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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선 Aug 30. 2023

명상을 한다는 것

비파사나 명상

정미누나(0원으로 사는 삶 저자) 덕분에 비파사나 명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나는 돈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고 무(無)소유 유(有)쓸모의 마음으로 2년간 세계여행을 다녀오고 진도의 허름한 집에서 살고 계신분이다.(현재는 다른곳에 살고 계신다.)

덕분에 나의 인도여행 목표는 명상으로 정하게 되었다. 

    

인도의 3대 신중 하나인 브라하마의 사원이 있고 힌두교 성지라는 푸쉬카르에서 명상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푸쉬카르에 있는 비파사나 명상원에 등록 메일을 보내고 확정 답변을 받았다.   

  

인도 델리에 도착해서 관광을 하고 델리에서 푸쉬카르로 향하였다. 침대식으로 되어있는 야간 버스를 타고 갔는데 문도 잘되어 있고 나름 아늑해서 푹 자면서 이동할 수 있었다.

푸쉬카르에 내려서 명상원까지는 툭툭(3바퀴 오토바이을 타고 10분 정도가면 도착했다.  

 

생애 처음 명상원을 왔는데 인도의 시끄러움과 날것 그대로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고즈넉한 초원에 하얀 벽돌로 된 숙소와 큰 사원 하나가 전부였다. 마음이 참 편안해지는 곳이었다.    

 

인도에서 제일 맛있게 먹은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명상원에서 먹은 10일간의 식사라고 말하고 싶다. 전부 채식 식단이었는데 아침은 죽과 따뜻한 티가 전부였고 점심은 인도식 카레와 난, 볶음밥, 푸딩 등 몸을 정화해준다는 느낌의 담백하고 건강한 식단이었다.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저녁은 우리나라 뻥튀기 아저씨한테 쌀을 가져주면 튀겨주는 쌀 튀밥 같은 거였는데 그것 또한 고소하니 맛있었다.     


비파사나 명상은 10일간 묵언, 채식, 금욕을 하고 읽기, 쓰기, 운동 등 자극을 주는 어떤 것도 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었다. 흙탕물로 일렁이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여 맑은 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매일 새벽 4시에 기상하여 하루 종일 명상하고 밥 먹고 쉬고를 반복하고 저녁에 1시간 정도 비파사나 창시자의 말씀을 담은 영상을 보고 10시에 취침하는 게 전부였다.     


비파사나의 커리큘럼은 수도승처럼 생기신분의 가르침에 따라 처음 3일간은 내가 자연스럽게 쉬고 있는 숨을 알아차리는 것이었다. 인중에 마음속으로 삼각형을 그리고 그 안에 코로 쉬는 들숨과 날숨을 느끼면 된다. 처음엔 잡생각이 났지만 그것 또한 억지로 그만 해야지가 아니고 생각나는 대로 두면서 인식을 인중의 삼각형으로 돌아오면 된다.     


4일 차부터 9일 차까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의 피부의 감각을 느끼는 명상을 했다. 나의 내면에 집중하는 게 아닌 표면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의아해했는데 '나'라는 몸을 먼저 알아야 내면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나의 숨과 몸에 대해 집중하다 보니 어느 날은 나의 심장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잠을 이루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그만큼 예민해진 것이었다. 예민해진 몸으로 나와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10일 차에는 함께 명상했던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내가 내고 싶은 만큼 돈을 지불하고 퇴소를 한다.     

회사 다닐 때를 돌이켜보면, 평일에는 출근하고 저녁에는 야근하거나 술 마시고 집에 와서 씻고 핸드폰 보다가 잠들었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만나 진탕 술 마시고 다음날 낮에는 푹 자고, 저녁에 일어나 영화 몇 편보고 나면 다시 평일이 돌아왔다.      


왜 저렇게 생활했나 곰곰이 명상하면서 생각해보니까, 내 내면을 마주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았다. 너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내 몸과 마음의 외침을 외면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래야 내가 편하니까.     


그런 나의 몸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명상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생각 할거 없는 것 같다. 나에게 귀 기울이면 내가 힘들구나, 내가 아프구나, 내가 행복하구나 이런 알아차림을 가질 수 있다. 내가 그런 상태라는 것을 그저 바라봐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 알아차림이 없으면 힘들 때 세상이 다 무너져 내리는 것 같고, 행복할 때는 행복 후에 오는 공허함에 또 힘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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