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물이 무서운 회원님 계십니까?”
잠시 생각했다. 물에 대한 첫 기억은 초등학교때 캐리비안베이에 갔던 것이다. 내 키만한 물 높이에 까치발을 든 채로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또 다른 기억은 대학교때 계곡에 놀러갔던 것인데, 호기롭게 다이빙을 했다가 몸이 떠오르지 않아 멘붕이 왔다. 둘 다 썩 유쾌한 기억은 아니다. 음, 네 쫌 무서운 것 같긴 하네요.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입 밖에 내진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다들 물속에 머리를 넣어보세요.”
수영 기초반 강습을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났다. 일주일에 세 번 수업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실력은 아직 형편없다. 물에 겨우 뜬 채로 손발을 허우적대는 정도 (ㅜㅜ) 하체는 왜 자꾸 가라앉는가, 몸에 힘을 여기서 어떻게 더 빼라는 것인가 등등 매 시간마다 과제가 생겨났다. 그 덕에 천천히 연습하는 뒷줄 라인이 되었다.
그래도 기쁜 일이 더 많다. 물에 들어가는 게 더는 무섭지 않고 오히려 기다려지게 되었다. 중학생부터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물 속 걸음마를 배우는 기분도 좋다. 수업 끝날때는 다같이 손을 잡고 화이팅(!)을 외치는데 이것마저 좋아져 버렸다. (처음엔 코웃음쳤음)
아무튼 요즘 제일 잘 하고 싶은게 뭡니까, 누가 묻는다면 수영이요 대답할 것 같다. 3월부터는 기초반이 끝나고 초급반이 시작된다. 초급반에서는 본격적으로 자유형을 배운다. 열심히 배울 생각이다. 오늘 수업 막판 선생님이 말했다. “잘하셨어요 회원님. 다음시간부턴 앞줄로 오세요.”아, 칭찬이 너무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