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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진철 Aug 09. 2019

햇볕

하루의 운을 어떻게 시험해볼 수 있을까. 나는 사소한 것들로 운을 확인한다. 집을 나섰는데 신호등이 타이밍에 맞추어 초록색으로 바뀐다던가, 기다릴 필요 없이 차가 도착할 때면 '오늘은 괜찮은 날이군' 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오늘은 그렇게 운이 좋은 날은 아니었다. 내 앞에서 걸린 신호에 버스는 떠났다. 해결해야 하는 밀린 일들이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기분을 흔들어놓는 대화가 있었다. 그리고 날이 정말로 더웠다.


다행인 것은 최근 몇 년 간 내가 나를 달래는 스킬이 크게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이다. 나는 나의 관리자로서 적극적인 햇볕정책을 펼치고 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이건 이래서 좋은 징조야. 숨을 깊게 한 번 들이쉬고 나면 한결 나아진다. 나는 더 이상 문제들을 나 스스로의 탓으로 돌리는 오만을 범하지 않는다. 오늘의 잘한 일을 나에게 상기해주고는 정류장 근처 냉면집에 들러 보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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