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밀린 숙제하듯 여행을 다닌 한 해였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이 있는데, 나는 큰 계획 없이 그냥 걷는 걸 좋아한다. 숙소를 기점삼아 미리 구글맵에 별표를 찍어놓은 곳으로 계속 걷는다. 걷다보면 낯선 거리가 이어지며 익숙한 풍경으로 변하는 기분이 좋다.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고, 사진을 찍고, 계획에 없던 식당에 들어가고, 지하철을 타고, 마트에도 들어가보고, 가끔씩 낯선 사람들의 이유없는 친절을 마주하고. 그렇게 온 몸으로 지도를 새겨가는 게 좋다.