 놀고 싶어서이다. 다합에는 수심 130m의 블루홀과 바닷속 시야가 10m 이상 나오는 홍해가 있다. 때문에 다합은 세계의 다이버들이 모이는 곳이다. 다합에 도착해서 3일간 셰어하우스에 있다가 친구들과 빌라를 구했다. 오픈채팅방으로 알게 된 어느 부부였다. 방 2개와 화장실 1개, 넓은 거실과 주방을 갖춘 집이어서 셋이 살기에는 딱 좋았다. 주변에서는 부부 사이에 끼어서 방해를 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임대료를 반씩 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집을 얻었으니 홍해 바다에서 원 없이 물놀이만 하면 된다.     


프리다이빙은 간단히 말하면 숨을 참고 최대한 바다 밑으로 내려가면 되는 다이빙이다. 스쿠버 다이빙과 다르게 장비가 필요 없어 언제든 물속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또한 스노클링을 하다가 잠수를 하며 더욱 자유롭게 놀 수 있다. 단점은 공기통 같은 장비가 없어 오래 물속에 있을 수 없다. 프리다이빙도 자격증이 필요한데 나는 기본적인 스킬을 배우는 레벨 2까지만 땄다. 레벨 2는 수심 12m까지 내려가야 하고, 잠영으로 40m를 가야 하며 , 2분간 물속에서 숨을 참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자격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바다와 친해지려는 나에게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북극에서 돌고래들과 10분 이상 프리다이빙으로 함께 수영을 한 나탈리아 아브센코는 "더 깊이 잠수하기 위해 숨을 참고 한계를 넘어야 합니다. 온갖 종류의 정신적인 문제들을 청소해야 돼요. 호흡을 통해 한계를 넘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 실제 자기 모습과 마주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이 말이 내가 프리다이빙을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프리다이빙을 할 때면 세상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바다의 고요함만이 나를 감싼다. 프리다이빙은 명상과 흡사한 점이 많다. 몸의 긴장을 풀고 최대한 편안한 상태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을 땐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제일 중요하다. 물과 호흡에 대한 두려움에 겁을 먹으면 몸의 미세한 근육들과 세포들을 긴장시켜  산소를 빼앗기게 된다. 그러면 더욱 숨을 오래 참기가 힘들어진다. 어린 시절 목욕탕에서 친구들과 누가 더 숨을 오래 참나 내기를 하던 때는 마냥 즐겁기만 했었는데 막상 숨을 참고 몸을 뒤집어서 머리부터 바닷속으로 들어갈 때는 왈칵 겁이 났다. 처음 몇 번은 머리를 처박고 바로 나오기를 여러 번 반복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기초 레벨인 레벨 2를 따는 건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수영도 할 줄 모른다. 단순히 물을 좋아하고 명상과 비슷하다길래 했을 뿐이다. 숨을 참는데 제일 방해되었던 건 불안이었다. '나 이러다 죽으면 어떡하지?' '내가 할 수 있을까?' '물속은 너무 무서워' 이러한 잡념들이 나의 미세한 세포와 근육들을 긴장시켜 몸속 산소들을 뺏어가 더욱 숨을 참기가 힘들었다. 프리다이빙을 할 때는 곁을 지켜주는 버디가 있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있지 않고, 통계상으로도 스쿠버다이빙보다 안전하다.     


이런 잡념을 없애는 2가지 팁을 찾았다. 첫 번째는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를 생각하는 것이다. 어느 책에선가 바다는 자궁의 양수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바닷 속은 엄마의 자궁 안이다. 나는 태아다. 편안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니 긴장이 한결 풀렸다. 두 번째는 2분간 숨 참는 시험을 볼 때 강사님이 알려주신 방법이다. 잡념이 떠오른다면 물속에서 라면을 끓여보라는 것이다. 라면봉지를 뜯어 끓는 물에 넣는다. 스프를 뜯어서 넣는다. 건더기 스프도 뜯어 넣는다. 젓가락으로 저어주며 3분간 익혀준다. 마지막에 계란을 톡 터뜨려 넣는다. 라면 끓이는 과정을 천천히 머릿속에서 그려가면, 숨 참는데 한결 편안해진다. 이렇게 자격증을 땄다. 나는 물과 더욱 친해지는 법을 배운 거라고 생각했다. 두려움을 없애고 편안한 마음으로 바다에서 물고기와 자유롭게 노닐 준비가 된 것이다. 자, 이제 제대로 놀아보자.          


바다 이야기와 다합에서의 생활은 2부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 명상을 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