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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진철 Jan 26. 2020

수영일기 #10

중급반 : 새로운 환경, 새로운 시작

새해가 되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중급반이 되었다. 25미터 레인을 초급반에 물려주고 50미터 레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영장 구석에서 중심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채광이 훨씬 잘 들어오는 자리라 한결 더 밝은 느낌이다. 물은 살짝 더 깊어졌고 길이는 두 배로 길어졌다. 그리고 하나 더, 우리 반 강사님이 바뀌었다.

이전 강사님은 다정하고 젠틀한 스타일이었다면 이번 강사님은 말하자면 좀 츤데레 스타일에 가까운 것 같다. 떡 벌어진 어깨에 목소리도 크고 수강생의 움직임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수강생들의 목표치를 한걸음 더 높인 뒤 몰아치는 수업을 추구하신다. 항상 핫핑크 수모를 쓰시는데 이건 본인의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의도적 장치일까 새 레인에 몸을 담그며 잠깐 생각했다. 


중급반이 되면서 원래는 평영을 진행했어야 했으나 첫날 우리 반 수강생들의 자유형을 확인한 이후로 일단 평영은 보류되었다. 거의 모든 수강생들이 두 배로 늘어난 레인에 적응하지 못하며 레인 중간에서 허덕였기 때문이다. 자유수영 때 종종 50미터 레인을 사용해보긴 했지만 강습과 자유수영은 다른 것이었다. 일단은 새로운 레인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 과제였다. 강사님의 진단은 발을 너무 많이 차기 때문에 중간에 지친다는 것이었다. 다리 사이에 킥판을 끼우고 상체만을 이용해서 나아가는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심이 잡히지 않아 킥판이 자꾸 나가떨어졌다. 나아갈 때 그간 얼마나 발차기에 의존했는지 알 수 있었다. 

수업이 진행되며 나는 강사님의 지도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의 원포인트 레슨이 워낙 훌륭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팔을 돌릴 때 팔이 쭉 뻗지 않고 접힌다던가, 등을 위로 띄워야 한다던가 하는 것들. 따라해보니 확실히 다른 느낌이 나서 놀랐다. 그 순간부터 나는 강사님을 무한 신뢰하기 시작하는데...

춥지 않은 겨울이라지만 여전히 새벽은 춥다. 그래서 그런가 눈을 뜨면 오늘 강습은 제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래도 강습이 끝나고 나면 역시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할 걸 알아서 몸을 일으키게 된다. 물에 있는 게 즐겁고 그래서 연휴인 요즘은 몸이 좀 근질근질하다. 설 대체휴무인 월요일에는 수영장을 운영한다고 하니 오전 중에 다녀올 생각이다. 가서 상체에 힘 빼는 법을 조금 더 연습해야지. 


from : urbanb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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